양반이나 천민이나 돈 생각 않고 산다 해서 얻은 이름 전어

◇삼천포항

삼천포항에서 만난 전어 활어차 기사는 이렇게 말한다. "전어는 삼천포에서부터 시작한다. 수온이 높아 전어 맛이 일찍 들거든."

6월까지 산란기가 지나면 7월 1일부터 전어잡이에 나선다. 삼천포 사람들은 삼천포항을 기준으로 바다를 둘로 나눈다. 거제·진해 쪽은 동쪽 바다, 그 반대 남해안 일대는 강진만이다. 어느 쪽으로든 쉽게 접근할 수 있으니 전어 집산지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으로 귀결한다. 전어 맛에서는 남강 물, 일명 '육수'가 흘러나와 뼈도 연하고 기름기 많은 강진만 쪽에 후한 점수를 주는 분위기다. 삼천포항으로 들어온 전어는 서울·부산·마산·통영 등으로 나간다.

팔포매립지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한 달가량 이른 7월 말 전어축제를 연다. 하지만 전어축제가 삼천포항에서 열리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다. 사천시 서포면 주민들이다. 오래전부터 '서포 전어'라는 말은 제법 차지게 입에 붙어 있다. 하지만 나비 모양을 한 사천 땅 왼편 아래에 자리한 서포면을 찾아드는 발길은 예전만 못한 듯하다.

   

사천 실안에서는 배로 10분 거리인 마도라는 작은 섬이 눈에 들어온다. 마도는 '전어의 고향' 같은 곳이다. '사천 마도 갈방아소리'라는 민속놀이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과 같은 어구과 발달하기 이전에는 전어잡이 그물을 만드는데 많은 땀을 필요로 했다. 그 만만찮은 노동을 견디기 위해 부른 노래가 '사천 마도 갈방아소리'다. 땀에 젖은 노랫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이 일을 끝내고 놀고 놀자~ 에야 디야 갈방아야~.'

   


◇마산 어시장

전어 철이면 횟집 대부분은 구색 맞추기용으로 이 은빛 고기를 수족관에 넣어둔다. 8월 초 마산 어시장은 광양·하동·사천 같은 곳과 달리 아직은 조용하다. 제법 알려진 횟집에서는 "아직 열흘은 더 있어야 내놓는다"라고 한다. 물론 이미 내놓는 횟집이 여럿 있기는 하다. 이 또한 진해만에서 잡아왔을 것이라는 기대에 좀 어긋난다. 한 횟집 주인은 이렇게 말한다. "특히 올해는 날이 더워서 지금은 고기가 안 올라와. 지금 내놓는 것은 삼천포에서 들여온 것들이지." 옆에 있던 이는 "전라도 군산·목포 같은 데서도 가져 온다"며 한 마디 거든다.

마산에서만큼은 '가을 전어'라는 말이 매우 어울린다. 마산 어시장에서는 지난 2000년부터 매해 9월 이후 전어 관련 축제를 열고 있다. 마산어시장에서 만난 상인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전어를 찾게 된 것은 15년도 채 안 됐을걸? 마산에서는 전어축제를 2000년부터 했지. 그러면서 여기저기서 '전어 전어'하게 된 거야. 다른 곳에서도 마산을 보고서는 축제를 한 거지. 그런 면에서 마산이 전어 대중화에 큰 역할을 했지."

물론 이에 앞서 전라남도 광양에서는 1998년에 전어축제를 시작했다는 점은 참고해야겠다. 어찌 됐든 1년 가운데 마산어시장이 가장 활기 띨 때는 전어 철임이 분명하다. 이때는 어시장에 발붙이고 있는 모든 이에게 호기다. 마산어시장 노점에서 30년 가까이 칼을 팔고 있는 할아버지는 "횟집에서 칼 쓸 일 많은 전어 철에 나도 재미를 보지"라고 한다.

   


◇진해만

진해만은 고요하다. 태풍 오면 피항하는 곳이다. 물살이 세지 않다 보니 이곳 전어는 뭉텅하고 살이 올라있다. 떡처럼 통통하다 하여, 혹은 떡처럼 고소하다 하여 '떡전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애초 '덕전어'가 유래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조선시대 부임한 관리가 '산란기에 전어를 잡아서는 안 된다'고 버티는 자 목을 치려는 순간, 바다에서 전어 떼가 튀어 올라 '덕(德)' 자를 이루며 죽었다고 한다. 그곳이 내이포, 즉 오늘날 진해 웅천지역이다. 진해 어민들은 이 이야기를 풀며 그 특별함을 더 내세우기도 한다. '진해만 떡전어'는 회로 썰었을 때 핏빛이 많은 특징이 있다.

진해에서는 주로 소형 어선이 행암만 일대에서 전어를 잡는다. 이곳에는 진해 해군통제수역에서 흘러나오는 고기가 제법 된다. 그래서 진해 어민들은 해군통제수역을 '전어 양어장'이라고 한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그 안으로 들어가 전어를 넘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어민-해군 간 '전어전쟁'은 해마다 벌어진다. 어느 마을은 어민 모두가 '전과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벌금을 감수하더라도 돈이 되기 때문이다.

15년 전에는 전어잡이 배가 많지 않아 kg당 3만 원도 받았다고 한다. 지금은 4000~5000원 선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더군다나 이제 전어는 서해안 쪽에서도 넘쳐난다. 서해안에서 잡은 것을 들여오면 운송비를 빼더라도 싸게 먹힌다고 하니, 진해 어민들 처지에서는 전어잡이 재미가 예전만 못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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