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3시 30분. 창원시 진해구 장천부두는 고요하다. 양태석(65)·원우선(61) 부부의 차가 어둠을 뚫고 부두로 들어온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양 씨는 "전어가 워낙 안 잡혀서…"라는 말부터 내뱉는다. 수온이 너무 높고, 비도 적게 온 탓이다. 그래도 양 씨는 1톤짜리 소형 배를 움직여 행암만으로 향한다.

전어잡이는 어두울 때 한다. 전어가 낮에는 그물을 피해 다니지만, 어두울 땐 걸려들기 때문이라 한다.

새벽 3시 30분에 행암만으로 떠난 전어잡이 배.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군항·항로·항내에서는 작업을 하면 안 되거든. 피조개 양식장까지 많아서 작업할 때가 별로 없어."

그래도 행정기관이 생계형 소형 어선에는 좀 관대하다는 말도 덧붙인다.

출발한 지 8분 만에 자망(걸그물)을 던진다. 초록색 전구등 달린 부표로 그 지점을 알려준다.

오늘은 자망 세 개를 싣고 왔다. 배 방향을 바꿔 진해루 인근에 두 번째, 또 인근에 세 번째 자망을 투척한다. 출발해서 자망 세 개를 모두 던지는 데까지 35분 걸렸다.

배는 인근 진해수협위판장으로 향한다. 내놓을 게 있어서가 아니다. 시간도 때울 겸 해서 잠시 들렀다. 오전 5시 경매가 시작됐다. 전어는 한 상자 밖에 없다. 붕장어·해삼·꽃게 등이 주를 이룬다.

진해수협위판장 경매는 새벽 5시 시작한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하늘이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다. 양 씨 부부는 다시 배를 움직인다. 마지막으로 투척한 자망 지점에 도착했다. 양 씨는 물옷으로 갈아입는다. 인양기에 그물을 건다.

"인양기가 한 사람 몫을 하거든. 이게 있으니 노부부 둘이서 할 수 있는 거야."

이제 전어를 만나야 할 때다. 하지만 반갑지 않은 손님을 먼저 맞이한다. 해파리다.

"이러니 고기가 올라올 수가 있나…."

조금 지나자 전어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몸집은 작지만 그물에 팔딱거리는 그 힘이 여간하지 않다.

다시 한동안 빈 그물만 올라오다 또 한 마리 올라왔다. 양 씨가 그물에서 빼던 전어를 놓쳐 바다에 빠트리고 말았다. 본능적으로 입에서 "으아~"하는 앓는 소리가 나왔다. 듬성듬성 올라오는 이런 날에는 그 한 마리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물에는 불가사리·고등어·전갱이·갈치·쏙 같은 것들이 전어 대신 올라온다.

15분간 끌어올린 자망에서 잡힌 전어는 30마리가량 된다.

전어잡이 배에 오른 권범철(왼쪽) 기자와 남석형 기자. /김구연 기자 sajin@

두 번째 지점으로 향했다. 여긴 분위기가 좀 다르다. 제법 쏠쏠찮게 올라오기 시작한다. 양 씨 부부도 신이 난다.

"한 마리씩 온다. 이놈들도 손님(취재진) 온 줄 아는가 보네."

"어제는 여기서 한 마리도 안 나왔는데…. 같은 장소라도 하루 사이에 이리 다르다."

물통에 전어가 제법 묵직이 채워졌다. 마지막 자망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다시 빈 그물이다. 양 씨가 멋쩍은 표정을 한다.

"이래 한 마리도 안 올라오면, 선장이 욕먹지 않겠나? 허허허."

오전 6시 5분경 작업을 마무리하고 뭍으로 향했다. 위판장 아닌 포구로 향한다. 양이 얼마 되지 않아 활어차에 바로 넘길 참이다. 배가 닿자 활어차가 저만치서 왔다. 저울에 올리니 10kg이다. kg당 7000원이다. 7만 원이면 기름값은 나오는 정도다. 그래도 100kg 이상 잡던 기억이 머릿속을 맴도는 건 어쩔 수 없어 보인다.

"100~150kg씩 잡을 때는 정말 재미나지."

그래도 양 씨 부부는 의연하다.

"전날 좀 괜찮은 곳을 봐 뒀다가 다음날 그물을 던지지. 옆에 어민들한테 물어봐서는 절대 좋은 지점을 안 가르쳐 줘. 그래서 전어가 안 잡히더라도 매일 바다에 나가야 해. 부지런하고 공부하는 사람이 많이 잡을 수밖에 없지."

오전 6시 30분 양 씨 부부는 집에 도착했다. 오후 5시에 조업을 한 번 더 하려면 낮에 좀 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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