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대모, 윤석남 작가

윤석남(74) 작가는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대모로 불린다. 그는 지난 1985년 김인순·김진숙 작가와 함께 '시월모임'의 첫 번째 전시를 열었고 이듬해 두 번째 전시회 '반에서 하나로'를 열어 주목을 받았다. 중년 여성들의 현실을 가감없이 표현한 한국에서 처음 선보인 '페미니즘' 미술로 평가됐다.

지난달 28일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열린 '한국의 여성주의' 학술 세미나에서 윤석남 작가를 만났다.

-페미니즘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남성과 여성은 '똑같은 인간'이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다. 페미니즘 하면 어렵고 저항적이다, 거대한 이야기다 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내 작업의 키워드는 '여성, 나무, 어머니'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나한테 적잖은 영향을 주고 힘을 준 사람이 어머니였기 때문에 그것을 작품으로 이야기했고, 1993년 두 번째 개인전 '어머니의 눈' 이후에는 나의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를 해왔다. 이렇듯 페미니즘은 큰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모여서 커지는 것이다."

윤석남 작가와 그의 작품 '블루룸(Blue Room)'. /김민지 기자

-30여 년 전 세 사람의 주부 화가들이 '시월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첫 번째 전시를 열었는데 그 배경은.

"사실 처음부터 여성 미술을 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연발생적으로 세 작가가 모여 '우리의 이야기를 해보자!'라는 데 동의했고 주제를 우리의 삶에 맞춘 것이다. 처음에는 주부가 많이 사는 아파트의 한 벽을 빌려서 전시를 해볼까 생각했지만, 셋 다 용기가 없었다.(웃음) 결국 화랑을 빌려서 전시회를 열었고 주위에선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여성주의 미술'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그 전에도 천경자(1924~)·박내현(1920~1976) 작가 등처럼 여성적 감수성과 여성에 대한 의지가 돋보이는 작품이 있었다. 단지 사회적으로 크게 소리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주목을 받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윤석남 작가 하면 페미니즘 1세대 작가,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라 불린다. 어떻게 생각하나?

"여성주의 미술을 논하는 세미나, 회의 등에 가면 '당신은 페미니스트 예술가라고 불린다. 아직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나'라는 질문을 꼭 받는다. 그 질문은 꼭 여성주의 미술은 과거 유행한 한 장르였다는 이야기를 함유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미술은 화랑 안이든 밖이든 과거든 현재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이 시점에서 작가로서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다면 좋겠다. 난 목숨이 다할 때까지 작업할 것이고, 그때까지 사람들이 '페미니스트 예술가'라고 불러준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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