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전설로 남을 아날로그식 액션 그리고 유머

'전설은 죽지 않는다.'

포스터 문구처럼 전설로 남을, 은퇴했지만 여전히 위험한 인물들이 펼쳐 보이는 <레드 : 더 레전드>는 확실히 아날로그적 활극이다. 어떤 위기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짐작 가능한 액션 행보에다 <퍼시픽 림> <오블리비언> 등 최근 할리우드가 보여주었던 물량 공세에 비해 다소 초라하기까지 하지만 무슨 상관이 있으랴.

죽기도 힘든(다이하드) 사나이 브루스 윌리스와 존 말코비치, 헬렌 릴리즈 미렌에다 <양들의 침묵>의 앤서니 홉킨스, <마스크 오브 조로>의 캐서린 제타 존스, 그리고 이병헌이 가세했으니 그들의 등장만으로도 그 어떤 화려한 부제의 영화와 맞붙는다 해도 위엄을 잃지 않으리라.

1편을 보지 않았어도 상관없다. 영국·러시아·홍콩 등 세계 각국을 무대로 종횡무진 옮겨다니고, 인물 관계 역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듯하나 이 역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직 CIA 최고 특수 요원이었던 프랭크(브루스 윌리스)는 여자친구 사라(메리 루이스 파커)와 여유롭게 노년을 즐기고 싶다. 하지만 냉전시대에 그가 담당한 적이 있는 베일리 박사(앤서니 홉킨스)의 살상무기 '밤 그림자'가 다시 세상에 회자하면서 미 국방부와 FBI, 영국 MI6, 그리고 러시아 정부는 이를 찾아 혈안이 된다.

   

그러면서 '밤 그림자'의 존재를 아는 프랭크와 폭탄 전문가 마빈(존 말코비치) 역시 쫓기는 신세가 된다. 쫓기면서도 이들은 자신이 저지른 일은 자신이 처리해야 한다며 '밤 그림자'를 제거하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여기에 CIA의 청부를 받은 한(이병헌)과 MI6의 빅토리아(헬렌 미렌), 러시아 정보부의 카자(캐서린 제타 존스)까지 얽혀 영화는 즐기는 액션 활극을 만들어 놓았다.

<다이하드> 시리즈로 다져진 브루스 윌리스와 노장들은 관록과 여유, 그리고 여전히 화려한 액션으로 영화를 한바탕 놀이판으로 바꾼다. 특히 극 중 최고의 실력과 미모의 전설적인 저격수 빅토리아로 분한 헬렌 미렌과 천재 과학자로 분한 앤서니 홉킨스의 연기는 '갑'이다. 총을 쏘는 모습이 섹시하다는 이반(브라이언 콕스)에게 발목을 맡긴 채 천연덕스럽게 총질을 해대는 모습에다 정신병동에 들어가려고 "내가 이 나라의 여왕"이라며 난동을 부리는 모습은 그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겼던 <더 퀸>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연상시키며 배꼽을 잡게 한다.

냉전시대에 치명적 살상 무기들을 만들어 32년간 정신병동에 갇혔던 베일리 박사 역의 앤서니 홉킨스는 연민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안쓰러운 듯하다 극의 흐름을 뒤집는 반전에서 거장의 면모가 느껴진다.

관록의 노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이병헌도 단단히 제 몫을 해낸다. 3개월간 생선만 먹으면서 만들었다는 그의 완벽한 몸에다 힘있는 액션, 그리고 한국 사람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유머까지 녹여내며 차기작을 기대하게 한다.

무덥다는 표현만으로 부족한 이 계절에 눈이 호강하는 킬링타임용으로 <레드 : 더 레전드>는 매우 시의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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