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은 달라도 최고의 열정으로 서로 교류한다"

“여자니까...”, “여자라서...”

박순조(53·김해 부국꽃판매장 대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남지회장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다.

“여자라서 못하는 것은 없습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 꼼꼼한 어머니의 힘! 이런 것들은 남 성들이 따라 올 수 없는 부분입니다. 또 남성 보다 조금 부족한 부분은 그 만큼 노력하면 얼마든지 뛰어넘을 수 있지요. 여성 스스로가 자신을 여성이라는 울타리 안에 가두지만 않 는다면 분명히 성공할 수 있습니다.”

남성 중심의 사고가 뿌리 깊은 우리나라에서 여성 사업가로서 성공하기까지 맞닥뜨려야 했을 수많은 난관을 그가 어떻게 뚫고 왔는지 짐작케 하는 말이었다.

박순조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남지회장./박일호 기자

박순조 회장과의 인터뷰는 오후 2시에 시작됐다. 박 회장은 이날 오전 중소기업중앙회 경남 지역본부에서 열린 중소기업 힐링센터 현판식에 참석했다. 행사에는 안병규 경남지방중소기 업청장, 정재기 중소기업중앙회 경남지역본부장, 임득문 중소기업진흥공단 경남지역본부장, 조문기 경남신용보증재단이사장 등 도내 중소기업 관련 주요 기관장이 참석했다. 박 회장은 여성경제인을 대표해 이 자리에 참석했다.

행사가 끝나고 참석자들은 인근 반송시장으로 자리를 옮겨 칼국수를 먹고 시장 상인들과 간 담회를 열었다. 박 회장은 인터뷰 때문에 간담회 자리를 비웠다.

“인터뷰만 아니었으면 꼭 그 자리에 참석해서 시장 상인들의 말씀을 듣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라고 말했다.

도내 여성기업·경제인 지원하는 역할

박 회장은 지난 2월 26일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제6대 경남지회장으로 취임한 이후로 전 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경남 도내 각 산업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기업의 발전과 여성CEO들의 화합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도내 여성CEO 단체간의 화합을 통해 여성CEO 단체가 지역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박순조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남지회장./박일호 기자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남지회는 1999년에 제정된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법정 단체다.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은 여성기업의 활동과 여성의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여 성의 경제활동을 높이고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제정한 법이다. ‘여성기업’은 여성이 소유하거나 경영하는 기업을 말하며, ‘여성경제인’에는 여성기업을 대표하는 경영인과 이들 기업에서 최고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여성 임원이 포함된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남지회에 는 도내 여성CEO 약 100명이 활동하고 있다. 기업의 형태는 주식회사 법인에서부터 개인 사업자까지, 제조업에서부터 서비스업까지 모든 업종이 망라되어 있다.

경남 도내에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남지회 말고도 (사)경남여성경영인협회가 있다. (사)경 남여성경영인협회 역시 도내 여성CEO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단체다. 비슷한 성격의 단체 두개가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박 회장은 “각종 친목 동아리 모임 등을 통해 회원 상호간의 친목과 우호증진은 물론 여성 경제계를 이끄는 선도적인 역학을 통해 경남지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데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라며 “서로 하는 일이 달라도 최고의 열정으로 동등한 기회를 추구하고 관심과 배려 속에 서로 교류하는 여성경제인 단체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도내 여성기업과 여성경제인을 지원하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데도 온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남지회는 (재)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 경남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재)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 경남센터는 여성 예비·신규 창업자가 성공적으로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여성기업의 애로사항 상담과 해결을 지원하고 여성기업의 판로·판매를 지원한다. 또 기술, 경영, 무역 등 교육연수를 지속적으로 시행해 여성경제인의 경쟁을 높이고 있다. 아울러 창업 여성기업에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창업보육을 지원한다. 이 밖에도 저소득 여 성가장이 생계형 창업을 원하면 1인당 최고 3000만 원까지 점포임대보증금을 저리로 지원 하는 등 직접적인 지원사업도 한다.

박순조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남지회장./박일호 기자

현재 경남센터에는 (주)비컴, 성풍, 뜻있는 주식회사, (주)에스에스, (주)커리어랩 경력개발센 터, (주)리더스 아카데미, 부경사이버교육센터, 네오디자인연구소, 굿이미지컨설팅 등 10여 개 기업이 입주해 성공의 꿈을 키우고 있다.

바쁘지만 건강, 살림도 빈틈없이 챙겨

박 회장의 집 시계 알람은 새벽 4시에 맞춰져 있다. 그의 하루 일과가 새벽 4시에 시작된다는 얘기다.

매일 새벽 불교방송을 켜놓고 불교식 기도부터 시작한다. 오늘 하루 해야 할 일을 생각해보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박 회장만의 건강법을 시행한다. 참기름이나 들기름, 해바리기기름으로 가글을 한다. 20분 정도 입속에 기름을 머금고 있다가 뱉어낸 뒤 미지근한 물로 씻어내고 이를 닦는다. 이렇게 하면 구강과 장이 튼튼해진다. 우선 이와 잇몸이 시리지 않게 된다. 박 회장은 예전 에는 이가 시려 찬물도 못 마실 정도였지만 지금은 찬물을 마셔도 이가 시리지 않다고 한 다. 또 이 건강법을 하기 전에는 위와 십이지장이 헐어 힘들었는데 지금은 아주 편안하다. 또 예전에는 밀가루 음식을 거의 먹지 못했는데 지금은 밀가루음식을 먹어도 전혀 부담이 없다.

박 회장이 추천하는 건강법이 한 가지 더 있다. 박 회장은 매일 아침 목욕탕에 가서 목욕을 하고 헬스트레이닝을 한다. 헬스트레이닝 중에서도 걷기와 거꾸로 매달리기를 빠뜨리지 않 는다. 박 회장은 특히 거꾸로 매달리기에 정성을 들인다. 수십 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스스로 몸을 돌볼 시간이 없었다. 그 때문에 어느 순간 허리가 아파 병원 진단을 받아 보니 척추협착증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종아리가 퉁퉁 붓고 무릎도 아팠다. 하지만 거꾸로 매달리기를 꾸준히 하게 되자 다리 부종도 사라지고 무릎 통증도 거의 없어졌다. 박 회장은 거꾸로 매달리기를 하려거든 최소한 한 번에 10분 이상 하라고 권했다. 너무 짧은 시간에 끝내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박순조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남지회장./박일호 기자

매일 아침 보통의 주부들처럼 가족들을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흔히 여성기업인이라고 하면 바쁜 업무 때문에 가정 살림은 뒷전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기 쉽지만, 박 회장은 업 무는 업무대로 살림은 살림대로 철저하게 한다.

살림살이 대한 질문이 나오자 박 회장은 맛있는 김장 비법을 알려준다. 다시마, 멸치, 새우 등 해물을 넣어 다시물을 낸다. 식힌 다시물을 끊이고 거기에 찹쌀가루와 버섯가루, 들깨가 루를 넣어 죽을 만든다. 그 죽에 김치양념을 넣고 버무려서 김치속을 만들어 김장을 하면 김치맛이 기가 막힌다.

화훼중매는 믿을만한 판로 확보가 관건

박 회장은 1986년 김해시청 인근에서 꽃가게를 시작했으며 현재도 이 꽃가게를 운영 중이 다. 박 회장은 꽃집 운영과 함께 부경원예농협공판장과 영남화훼원예농협공판장에서 중매인 으로 일해왔다. 경매받은 꽃을 전국 꽃 중도매상에 공급하는 사업을 해오고 있다.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은 새벽 1시에 경매가 이뤄지고 광주광역시 화훼공판장은 새벽 4시, 부산·김해 화훼공판장은 아침 8시에 경매가 진행된다. 박 회장은 가족들의 아침식사를 챙겨 준 뒤 공판장으로 출근한다.

박순조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남지회장./박일호 기자

공판장에서는 치열한 단가 싸움이 진행된다. 먼저 경매가 진행된 서울 양재, 광주의 꽃 경매 가격을 제대로 파악해야 이곳 경매에서도 좋은 가격에 좋은 꽃을 낙찰 받을 수 있다.

박 회장은 “좋은 꽃을 골라내는 안목이 있어야 중매인으로서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좋은 꽃의 조건으로 두세 가지를 꼽았다.

꽃이 크고 색이 선명하며 싱싱할 것. 이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좋은 꽃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판단 착오로 이런 꽃을 낙찰 받게 되면 거래처에서 좋지 않은 꽃을 보냈다고 욕을 먹게 되고 이런 경우가 누적되면 거래 관계가 끊어지게 되는 것이다.

세상의 많은 업종에 진입장벽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해당 업종에 진출하려면 특정한 요건을 갖추거나 치열한 경쟁을 벌여 승리해야 해당 업종에 진출할 수 있다. 하지만 화훼공판장 중 매인은 진입장벽이 없다. 중매인으로 등록하고 꽃 경매에 참여하면 중매인이 된다. 중매인 만 된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예상한다면 큰코 다친다. 거래처가 있어야 한다. 낙 찰 받은 꽃을 판매할 거래처가 있어야 한다. 꽃을 낙찰 받았는데 팔 곳이 없다면 꽃은 금방 시들고 만다. 경락 대금만 날리게 된다. 화훼중매업계는 신뢰할 만한 판로가 있느냐는 것이 곧 진입장벽인 셈이다.

박 회장이 공판장에서 경매낙찰 받은 꽃은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꽃시장을 비롯해 전남 광주, 전주, 목포 등 전국 30곳 안팎 꽃도매상으로 팔린다. 많을 때는 연간 매출액이 20억 원에 이르기도 한다.

박 회장이 운영하는 부국꽃판매장에는 온 가족이 일한다. 남편 주문규(55)씨는 물론이고 큰 아들 내외와 배송기사 2명 등 자그마치 7명이 일한다. 박 회장이 좋은 꽃을 낙찰 받으면 나머지 가족과 직원들이 배송을 한다. 배송는 주로 50kg 상자 단위로 하고 고속버스편으로 전국 배송을 한다. 여기다 큰아들은 장례식장에 영정꽃을 납품하는 사업을 따로 하고 있다. 작은 아들 역시 대학에서 조경을 전공하고 있다. 올해 4학년이다.

김해 여성팔각회로 오랜 봉사 활동

박 회장은 꽃 사업을 하다보니 꽃으로 상을 받은 적도 있다. 매년 김해 진례에서는 도자기 축제가 열리는데 박 회장이 솜씨를 발휘해 높이 5m짜리 초대형 꽃탑을 만들었다. 도자기축 제에는 유난히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한다. 축제장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들 조차도 박 회장이 만든 꽃탑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나중에 축제위원회에서 박 회장에게 고맙다며 공로상을 주었다.

박 회장은 2011년∼2012년 김해 여성팔각회 회장을 지냈다. 그 전에는 9년 동안이나 총무 일을 봤다.

박 회장은 바쁜 중에도 매월 1∼2일은 만사를 제쳐놓고 홀몸노인이나 고아원 같은 사회복지시설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김해 여성팔각회에서부터 해오던 봉사활동이다. 과 거에는 지역 교도소와 구치소 등을 방문해 재소자들을 상담하고 격려하는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박 회장의 특이한 이력 중에 하나가 웃음교육강사 1급 자격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봉사 활동을 다니다가 취득하게 됐다는 자격증이다. 홀몸노인들이나 복지시설 아이들을 찾아가면 ‘웃음’이 정말로 요긴하게 쓰인다. 노인들도, 아이들도 행복하게 만들고 박 회장 스스로도 행복해지는 비결, 바로 ‘웃음’이다.

박순조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남지회장./박일호 기자

인터뷰를 마친 박 회장은 “우리 사무국에 여직원들만 있는데 인터뷰 하러 오면서 맛있는 것도 사오지 않고 빈손으로 왔느냐?”며 타박을 했다. 기자질(?) 하면서 이렇게 취재원으로부터 타박을 당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단체장이라 하더라도 기자를 만만하게 대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박 회장은 까까머리 동생 나무라듯 통박을 줬다. 웃음 기 많은 얼굴이었긴 했지만 마지막까지 여걸다운 모습이었다.

18번 노래는 황진이, 주량은 소주 1병, 무학 좋은데이를 좋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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