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문갑·김성립 씨 무죄 선고
해방 후 마산에서 영세중립통일운동을 하다 5·16쿠데타 정권하에서 옥고를 치른 고 김문갑(1909~2004년·사진) 씨와 고 김성립(1917~1982년) 씨가 52년 만에 명예를 회복했다.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형사부(부장판사 이흥구)는 고 김문갑 씨의 아들(62)과 고 김성립 씨의 아들(66)이 재심청구한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고 김문갑 씨는 해방 이후 건국동맹 조직위원, 조선인민당 중앙위원, 근로인민당 중앙위원을 역임했다. 1960년 4·19 혁명 이후 사회대중당 마산시당준비위원장을 맡았으며, 그해 11월 한국영세중립화통일추진위원회(이하 영세중립위원회)를 조직해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또 고 김성립 씨는 해방 후 대동청년단 마산지구단장, 민주국민당 마산시당부위원장, 조선일보마산지국장, 마산언론인협회장을 했다. 1960년 7월 총선거에 한국사회당 후보로 민의원에 출마하기도 했으며, 그해 11월 영세중립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마산에서 진보·통일운동을 벌이던 이들은 5·16쿠데타 이후 특수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쿠데타 세력이 두 사람을 감옥에 가둔 근거는 1960년 11월 6일 당시 마산시 자산동 무학국민학교에서 영세중립위원회 발기대회를 연데 이어 그해 11월 선언문을 국회와 미국대사관 정치담당관에게 배포했으며, 12월 28일 무학국민학교에서 1000여 명이 참석한 영세중립위원회 보고대회를 연 혐의였다.
이와 함께 이들이 5·16쿠데타 전인 1961년 3월 당시 장면 정부가 반공법과 데모규제법 등 2대 특별법 제정하려 하자 '2대법 반대 마산시공동투쟁위원회'를 꾸려 가두방송, 플래카드를 내걸고, 3월 25일 무학국민학교에서 4000여 명을 모아 2대 특별법 반대 시민궐기대회를 연 것이다.
쿠데타 세력이 1961년 만든 '혁명재판소 및 혁명검찰부 조직법'에 따라 설치된 혁명재판소는 그해 12월 7일 고 김문갑·김성립 씨에게 각각 징역 10년과 5년을 선고했고, 두 사람은 옥고를 치렀다.
두 사람은 고인이 됐지만 세상이 바뀌면서 명예회복의 길이 열렸다. 지난 2009년 10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5·16쿠데타 직후 인권침해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하고, 법원의 재심과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고 김문갑·김성립 씨의 아들은 지난해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해 법원에 재심청구를 했고 무죄선고를 받았다.
재심을 맡은 재판부는 두 사람의 통일운동에 대해 "북한이 영세중립화 통일론과 동일 또는 유사한 방안을 주장한 사실이 없었고, 그 내용도 북한의 연방통일안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북한의 사회주의·공산주의를 제창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 "2대법 제정을 반대한 행위가 비록 당시 정부 입장에 어긋나는 것이었더라도 이는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는 영역에 속하고, 정부와 다른 견해를 밝히는 것만으로 북한의 활동을 고무·동조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