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바닷가 상인들 대변하는 단체가 되겠다”

마산 바닷가 주변 상인들이 새로운 단체를 만들었다. 사단법인 경남창원해안소상공인협회다. 지난 5월 7일 자로 설립된 이 법인은 기존 어시장상인회, 마산어시장사업협동조합에 소속되지 않은 상인 일부가 주도했다. 박기동(58) 사단법인 경남창원해안소상공인협회 이사장이 이 단체를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3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남성수산회센터 4층 협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박 이사장은 사단법인 경남창원해안소상공인협회 허가를 받기까지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고 운을 뗐다. 경남지방중소기업청장 이름으로 나온 법인 설립 허가증을 꺼내 보였다. 지난해 11월 협회를 결성했지만, 소상공인법(소상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허가를 받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했다. 그는 협회가 세워질 당시에는 회원이 78명이었는데, 지금은 회원이 180명으로 늘었다고 했다. 주로 어떤 이들이 협회 회원으로 가입했을까. 그는 “마산 해안가 주변에서 일하는 중매인, 업체들이 모여서 단체를 결성했다”고 말했다. 횟집, 중매인, 배 부품 수리하는 업체, 모텔, 식당업 등을 하는 소상공인들이 주축이 됐다고 했다. 그도 ‘남해수산’이라는 어패류 도매업을 이곳에서 하고 있단다.

박기동 (사)경남창원해안소상공인협회 이사장./김구연 기자

매립 전 바닷가 어시장 상인들로 구성

박 이사장은 “어시장 일대를 매립하는 과정에서 원래의 어시장이 사라졌다. 기존 어시장 주변에서 장사를 하던 분이 전통시장 특별법으로 먼저 시장 인가를 받았다. 우리는 마산어시장사업협동조합과도 다르다. 바닷가 어민을 비롯해 바닷가에서 먹고사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단체라고 보면 된다. 기존 단체로는 이곳 상인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어려워서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협회에 가입된 지회도 6곳이 있다고 했다. 통영, 고성, 거제, 진해, 마산합포구, 마산회원구에 각 지회가 결성됐다는 것. 경남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사한 협회들과 연대하는 것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인천, 군산, 강릉, 보령, 여수 지역에 있는 단체들과 총협회를 만드는 것을 구상 중이다.

박기동 (사)경남창원해안소상공인협회 이사장./김구연 기자

해안 상권 활성화, 교육 사업 등 주력

그는 과거 어시장이 전국 도매시장에서 4위까지 했지만, 과거 명성이 다소 퇴색했다며 이를 살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먼저 의식화 사업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수산업도 치열한 경쟁 구도인데, 기존 방식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교육 사업 등을 통해 사고의 전환을 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남·창원시민과 소상공인 간의 교류, 상품 개발, 마케팅 전략 수립, 산학연 R&D 공동 연구, 제품과 자재 공동 구매, 해안지역 상권 활성화, 소상공인 교육·세미나, 회원사 제품 홍보 및 판매, 사회적 기업과 연대해 영세 소상공인 인력 지원 등을 사업 계획으로 세웠다.

그는 앞으로 5인 이하 상시 종업원을 보유하고 있는 경남 창원 해안가 사업주가 주체가 된 협회에서 “기업 경영에서 늘 부딪히는 법률, 세무·회계, 관세, 자금, 경영, 부동산 임대차, 종업원 채용 문제와 대책 등을 해결하도록 곁에서 도울 것”이라고 전했다.

또, 정부가 내놓는 각종 정보를 상인들에게 빨리 전달하는 대행 업무도 병행하고, 협회 산하에 콜센터를 둬서 소상공인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정부에 건의하는 사업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내놓는 방안들이 이곳 상공인들에게까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청년, 실직 가장을 위한 일자리 창출, 서비스 교육도 정기적으로 진행해 회원들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지역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잘 안돼도 컨설팅을 받거나 운영자금을 대출받기를 꺼리는 성향이 있다. 협회가 나서서 그러한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소상공인이 자립할 수 있도록 품질 혁신, 서비스개발, 새로운 마케팅 창출 등을 통해서 경영개선에도 앞장서겠다는 입장이다.

박기동 (사)경남창원해안소상공인협회 이사장./김구연 기자

마산어시장해안상인협회가 전신

사실 사단법인 경남창원해안소상공인협회의 전신이 있다. 마산어시장해안상인협회다. 아직 협회 사무실에는 마산어시장해안상인협회 활동 내용이 곳곳에 부착돼 있다. 그동안 마산어시장해안상인협회는 버스 노선 변경, 상권 발전 등을 위해 활동했다고 한다.

마산어시장해안상인협회에는 신용불량자, 개인 사정 등으로 사업자 등록증이 없는 상인이 있어서 새로 생긴 경남창원해안소상공인협회에 가입을 못 하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새로 생긴 단체의 토대가 된 기존 마산어시장해안상인협회를 버릴 수가 없기에 하부 조직으로 둘 계획이라고 했다.

현재 협회 임원진은 이사장 1명, 부이사장 5명, 이사 14명 등으로 구성됐다.

박 이사장에게 협회 활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그는 마산 출신이지만, 오랫동안 타지 생활을 하고 돌아와서 상인으로 일하면서 깨달은 바가 컸다고 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나쁜 길로 빠져서 조직 생활을 오래했다”고 털어놨다. 17살에 서울에서 ‘깡패 생활’을 30여 년 간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마산에 돌아왔다가 다시 정착하게 됐다고 했다. 지금의 부인을 만나게 된 것이 큰 계기였고, 부모님도 모두 고향에 계셔서 정착을 결심했다고 했다. 벌써 13년 전의 얘기란다.

박 이사장은 “1998년인가 1999년쯤 마산으로 왔다. 마산 상인들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체면을 중시하는 양반적인 모습도 보였고, 고지식한 면이 많았다. 상인들이 주변 사람들과도 친하지 않아 보였다. 그때 횟집을 3년 정도 하다가 접으면서 상인 조직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2010년에 마산어시장해안상인협회라는 단체를 꾸렸다. 2011년에 경남도에 비영리 단체로 등록도 했다.

박 이사장은 기존 단체에 회원가입을 하지 않을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우리 협회 연매출이 3000억 원이다. 횟집을 제외하고 마산 수협에서 경매하는 생선, 건어망조합 멸치, 어패류, 냉동 공장 등에서 그러한 매출이 난다. 이곳에서 생선을 사가는 단체가 상인회다. 우리가 그쪽 단체로 들어갈 순 없다”고 주장했다.

박기동 (사)경남창원해안소상공인협회 이사장./김구연 기자

전통 도매어시장 시민들에게 알릴 계획

그는 지금까지 이 일대 상인들이 단체에 소속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정부의 각종 지원,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단체를 구성하면서,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마산포 성신한마당도 개최했다. 성신한마당은 시민의 안녕과 뱃길 무사 항해를 기원하는 행사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행사를 치렀다.

박 이사장은 “마산 해안가에 전통 도매어시장이 있다는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원 어시장이 여기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적다. 경남창원해안소상공인협회는 이곳 소상공인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소상공인들이 열심히 땀 흘린 만큼 기쁨과 보람을 찾도록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기동 (사)경남창원해안소상공인협회 이사장./김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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