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명 : 깽깽이풀
학명 : Jeffersonia dubia Benth. & Hook. f. ex Baker & S. Moore

3월에 복수초와 노루귀, 변산바람꽃의 시즌이 끝나면 4월에 가장 기다려지는 꽃이 깽깽이풀이다. 봄을 알리는 노란색, 흰색, 분홍색이 아닌 매우 미묘한 보라색인데다가 혼자가 아닌 떼로 피어 보는이로 하여금 행복감이 밀려들게 하는 꽃이다.

2007년 이 꽃을 처음 봤을때 ‘어머.. 세상에 이런 꽃도 있었나’ 할 정도로 그 미모에 넋을 잃고 한참을 바라보았던 기억이 있다. 소담하게 모여 있는 잎은 마치 연잎을 축소해놓은 듯한 모양이 며 잎 사이로 가늘게 올라오는 꽃은 노랫말처럼 손대면 톡 하고 떨어질 정도로 하늘하늘 거린다. 꽃잎이 어찌나 가녀린지 예쁘게 사진 찍을 거라고 꽃 모양새를 손질하다가는 십중팔구 꽃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하지만 꽃잎이 떨어지고 나면 그 속에 여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미미의 요술 봉’이 뿅! 하고 나타난다(광붙이꽃등에 사진 참조).

광붙이꽃등에./안수정

사실 깽깽이풀의 꽃잎은 진짜 꽃잎이 아닌 곤충을 유혹하는 헛꽃잎이고 진짜 꽃은 미미의 요술 봉이다. 요술봉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게 처음에는 요술봉이었다가 완전히 만개하면 연꽃이 쫙 벌어지는 것처럼 벌어져 요술을 부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나저나 이 꽃은 이름이 특이해도 너무 특이해서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을까 매우 궁금했었다. 봄에 올라오니 낑낑거리고 힘들게 올라와서 이름 붙였다는 설도 있지만 ‘그럼 봄에 올라오는 녀 석들은 모두 힘들지 않나’라는 생각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자료를 찾다가 비교적 제일 정 확해 보이는 내용을 발견했다. 깽깽이풀의 씨앗에는 꿀선이 있어서 개미가 식량으로 이용하려고 물어 가는데 물어가다가 놓치게 되면 개미가 걸어갔던 길을 따라 깽깽이풀이 올라온다고 한다. 개미는 보통 줄을 지어가기 때문에 깽깽이풀도 줄을 따라 나는데 그게 마치 깨금발을 뛰는 듯한 간격으로 난다고 해서 깽깽이풀이라고 이름 지어졌다는 설이다. 이 정도면 그래도 수긍해줄만한 내용이 아닌가 싶다. 개미가 줄을지어 깽깽이풀 씨앗을 물어가는 모습! 영차영차~ 생각만해도 즐거운 모습이다.

깽깽이풀./안수정

깽깽이풀 씨앗은 개미가 물어가지만 수정은 다양한 곤충들이 하는데 이른 봄 눈을 떠 아직 정 신도 혼미한 1cm도 안 되는 광붙이꽃등에가 열심히 꽃 위를 날아다닌다.

깽깽이풀은 마치 부케처럼 한곳에서 몽땅 자라기 때문에 한번 눈에 띄었다하면 너도나도 캐간다. 특히 요즘은 화원에서 이걸 캐다가 야생화라고 판매한다고 하는데 제발 이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몇 년 동안 보아온 결과, 올해 깽깽이풀을 보았다 하더라도 그 다음해에 그 자리에서 또 볼 수 있으리라는 설렘을 접은 지 오래다.

깽깽이풀./안수정
깽깽이풀./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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