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서 코믹 조연 MBC서 참한 여성상

말그대로 ‘앙숙’인 구자와 말숙. 말숙은 좋아하는 오빠를 구자에게 빼앗긴 아픈 기억까지 있으니 원수도 이만한 ‘웬수’가 없다. 사는 모습에서 생각하는 것까지 어디하나 같은 구석이 없는 이들 동창은 ‘얼마나 잘 사는지 두고보자’ 혹은 ‘어쩌다 생각나면 왼종일 재수없’을 정도로 그저 서로 무시하며 살길 바랐지만 그녀들의 아들.딸은 이런 소박한 바람을 여지없이 깨고 말았으니.
시대착오적일 정도로 봉건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보기드문 ‘솜사탕’ 봉강철과 역시 드센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아 남자 요리할 줄 아는 ‘여우’ 안선녀의 알콩달콩 사랑이야기는 이로써 엄청난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MBC <여우와 솜사탕>은 이런 상반된 인물들간의 핑퐁연기가 압권이다. 그러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반된 인물 속에서 오히려 평범하고 애틋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한 커플이 있으니 바로 인화와 수교. 특히 4년전 남편을 사고로 먼저 보내고 자력으로 새 삶을 찾고 있는 ‘봉인화’역의 김정난(29)에 대한 네티즌들의 궁금증이 <여우와 솜사탕> 홈페이지에 쇄도하고 있다. ‘인화 너무 참하고 예쁘다’‘수교랑 잘 되게 해달라’는 간단한 내용에서 현재 출연하고 있는 SBS 시트콤 <여고시절>에서의 모습과 비교해보는 등 다양한 글들이 올라와 있다.
내용인즉슨 <여고시절>에서 극중 정보석을 향한 주책없는 사랑표현, 정보석을 두고 학생과 라이벌 경쟁을 벌이는 완전히 ‘망가진’ 영어선생과 <여우와…>에서의 다소곳하고 참하기 그지없는 인화는 도저히 동일인물로 여겨지지 않으며, 이는 완전무결한 ‘내숭’의 소치가 아니면 91년 KBS 공채 14기로 입사해 ‘단막극 전문 배우’로 자리잡기까지 쌓아온 탄탄한 연기력의 발로라는 것.
그녀는 93년 KBS 청춘드라마 <내일은 사랑>, 97년 MBC 드라마 <산>, 2001년 MBC <가시고기>를 비롯해 <베스트극장> ‘내 생애 단한번’‘마누라 시집보내기’ 등 다수작에 출연하면서 ‘든든한 조연’으로 소리소문없이 자리를 잡아왔다.
극중 캐릭터를 체감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많은 장편 드라마와는 달리 한편의 드라마에서 그 캐릭터를 완전히 소화해야 하는 단막극 전문배우로 자리잡기는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다. 신인이라 새얼굴을 내보이는 참신한 매력도 없었을 그녀에게 각종 단막극에서의 훈련은 화면에 있는 듯 없는 듯 튀지 않는 자연스런 배경을 만들어내고, 시청자들에게 한 인물이 아닌 이야기가 먼저 다가오게 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새로 선보이는 코믹연기와 장편드라마에서의 인물연기가 내숭이든 연기력이든 간에 <여고시절>과 <여우와 솜사탕>에서의 그녀의 이중생활(?)을 당분간 지켜보도록 하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