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어, 엄마. 저것 봐. 고기가 나올 것 같아.”

“그래. 전에 봤던 만화영화 주인공 ‘파닥이’ 같애. 탈출하려나 봐. 근데 저건 이름이 뭘까?”

아이의 손을 잡은 엄마의 물음이 이어졌다.

두 사람이 서있는 곳으로 눈을 돌리니 수족관의 물고기가 펄떡펄떡 힘이 넘친다. 수족관 바닥에서 물 위로 요동치며 오르더니 금방이라도 수족관을 넘어 뛰어오를 것 같았다. 금방이라도 바다로 도망갈 기세다.

“이건 상어야, 상어.”

아이가 툭 던지듯이 말한다.

“아이구, 얘. 저렇게 작은 상어가 어딨어? 아냐.”

시장을 둘러보던 엄마와 아이의 대화를 들었나보다.

수족관 앞에 있던 아지매가 뜰채로 고기를 잡아 올리더니 아이의 눈앞에 갖다 준다. 고기는 뜰채 안에서도 요동을 친다.

“이놈 말이지예? 개상어요. 개상어!”

“어머, 니 말이 맞네. 얘, 어떻게 알았어?”

“상어처럼 생겼잖아. 엄마, 귀엽지?”

아이와 엄마의 대화를 엿들으며 고기를 찬찬히 들여다보니 길쭉한 상어 모양에 연한 갈색 무늬가 얼룩덜룩하다.

“근데 아주머니, 저건 어떻게 먹어요? 처음 봤는데, 회로 먹는 거예요?”

“아이구 무신 소리라예. 이거 사람들이 올매나 잘 먹는데예. 뼈가 연하고 꼬소해서 횟감으로도 좋고 회무침으로 묵어도 좋고 무시 써리넣어가꼬 매운탕으로 팔팔 끓여 묵어도 좋고. 여게 사람들은 마이 묵습니더예.”

귀동냥으로 아지매 말을 듣고 난 뒤 시장 안을 둘러보니 수족관 여기저기마다 눈에 띈다. 개상어!

개상어./사진 박일호 기자

“이게 머라예? 고소하고 맛있네요. 살도 부드럽고 쫀득쫀득하고.”

바다식당 점심 밥상 위에 올라온 생선이 참조기보다는 살이 많으면서 짭조름하니 입에 당겼다. 온갖 해산물과 생선회를 먹다가 우연히 간 젓가락이 횟수를 거듭했다.

“빨간고기라예. 요서는 열기라고 허고예.”

“아, 이게 빨간고깁니꺼? 근데 빨간 색이 아닌데예?”

“생물일 때는 조디가 새빨갛고 지느러미와 꼬리도 새빨갛심니더. 구우니까 저리 노릇노릇 갈색이 되는 기라예.”

“살이 단단하고 맛있네예.”

“젤루 싼 고기라 사람들이 잘 모리는데 맛은 참 좋은 기라예. 꾸득꾸득 말려 밀가루 묻혀 굽기도 하고 쪄먹기도 하지예. 어디 조기만 고기라예.”

서울 쪽 사람들보다 남쪽 바닷가 사람들이 잘 알고 먹는다는 빨간고기. 값이 싸서 식구 많은 집 밥상에 구워서 올리면 그래도 한 사람당 한 마리는 먹을 수 있다는 빨간고기.

횟감으로도 소금구이로도 조림으로도 다양하게 해먹을 수 있다. 어른 손바닥보다 큰 게 1000원이나 될런지 싶다. 2만원 어치 사면 크고 작은 게 빨간 대야에 한 가득이다. 겨울과 늦은 봄까지가 제 철이다. 알고 보니 불리는 이름도 여럿이다. 눈볼대, 열기, 빨간고기!

열기선어작업./사진 박일호 기자

아지매가 펼쳐놓은 좌판 위에는 조개 등 어패류에서 파래, 돌미역, 미역줄기, 톳 등 바다냄새 가득한 해조류가 여러 가지이다. 근데 이거는 뭐지?

파래하고는 다르다. 매생이하고도 다르고 함초하고도 다르다. 수북이 쌓아놓은, 녹색 실뭉치 같은 게 여러 덩어리다.

“석모라예. 파래 종류입니더.”

“생전 처음 봅니더.”

“아이고 요서는 마이 나는데. 바위에 붙어있는 걸 따는데 완전 자연산이라예.”

“우찌 묵으모는 되는데예?”

“식초에 무쳐 묵는다아입니꺼. 이거 사 가이소. 요기 작은 덩어리는 3000원, 큰 덩어리는 5000원이라예.” 석모!

석모./사진 박일호 기자


“이기 먼줄 압니꺼? 이기 참 귀헌 기라예.”

“광어? 아이다, 도다리라예?”

대답을 빨리 못하고 헤매었다.

“옴도다리라예.”

도다리와 광어를 구별하기도 힘든데 도다리 중 옴도다리라니. 도다리와 광어 구별법으로 고작 알고 있는 건 ‘좌광우도’? 내려다 볼 때 눈이 왼쪽으로 있으면 광어, 오른쪽이면 도다리라는 정도. 그런데 옴도다리라니!

옴도다리./사진 박일호 기자

“도다리보다 훨씬 연하고 달고 맛있습니더. 시세에 따라 다르지만 kg당 7~8만원 합니더. 일반 도다리보다 많이 비쌉니더.”

도다리보다 얼룩덜룩하고 조금 두터운 것 같기도 하다. 줄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옴도다리!

“신선도 100% 회를 집에서 맛보이소~!”

가게마다 눈에 띄는 게 크고 작은 흰 스티로폼 상자이다.

“아이구, 요새는 택배가 많다아입니꺼. 전국에서 주문이 들어오니
까예.”

사량상회 박은경 아지매의 손은 쉴 틈이 없었다. 지느러미와 대가리를 쳐내고 껍질을 벗겨내고…. 칼질이 거듭될 때마다 바구니에서 펄떡이는 횟감들은 깨끗이 손질되어 젓가락질 하기 좋은 크기로 먹기 좋게 스티로폼 상자에 채워졌다.

갑을횟집 김선자 아지매도 수족관에 있는 광어를 뜰채로 들어올리고 있었다. 아지매의 도마 옆에 놓인 큰 스티로폼 상자 바다엔 금방 얼음으로 가득 채워졌다.

“한 상자는 보통 얼맙니꺼?”

“이거는 30만 원이라예. 어떤 고기를 횟감으로 하느냐에 다르지예.
보통 단체 주문에는 도미 같은 비싼 고기는 못하지만.”

“작은 상자는 보통 10만 원 이하, 큰 상자는 20만 원 이상이라예.”

“단골이 대부분이겠네예?”

“그렇지예. 단체 주문은 산악회나 동창회, 마을 잔치 등이라예. 근데 그리 큰 모임 아니더라도 서너 명이서 먹을라꼬 주문하는 것도 많고예.”

선자 아지매는 퀵서비스와 택배 업체가 많이 생기면서 산지에 오지 않고 먼 데서도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거래물량 중 주문배달이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언제든지 주문만 하이소. 싱싱하고, 싸고, 많이 드립니더. 그기 삼천포의 인심이라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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