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심각한 ‘불평등 사회’…보다 평등한 사회로 바뀌어야

<평등해야 건강하다>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은,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사람들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불평등한 사회에선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 형편이 안 좋을 테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단순히 그것만이 아니다.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부유한 사람들조차, 기본적인 의료시설이 충분하지 않거나 각종 생활 환경이 극히 열악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그보다 소득이 낮더라도 상대적으로 평등한 사회의 사람들보다 건강이 더 안 좋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인 윌킨슨은 불평등하고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를 그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불평등한 사회에선 부자들조차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격렬한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 사이의 좋은 인간관계 따위는 아랑곳없이, 모두를 경쟁 상대로 보면서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과도한 육체적/정신적 노동을 해야 하는 데 따른 스트레스가 부자들조차 병들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흡연이나 비만 등이 건강에 안 좋다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는 그보다 더 안 좋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코티솔 등의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한다. 그런데 이 스트레스 호르몬이 지속적으로 분비되면 우리 몸의 모든 부분에 악영향을 미친다. 혈압이 오르고 각종 심장병의 위험이 커진다. 식욕이 증가하여(스트레스성 과식) 비만을 유발하며, 쉽게 지치게 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농도가 짙으면 우리 몸의 면역기능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종 감염성 질병이나 자가면역질환에 잘 걸리게 된다. 결국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기능 저하가 온갖 질병을 불러오는 것이니, 가히 만병의 근원이라고 부를 만하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건강은 극히 위험하다. 한국이야말로 극심한 경쟁사회이며 OECD 최장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과로 사회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사람들은 직장에서건 가정에서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사실 우리나라는 식생활의 측면에서 보자면 전 세계에서 가장 장수할 수 있는 지역 중 하나이다. 육식을 적게 하고, 야채나 해조류 및 생선 등을 즐기며, 김치나 된장 및 마늘 등 건강에 좋은 발효식품과 양념을 지속적으로 먹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가 장수국가 대열에 들어서지 못하는 것은 극도의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 탓이 크다.

   

스트레스를 근본적으로 줄이려면 현재의 사회 체제가 보다 평등한 체제로 바뀌어야 하지만 이건 당장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당분간은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는 수밖에 없지만, 그게 말처럼 쉬우냐는 항변도 맞다. 결국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적절한 방법으로 빨리 해소하는 수밖에 없다. 혼자서만 끙끙 앓지 말고, 친구 및 동료와의 상담이나 각종 사회활동 및 취미생활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어야한다. 괜히 착한 척하면서 화를 혼자서 삭이는 것이 가장 좋지 않다. 어떤 방법으로건 화를 자기 나름대로 풀어버려야 건강해진다.

/이장규 진해드림요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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