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환경변화에도 버틸 수 있도록

바다는 속을 알 수 없다. 바다와 수십 년 씨름한 어민들도 입에서 떼지 않는 말이다. 그러한 바다에 온몸을 내맡기고 있는 멍게는 민감하기까지 하다. 어민들은 늘 마음 졸일 수밖에 없다.

멍게 양식 어민에게 공포로 다가오는 단어가 있다. '물렁증'이다. 1994년 동해안에서 퍼지기 시작해 10년 전부터는 남해안 일대로 확산했다. 남해안 전체 어장은 이 때문에 연간 400억 원 넘는 피해를 보았다.

껍질이 말 그대로 물렁물렁해지다 결국 터지면서 폐사하는 병이다. 그 원인을 알 수 없었으니 더 답답한 노릇이었다. 세균·외부 바이러스 같은 것이 이유일 것이라는 추측만 있을 뿐이었다. 원인을 밝히기 위해 찾은 애꿎은 학자들에게 어민들은 싫은 소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멍게 전문가들이 물렁증 조사를 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그러던 것이 지난해 말 기생충 탓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예방할 방법이 특허출원되기도 했지만, 현장에 적용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통영 멍게는 보통 2월경 첫 수확을 하고 초매식도 연다. 올해는 한 달가량 늦은 3월에야 했다. 지난해 태풍 세 개가 이 지역을 지나쳤다. 그 탓에 바다 위쪽·아래쪽 수온 구분이 없게 됐다. 여름에는 좀 더 낮은 수온을 찾아 아래쪽으로 옮겨두는데, 그 의미가 사라진 것이다.

수산 기관에서는 이러한 외부 환경에 버틸 수 있는 종묘 개량에 나서고 있다. 또한 연중 생산 가능한 것에도 지혜를 짜내고 있다.

그래도 이곳 어민들은 그러한 것보다는 자연이 좀 더 넉넉한 아량을 베풀어 주는 것에 더 기대는 듯하다.

관련기사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