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산 기운' 오롯이 받아들인 이 귀한 뿌리

산과 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함양.

여기 사람들은 이 척박한 땅을 이용해 귀한 것을 얻는다. '산양삼(山養蔘)'이다. 한자 말을 옮겨보면 '산에서 기르는 삼'이 되겠다. 말이 기르는 것이지 제가 알아서 크도록 그냥 땅에 맡겨 놓아야 한다.

삼을 두고 '하늘이 내린 약초'라 한다지만, 땅이 들으면 섭섭할 일이다. 산양삼은 아무 곳에나 씨를 뿌린다고 나는 것은 아니다. 물·볕·바람, 이 모든 것이 들어맞는 땅에서만 결과물을 내놓는다.

그 옛날부터 사람 몸을 이롭게 한 귀한 삼이 사람 발길 잦은 데 있을 리 없겠다. 하지만 오늘날 산양삼은 그리 먼발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

함양군 서하면 괘관산 해발 850m 고지에 자리한 산양삼이 10년 세월을 뒤로한 채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그 긴 시간을 기다려온 인간 손길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함양군 서하면 운곡리. 괘관산을 따라 차가 오를 수 있는 길이 굽이굽이 닦여 있다. 차가 좀 힘겹게 오른다 싶은 정도지 '850고지'라는 주변 말을 듣기 전에는 그리 높은 곳인지 퍼뜩 알아챌 정도는 아니다.

차에서 내려 몇 걸음 옮기니 산비탈 땅에 자리한 빨간 산양삼 열매가 눈에 들어온다. 그 모양새가 과하지 않고 적당히 예쁘다.

산양삼 기르는 이가 한 뿌리 켜고서는 내뱉는다. "10년 산은 되겠네. 고놈 참 잘 생겼네, 잘 생겼어. 사람 생김새하고 거의 비슷하잖아."

뿌리 몸통 크기는 기껏해야 어른 새끼손가락 정도다. 그 긴 시간 동안 자란 것이 고작 이 정도다.

바꿔 생각해 보면 또 예사로울 수 없다. 이 작은 놈이 10년 세월 동안 땅속 온갖 이로운 것은 다 빨아들였을 것이다.

그래서 '함양 산양삼'은 이 땅의 기운을 함께 담고 있다 하겠다.

빨갛게 익은 산양삼 열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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