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교권…무너지는 교실, 40년 교직경험 바탕으로 쓴 에세이

교실이 붕괴되고,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는 말을 하루가 멀다 하고 듣는 요즘이다.

'학생들 때문이다', '선생님들 잘못이다' 등 많은 말들이 나오지만 누구 하나 속 시원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도 해묵은 현실이다.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 2011년 3월 1일부터 이듬해 2월 29일까지 해외유학·이민을 제외하고 학업을 중단한 학생이 전체 초·중·고 재학생 1000명 중 9명 꼴이라는 통계를 내놨다. 이들 중에는 중범죄를 저질러 구속되거나 자살한 학생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안 사정도 마찬가지. 지난 4월 <경향신문>은 한때 명문고로 불렸던 학교 한 반 38명 중 20명 정도만 수업을 듣고 나머지는 다 잠을 잔다는 현실을 보도한 바 있다.

대한민국 교육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김용택 선생이 쓴 신간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부제: 사랑으로 되살아나는 교육을 꿈꾸다)는 먼저 '입시 위주의 교육 정책'을 꼽는다.

"사회 온갖 모순과 위선, 폭력, 상업주의가 난무하는 현실에서 학생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인가? 교권상실이나 교실붕괴는 사회적인 병리현상과 환경, 입시위주 교육정책을 먼저 개선하지 않고서는 막을 수 없다. 사회가 병들었는데 교실붕괴만 막겠다는 '교실붕괴 타령'은 저질 코미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대한민국 교육은 기본적인 학습능력이 부족한 아이들마저 하루 16시간 이상 교실에 가둬놓고 끊임없이 문제풀이를 강요한다. 점수가 권력인 현실. 개인은 물론 학급, 학교, 지역 사회까지 점수로 서열화되는 지독한 학벌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공부가 아닌 다른 꿈을 꿔 볼 기회마저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초대 전교조 마산지부장을 지내는 등 교육개혁 운동에 헌신해온 김용택 선생은 1969년 초등학교에서 시작해 40년 가까이 교직에 몸담았다.

지난 2007년 퇴임 당시 정부가 33년 이상 근무한 퇴임 교사에게 주는 옥조근정훈장 수훈을 거부했다. '무너진 학교 현실을 두고 정년 퇴직하는 것도 아쉬운데, 개근상처럼 훈장을 받아들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해방 후 지금까지 수십만 명이 훈장을 받았는데 왜 교육은 이 모양인가?'하는 항의 표시이기도 했다.

선생은 이렇게 퇴임할 때까지 불합리한 교육 정책의 문제를 지적해왔다. 이 같은 문제를 현장에서나마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은 올바른 교사에게서 나온다는 생각에서다.

"주권이 없는 백성은 노예다. 침묵이 미덕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교사는 지식전달자일 뿐 삶을 안내하는 참스승일 수는 없다. 시행착오는 과거로 충분하다. 교육의 중립성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이름으로 교사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억압을 두고 교육의 중립성을 기대할 수 없다. 불의를 보고 분노할 줄 모르는 교사가 어떻게 존경받기를 기대할 것인가?" 이처럼 교사는 판단 기준이 없는 지식은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판단 기준을 세우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선생은 그 근본은 '철학'임을 강조한다. "학생들로 하여금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하게 사는 길인지, 어떻게 사는 게 아름답게 사는 것인지, 어떻게 살면 훌륭한 삶을 살 수 있는지를 가르치지 않고,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 이겨야 산다는 생존의 법칙, 힘의 논리만을 가르치는 교사가 과연 교사로서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믿어도 좋은 걸까?"

철학은 이 같은 나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지식을 받아들일 그릇을 만드는 일이다. 아이들이 올바른 그릇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중요한 목표다.

"아무리 많은 지식이라도 담을 그릇이 없으면 쓸모가 없다. 물은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그 형태가 달라진다. 역사도 그렇고 행복도 사랑도 그렇다. 그릇이 없는 사람은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철학이 없는 사람은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또는 좋은 것이 좋다는 사고방식의 소유자다."

철학은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아는 것,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아는 것, 서로 도우며 의지하고 사는 평범한 지혜를 깨우치는 것이다. 선생의 생각처럼 고의든 아니든, 나로 말미암아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더불어 사는 법'을 깨닫는 순간 학교는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