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선거준비? 구체적 대책도 없이 나서 배경 두고 뒷말 무성

엄용수 밀양시장이 "765㎸ 송전선로 사업은 불가항력이고, 대안도 없다"며 "이제는 밀양시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사업을 종결짓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주민들은 생업으로 돌아가고 과장·왜곡된 정보로 갈등을 만드는 외부세력은 개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25일 오전 10시 30분 엄 시장이 직접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다.

그가 송전탑 문제에 개입하겠다는 방식은 '보상협의체'를 만들어 정부의 보상안과 주민이 원하는 보상안의 간격을 좁히는, 한마디로 '직접개별보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행법(전원개발촉진법)에 피해 주민에게 직접 개별보상할 근거가 없고, 있다 해도 주체는 사업자인 한전이지 밀양시는 아니다. 더구나 예산 70% 이상을 보조금으로 사는 밀양시로서 개별보상할 깜냥도 없다.

더불어 반대 주민들은 초지일관 "우리는 보상을 원하지 않는다"며 지중화와 선로 우회 등 대안을 요구해 왔고, 엄 시장이 추진할 '보상협의체' 참여도 거부한 상황이다.

엄용수 밀양시장이 25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765㎸ 밀양송전선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법적 근거도 없고 능력도 없는 보상안을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엄 시장은 "(한전과 정부로부터) 어느 정도 공감을 얻었기 때문에 하겠다는 말"이라며 "어쨌든 노력해 보겠다"고 답했다.

최근 몇 년간 주민 대 한전이라는 송전탑 갈등에 특별한 역할을 하지 않은 밀양시가 이번에 전격적으로 나선 이유에 대해 "이번에 전문가협의체조차 결론을 못 내렸다. 이제는 주민들도 할 만큼 다 했다고 본다. 더는 논쟁을 해봤자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입장을 발표하면서 사전에 반대 주민들과 대화조차 해보지 않았다. 엄 시장은 주민들과 대화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는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지방선거 앞두고 정부 부담 덜어주기? = 엄 시장이 갑자기 이런 기자회견을 한 배경을 두고 이런 저런 뒷말도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여당의 대표적인 골칫거리인 밀양 송전탑 문제에 대해, 해당지역의 새누리당 단체장으로서 '부담 덜어주기' 차원이 아니겠느냐는 지적이다. 엄 시장의 이날 기자회견 내용은 지난 4월 한전이 발표한 '13개 특별지원안'과 별다를 바 없다. 이로써 '반대주민 VS 한전'이라는 갈등 구도를 '반대주민 VS 밀양시'로 분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엄 시장은 "지난 8년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민을 해왔다"며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을 선거 앞둔 행위로 보면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엄 시장은 지방선거 전 당적을 바꾸는 등 선거를 의식한 행보를 보여 왔다. 그는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 소속 후보로 밀양시장에 당선됐고 이후 2008년 2월 '개인사정'을 이유로 민주통합당을 탈당한 바 있다.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입당을 신청했으나 한 차례 반려되고서 결국 선거 3개월 전에 입당이 통과돼 현재 새누리당 당적을 갖고 있다.

◇국책사업 반대하면 주민 배제? = 특히 엄 시장은 동남권 신공항, 4대강 사업 등 국책사업에 유난한 열성을 보여왔다.

2010년 6·2 지방선거로 도청에 입성한 김두관 지사가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면서 새누리당 출신 일색인 시장·군수들과 불협화음을 내자 시장·군수 협의회와 시장·군수회의 등에서 김 지사의 대표적인 공격수로 나선 이도 엄 시장이다. 엄 시장은 "김 지사가 시·군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지장이 되고 있다"며 4대강 반대 입장으로 동남권 신공항 유치에 문제가 있다는 듯이 발언했다. 또 "도와 시·군이 따로 가서는 안 된다"며 입장 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동남권 신공항 밀양 유치 국면에서는 신공항 유치를 반대하는 주민을 폭행해 국책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아우르지 않는 단체장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엄 시장은 2011년 2월 신공항 유치에 반대하며 밀양역에서 전단을 돌리던 윤모(41·밀양시 부북면) 씨에게 다짜고짜 달려들어 얼굴을 때리고 욕을 했다. 윤 씨는 전화로 신고하려 했으나 만류 당하자 당시 상황을 녹음했는데, "×만 한 ××" "나 보고 시장이라고 부르지 마라. 너거 같은 애들 나는 필요 없으니까"라는 엄 시장의 목소리가 그대로 담겼다. 윤 씨는 엄 시장을 폭행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불구속 기소했다. 법원은 벌금 7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그해 3월 30일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발표하자 엄 시장은 바로 "대통령을 못 믿겠다"며 시장직 사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관변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 철회를 요구하자 불과 이틀 만에 없던 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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