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해 죽겠다’는 표현을 종종 쓴다. 특히 한국처럼 ‘빨리빨리’로 대변되는 속도와 성장을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사회에서는 이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실제로도 사람들이 지나치게 일을 많이 한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2011년 기준으로 연간 2090시간으로 OECD 회원국들 중에서 압도적으로 길다. 게다가 노동자보다 더 오래 일하는 경우가 많은 영세자영업자들을 생각하면 전체 노동시간은 더 길어진다. 그런데 이렇게 죽도록 일을 하면 실제로도 일찍 죽게 된다.

보건의료 분야 연구단체인 시민건강증진연구소가 소개한 2010년도 핀란드 연구논문에 따르면, ‘소진현상(burnout)’을 겪은 노동자들은 실제 사망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소진현상을 ‘만성적인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심리적 반응’으로서 노동자 고유의 에너지 자원을 점차로 고갈시키며 일시적인 피로(fatigue)와는 달리 과거의 누적된 경험을 반영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에 따른 고갈, 냉소, 직업 능률 감소 등 각 요소들의 총합으로서 소진현상을 측정 분석한 결과, 사회경제적인 상태와 건강 및 직업 관련 위험 요소들을 고려하더라도 총 사망률이 증가했다. 즉 에너지가 고갈될 정도로 열심히 일을 하다가는 진짜로 일찍 죽을 수 있다는 결론이 연구를 통해 실증적으로 도출된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라, 장시간 노동에 따른 각종 야간근무 또한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국제암기구(IARC)는 2007년에 이미 야간노동과 그로 인해 생체주기가 파괴되는 현상을 2급 발암물질(IARC Group 2A)로 분류한 바 있다. 수면 중에 인체 내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은 항암작용을 도우는 효과가 있는데, 밤에 빛을 비추는 것은 멜라토닌의 분비를 감소시켜 암의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공장만이 아니라 24시간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등 곳곳에서 야간노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놀라는 것도, 한국 사람들은 지나치게 바쁘고 지나치게 일을 오래 한다는 것이다. 가령 유럽의 경우, 오후 6시만 되면 대부분의 가게들조차 문을 닫는다. 저녁 시간은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하거나 개인적인 휴식 및 재충전을 위한 시간이라는 것이 그 쪽에서는 전 사회적인 상식이다. 각종 휴가나 휴일 또한 한국보다 훨씬 많다.

그럼에도 우리는 장시간 노동을 해서라도 돈벌이에 매달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물론 이는 우리나라가 주거비나 교육비, 의료비 등 살면서 필요한 대부분의 비용을 오로지 개인의 부담으로 떠넘기고 공공투자나 사회복지는 극히 미약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모든 것을 떠맡아야 하니 장시간 노동을 해서라도 미친 듯이 돈을 벌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이는 사람들의 건강을 해침으로써 전 사회적으로는 더 큰 손실을 낳는다. 장시간 노동과 각종 업무 스트레스로 질병이 발생하고 그 질병 때문에 의료비 부담이 더 증가하는 일종의 악순환이 만들어진다. 돈 벌어서 그 돈으로 각종 병원비나 비싼 건강식품 및 각종 건강관리비용을 지출하느니, 조금 덜 벌더라도 적절한 휴식을 취하고 스트레스를 줄임으로써 건강 관련 비용 지출을 줄이면 그게 개인적으로도 더 좋다.

사실 건강은 평소에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지, 높은 비용을 지불한다고 한꺼번에 좋아지지 않는다. 감기만 하더라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굳이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고 그냥 푹 쉬는 게 제일 좋다. 요통 같은 경우에도 지속적이거나 다른 증상을 동반하면 몰라도, 대부분의 급성요통은 적절한 휴식과 운동으로 완화되며 정 아프면 약이나 침으로 통증을 관리하면 되고 굳이 비싼 검사나 시술이 필요 없는 경우가 많다.

건강조차도 돈 들여서 한 방에 ‘빨리빨리’ 해결하려고 하는 그런 태도가 오히려 건강의 적이다. 그 돈을 벌기 위해 과로를 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과로와 스트레스를 줄이고 평소에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그 어떤 비싼 건강요법들보다 더 낫다. 제발 좀 여유를 가지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