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 장아찌로도 묵꼬 전도 부쳐먹는…”

늦은 봄인데 아직 온갖 산나물과 새순들이 대세다. 쪼그려 앉은 아지매의 다라이에 연푸른 새순이 눈에 띈다. 큰 잎들 중에는 제법 아이 손바닥만한 것도 있다.

‘저게 뭐지?’ 궁금증이 일어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이거 말이가? 오가피 이파리제.”

오가피는 껍질과 뿌리가 한약재로 쓰인다는 건 알고 있다. 근데 이파리는 어떻게?

“아지매, 오가피잎은 우찌 묵는데예?”

“아, 데쳐서 나물 해 묵으면 되제. 요맘때 연한 잎이 묵으면 나풀나풀 씹히는 게 얼매 마싯다꼬. 차 맹글듯이 시들카서 볶아가지고 물 끼리묵는 사람도 있다쿠데.”

이야기 중에 옆에 있던 아지매가 끼어든다. “오가피는 남자한테도 좋고 여자한테도 좋은 기다아이가. 우리겉이 늙기 전에 마이 묵어야 헌다니께.” 주변에 있던 아지매들, 맞장구 치는 소리와 함께 와르르 웃는다. 오가피 이파리 한 다라이!

오가피 이파리 /사진 권영란 기자

“저거는 뭡니꺼?”

한 단씩 묶어 놓았는데 끝부분 잎들이 불그죽죽하다. 이파리가 가늘고 어긋지고 보드라워 보인다.

“아이고 참, 이건 가죽이라고….”

아하, 온갖 양념을 한 찹쌀풀을 가죽나물에다 입혀 꾸득하게 말린 것을 튀긴 가죽자반을 먹은 기억은 있는 것 같았다. 또 장을 달여 혹은 고추장에 절인 가죽장아찌를 먹어는 봤다. 하지만 생 이파리는 낯설었다. 독특한 향 때문에 이걸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확실히 구분되었다.

“요새 사람들은 묵을 줄은 알아도 우찌 허는 줄을 알아야제. 고추장에 넣은 장아찌가 제일 쉽고 내내 두고 오래 묵을 수 있는 기고, 소금물에 살짝 담갔다가 물기는 빼고 부침가루 묻혀서 찌짐으로 부쳐묵꼬, 그기 심심허모는 고추장과 된장을 넣고 전으로 부쳐묵는 가죽나물장떡도 있다아이가.” 
가죽 이파리 한 단!

가죽이파리./사진 권영란 기자

 

이건 좀 알 만한 것 같다. 한 단이 제법 실한 묶음이다. 통통하니 손가락만한한데 어떤 건 끝이 약간 펴이기도 했다. 4월에 나는 새순 중 가장 주목받는 이것, 두릅이다. 옛날 어른들은 새봄에 두릅 새순이 돋을 무렵이면 제법 논다는 사람들이 경치 좋은 곳에 자리를 잡는다 했다. 그리고는 두릅회나 소고기를 꿴 두릅산적에 막걸리 타령으로 세월을 보냈다고.

“지금이 제일 묵기 좋을 때라예. 이기 너무 피삐모는 억세고 가시들이 많아 무글 수가 업다예. 이기 소화도 잘 되고 머리도 맑게 해준다카데. 나물인데도 영양분이 많다더라.”

손쉽게 먹는 법이 보통 두릅회이다. 끓는 물에 데쳐서 초장에 찍어 먹는다. 때로는 잘게 다져서 참기름과 장으로 양념해 나물로도 먹는다. 부침가루를 묻혀 전으로도 먹는다.

“오래 보관할라꼬 소금에 절이기도 허고 냉동실에다 바로 얼리기도 한다카더라.”

두릅 한 단!

두릎/사진 권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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