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국수·즙·고추장·술 등 다양한 가공상품 개발 추진

 

창녕 사람들에게 양파는 습관이다. 점심 한 끼 굶었다고 걱정하지 않는 것처럼 재배 면적이나 소득이 줄었다고 유별나하지 않는다. 저녁을 든든하게 먹으면 되고 다음해에 더 풍성하게 수확하면 될 일이다. 이미 기름진 땅이 있고 축적한 세월이 있다. 그저 곁에 두고 있다가 언제든 찾으면 된다.

밥상 위에서도 사정은 같다. 따로 요리를 만들어 먹진 않지만 결코 없는 건 아니다. 양파는 조리 시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울려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다. 국에 들어가고 찬과 어울려 식욕을 증진시키고 생선과 육류 요리에 더해져 냄새를 잡고 소화를 돕는다. 애써 찾을 필요 없이 어느새 스며들어 음식의 풍미를 높여준다. 늘 곁에 있다.

양파김치

◇배고픈 시절 간식거리 = 양파는 수확기에 따라 여름 양파와 가을 양파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요리로 쓰기에는 여름 양파가 좋다. 창녕 양파 역시 여름 양파로 과즙과 당분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창녕 사람들은 한 가지 덧붙인다.

"조금 덜 맵고 특유의 아삭아삭한 맛이 있죠."

이에 창녕 사람들은 생양파를 즐겨 먹었다. 어릴 적 배고픈 시절에는 자연스레 양파 하나씩 캐 베어먹었다. 우리 논 남의 논 딱히 가릴 이유도 없었다. 어차피 매운맛에 많이 먹을 수 없었기에 농민들도 인심 좋게 받아줬다. 돌이켜보면 그만한 간식도 없었다.

양파장아찌

여전히 생양파는 좋은 찬이자 간식거리다. 양파 통째로 베어먹는 일은 줄었지만 보기 좋게 썰어놓고 장에 찍어 먹는 맛이 쏠쏠하다. 씹을 때 새어나오는 즙과 향은 은근 중독성도 있다. 그렇다고 주야장천 생양파만 고집하진 않는다.

양파는 팬에 기름을 넣고 볶으면 매운맛이 사라지고 단맛이 나는 특징이 있다. 일찍이 가정에서 쉽게 만들어온 '양파전'이나 '감자·양파 볶음'을 떠올리면 된다. 양파와 찰떡궁합인 음식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돼지고기다. 돼지고기는 비계가 많아 느끼한 맛을 주는 반면 양파는 맵고 수분이 많아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함께 먹으면 먹을수록 좋다. '차'도 빠질 수 없다. 깐 양파에 물을 붓고 끓여 먹는 '양파차'나, 바짝 마른 양파껍질로 우려낸 '양파껍질차' 역시 양파가 빛을 발하는 음식이다.

양파연어롤

새로운 요리 개발도 한창이다. 양파와 치즈를 접목한 '양파치즈구이'나 버터, 소금, 노른자 등으로 반죽하고 양파를 더한 '양파애플파이', '양파깔조네'와 '양파전골', '양파스테이크'도 나왔다. 물론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는 볶거나 굽고, 끓이는 걸 넘어 가공돼 나타나기 시작했다.

◇술·국수 등 다양한 변신 = 창녕군에는 25개가량의 대형 가공업체가 있다. 소규모 양파즙 생산업체도 100여 개나 된다. 이들은 생식용 양파를 판매할 뿐만 아니라 가공품으로 개발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양파술 '우포의아침'과 양파와인, 흑양파즙, 양파고추장, 양파냉면, 양파 된장·청국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단연 돋보이는 것도 있다. 바로 '양파국수'와 '양파즙'이다.

양파전골

양파국수는 양파즙을 넣어 반죽한 면과 육수가 들어간 국수다. 면발이 부드럽고 쫄깃하며 시원하면서도 적당히 매콤한 국물이 특징이다. 여기에 분말을 추가해 다양한 모습으로 선보이기도 한다. 그 덕에 창녕에서는 오리지널 양파국수는 물론 양파 쑥국수, 양파 호박국수, 양파 쌀국수, 양파 미나리국수도 맛볼 수 있다. 게다가 양파가 품은 좋은 효능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입소문을 타면서 기능성 건강식품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양파즙도 마찬가지다. 근육 이완작용에 효과가 있고 변비에도 도움이 된다는 등 갖가지 장점이 퍼지면서 찾는 이가 늘고 있다. 특히 다이어트 상품으로 각광받는다. 양파즙은 지방 함량이 적을 뿐 아니라 고지방을 녹이는 데도 유용하다. 또한 많이 먹어도 부작용이 없고 피를 맑게 해주며 피부미용과 잔주름 예방에도 탁월해 여성에게 인기가 높다.

양파스테이크 /창녕군 농업기술센터

양파즙은 하루에 4~5개씩 3개월 이상 꾸준히 먹어주면 그 효능을 옳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이에 창녕 사람들은 수확시기에 1년치를 미리 준비하거나 수시로 건강원을 찾아 양파즙을 짜 먹는다. 덕분에 이곳에서는 '6개월을 꾸준히 먹어 혈압과 혈당이 정상 수치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습관처럼 있던 일이 발전하여 장점을 낳고 새 길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강창한(43) 씨가 창녕으로 온 까닭도 이와 궤를 함께 한다. 초보 농사꾼은 창녕 양파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했다.

"교단을 떠나신 아버지는 어머니와 창녕으로 내려오셨죠. 어머니 고향이 창녕이라 낯설지 않았거든요. 저 역시도 3년 전에 귀농해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요. 서툴기만 했던 양파 농사도 적응해 가면서 말이죠. 어릴 적 틈틈이 뛰어놀던 곳이 삶의 터전이 된 셈이죠."

창한 씨는 마을에서 가장 젊은 농사꾼이다. 이미 습관처럼 논에 나가 양파를 재배하는 어르신들과는 차이가 있지만 그들이 품은 애착만큼은 확실히 느끼고 있다.

맵고 수분이 많은 양파는 비계가 많아 느끼한 돼지고기 등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입안을 개운하게 하기 때문에 함께 먹으면 좋다. 창녕에서는 양파로 만든 국수도 인기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여기에 정착한 이후로 자연스레 양파와 단호박을 중탕해 양파즙을 만들어 먹고, 장아찌, 양파볶음도 잘 만들어 먹어요. 이분들에게는 이미 생활인 것을 저 혼자 새삼스러워하는지도 모르죠. 오전 5시에 일어나 종일 양파와 함께 한 세월이 몇십 년이니…. 자부심이 대단해요. 많이 배우고 성실히 이어받아야죠."

이곳 사람들에게 '창녕 양파가 다른 지역 양파와 어떻게 다르냐'고 물어보면 다들 얼버무리고 만다. 그러다 불현듯 툭 내던진다.

"달라요. 눈으로는 모르겠는데 먹어보면 확실히 달라요."

그들에게 양파는 이미 습관이고 삶이다.

※이 취재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기업 ㈜무학이 후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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