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건 다 있으니 맨날 오이소~!

덕성상회 정태홍(37) 아재

“아버지가 40년 동안하고 인자 제가 4년 됏습니더.”

시장 입구 모퉁이 잡화점 덕성상회는 그야말로 ‘만물상회’다. 없는 게 없다.

“옛날에는 서점, 문방구, 국기사를 다 했습니다. 이곳 덕산에는 학교가 많았거든예.”

지금은 농가에서 필요한 곶감상자에서부터 모자 등 휴가철 용품까지 종류를 헤아릴 수 없는 온갖 걸 팔고 있다.

“10월부터 3월까지는 곶감관련 전문업체가 됩니다. 포장에서부터 곶감자재는 다 파니까요. 농번기에는 농사관련 철물 등이 잘 팔리고 또 7~8월 여름 휴가철 되면 피서용품이 잘 팔립니다. 이리 있어도 매출이 많습니다. 쉴 틈이 없지예.”

덕성상회 정태홍(37) 아재/권영란 기자

주말 나들이를 나온 가족인가, 주인을 부른다. 태홍 아재가 달려가니 개울에서 할 수 있는 낚싯대를 찾는다.

“견짓대라꼬, 파리낚시를 사용하면 됩니더.”

바쁜 와중에 일일이 사용법까지 가르쳐준다.

국수 한 그릇이면 한나절 거뜬

촌국수 입구는 꽃대궐이다./권영란 기자

덕산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집. 촌국수. 식당 입구에 활짝 핀 장미 넝쿨과 온갖 꽃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잡고 발길을 잡는다. 당연히 좁은 식당 안에는 손님이 꽉 찼다. 국수 맛도 맛이지만 이미 가게 문턱을 넘어오는 사람들은 가게 입구의 정취에 반쯤은 맛있게 먹을 준비가 되어 있다.

여름 시장끼를 없애는 알싸한 비빔국수 한 그릇/권영란 기자


신바람 나는 ‘덕산장 아지매 삼총사’

하정순(72) 아지매

“시아버지 때부터 덕산장에서 장사했으니께 한 50년 되는가보네. 그라고는 우리 영감이 했고 내가 얼추 18년 되는 갑다. 우리 영감이 죽고나서 내가 했으니께.”

하정순(72) 아지매/권영란 기자

작은 점포 안에는 정순 아지매가 벌여놓은 장화, 꽃무늬 슬리퍼들이 나란히 열을 맞추고 있다. 옆 점포가 비워있어 물건을 재어놓기도 하고 가스렌지를 설치해 밥도 해먹는다며 어느새 커피 한 잔을 가져와 내어놓았다.

“농한기 관광철 되모는 할매들이 새 신발 사신을라꼬 나온다 아이가. 일철에는 장화도 잘 팔리고…. 50년 동안 한 번도 안 바꾸고 신발만 팔았다아이가. 아직은 내 묵을 꺼는 나온다. 단골도 있고…. 딴 데보다 덕산장은 잘 되는 데 아이가.”

하금자(66) 아지매

“요새는 때때옷이라는 업서예. 설이라꼬 애들 옷 사는 거 봣심니꺼? 명절 대목 장사도 업서예. 옛날에는 서울, 부산진시장에서 물건을 해왔는데 지금은 대구에서 해와예.”

강변 쪽 통로 입구 작은 점포 앞, 옷가게를 하는 하금자 아지매. 택호는 안계댁이다. 시천면과 이웃해 있는 단성면에서 딸기농사도 짓고 겨울이면 곶감도 하는 금자 아지매는 덕산장에서 장사한 지 35년이나 된다.

하금자(66) 아지매/권영란 기자

“곶감은 3동 하는데 경매 가져올 끼 없다아이가. 우리 며느리 셋이 판로를 다 맹글어놧다예. 인자는 덕산, 단성 장날만 나오는데 여행 댕기고 손주들 용돈 줄라꼬 그라는기제.”

하길순(63) 아지매

하길순(63) 아지매/권영란 기자

“이기 전부 우리 아들이랑 직접 농사지은 거라예.”

시장 길목에 여러 종류의 곡식을 펼쳐놓은 난전이 눈길을 잡는다. 대야에 팥이며, 수수가 들어있고 자루에는 현미며, 찹쌀이며 한가득이다. 진양댁 길순 아지매.

이곳 장터에서 34년 장사를 해왔다. 농사 지으며 틈틈이 장날만 나오는 것이다.

“농사를 백 마지기 더 넘게 합니더. 우리 땅이 아이고 넘의 농사까지 합쳐서 그렇지예. 고추 농사도 짓고…. 이것도 다 집에서 찧어온 거라예. 현미찹쌀은 집에서 안되니께 신안면에 있는 미곡처리장에 가서 찧어와야 허고예.”

길순 아지매는 농사 지으랴, 장사하랴 힘들겠다는 말에 “장날 장터에 와야 허리도 펴고 숨을 돌린다”고 했다. 농번기에는 논밭일 하는 것보다 시장에 오는 게 더 편하고 재미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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