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내시경 받다 중독…2년간 548차례 투약

속칭 '우유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이 연예계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까지 유혹하고 있다.

40대 가장이 2년 동안 전국의 병원에 다니며 무려 548회나 수면유도제를 상습적으로 맞다가 붙잡혀 징역형을 받았다. 이 사건을 통해 수면유도제의 중독성이 얼마나 강한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009년 마이클 잭슨 사망원인이 '급성 프로포폴 중독'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프로포폴이나 미다졸람은 성형이나 내시경 시술할 때 강제로 잠들게 하는 수면유도제. 자주 맞으면 의존성이 강해지는 중독 증상 부작용 때문에 미다졸람에 이어 프로포폴은 2011년 2월 마약류로 지정됐다.

   

농기계 제조업체 사장인 ㄱ(46) 씨는 지난 3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구속됐다. 아내와 자녀 2명 둔 평범한 가장인 그는 지난 2011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2년 동안 경남뿐만 아니라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충북 등 전국 310곳 병원을 돌며 수면 내시경 검사를 받는 방법으로 프로포폴과 미다졸람 등을 548회나 맞았다.

그가 2년 동안 수면내시경 투약을 받은 횟수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빼면 매일 맞은 셈이다. 많게는 하루에 7번을 맞았다.

그를 붙잡았던 경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 경찰에서 어떻게 해주었으면 한다'고 진술할 정도로 중독증세가 심각했다"고 전했다. 또 경찰은 "맞고 나면 개운한 기분이라고 하더라. 끊으려고 했는데 병원간판만 보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겠더라고 했다"고 말했다.

재판을 받아오던 그는 지난 26일 1년 6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또한, 법원은 수면유도제를 맞을 때 낸 비용 2862만여 원을 추징했다.

그는 어떻게 프로포폴에 중독됐을까. 재판과정에서 그는 위암 의심 의사소견과 암 투병 가족력 때문에 여러 군데 위내시경 검사를 받다가 자기도 모르게 중독됐다고 했다. 당시 변호인은 "위암 의심 판정을 받았고, 사촌 동생이 위암 투병하다가 지난해 사망, 부친도 위 수술을 받아 극도로 심리가 불안한 상황에서 여러 병원에 다니며 진료를 받았고, 내시경 검사 권유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빠져들었고, 중독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했다고 했다. 더구나 상습적 투약자로 들킬까 봐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직원과 가족, 거래처 직원, 입사지원자 등 10명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405차례 수면유도제를 맞기도 했다.

병원에서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수면유도제를 맞고 잠에서 깨 94차례나 진료비를 내지 않고 달아나기도 했다.

그가 2년 동안 상습적으로 투약할 수 있었던 것은 마약류로 지정돼 있지만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종합병원 소화기내과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위암 발병률이 높아 정기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하도록 하고 있고, 속 쓰리다며 궤양 증세를 호소하면 해줄 수밖에 없다"며 "전산화해서 중복처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루에 여러번 내시경을 한데 대해서는 "검사도 5~10분만 하면 되고 시술이라면 합병증 생길 수 있지만 검사는 문제없다. 목이 불편할 수 있지만 점막에는 손상이 없다"고 말했다.

재판장은 그에게 약을 맞았을 때 흥분되는지 안정되는지, 어떤 점이 좋았는지 묻기도 했다. 그는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없고 단잠을 자고 싶은데 누가 깨우는 것 같아 또 맞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후변론에서 "진짜 어리석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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