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임 못 받은 장비업체 철수, 시-시공업체 책임 미루기만

2㎞에 이르는 도심 도로를 파헤쳐놓고 공사업체가 장비를 철수해버리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공사 현장 인근 주민과 상인, 보행자들이 큰 불편을 겪으면서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창원시와 시공업체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만 할 뿐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착공한 '마재고개∼어린교 오거리' 구간 자전거 도로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사업은 당초 12일 준공완료될 계획이었으나 도급 업체의 자금 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공정 5%를 남겨놓았을 뿐이고, 양덕동 일대 마지막 구간(석전 지하차도~어린교 오거리)만 마무리하면 될 일인데 언제 공사가 끝날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욱이 보도블록을 파 뒤집어 놓고도 보름 넘게 이를 방치하고 있어 유동 인구가 많은 이 지역 보행자들이 극심한 불편을 겪고 있다. 인근 상인들의 원성도 말이 아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지하차도~홈플러스 마산점∼어린교 오거리 구간 자전거도로 개설 공사현장. 보도블록이 파헤쳐진 상태에서 보름 넘게 방치되어 있다. /김구연 기자

어린교 오거리 주변에서 등산복 매장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지난 10일 보도블록을 들어내는 작업을 시작하면서 2∼3일이면 공사가 끝난다고 하더니만 아예 공사하는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흙먼지가 날리는 것은 물론이고 안전사고 위험도 있다"고 창원시를 질타했다.

창원시 생태교통과 관계자는 '마재고개∼어린교 오거리' 구간 자전거 도로 준공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도급업체가 자금난을 이유로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공업체만 탓했다.

덤프트럭과 포클레인 등을 운용하는 장비업체들이 준공 전에 4000여만 원에 이르는 노임을 지불할 것을 요구했으나 시공사가 자금 부족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이에 장비업체들이 공사현장에서 전원 철수하면서 빚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해당 시공사 대표는 "조속히 공사를 마무리해야 하는데 돈 나올 구멍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0km를 2억 6000만 원으로 공사를 하는 것도 빠듯하긴 한데, 자금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해도 건설회사에는 대출도 잘 안 해주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 업체는 지체상금을 물면서도 아직 정확한 공사 재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창원시는 준공금 9800만 원을 제외하고 모든 비용을 정상적으로 지불했음에도 시공업체가 자금난을 호소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창원시는 시공업체만 압박할 뿐 시민들의 불편을 해결할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시공업체 역시 "창원시에서 장비업체를 좀 더 적극적으로 독려해 공사를 끝마치면 정해진 결제일에 노임은 지불할 수 있다"며 창원시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창원시로서는 이 업체와 계약해지를 하고 새로운 업체를 선정해 공사를 마무리하는 방법도 있지만 "쉽지 않다"고 답했다. 시공업체 측은 "빨리 공사를 마무리하겠다"고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창원시와 시공업체는 공사현장에서 철수한 장비업체들에 대해 '민원을 볼모로 버티기를 한다'는 뉘앙스를 내비치는 등 대책 마련에 대한 의지 없이 남탓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러는 동안 시민들의 생활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도시 모습 역시 날로 흉측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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