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 "큰 기업보다 착한 기업 운영하고 싶어"

건설사 3곳을 운영하는 기업인이지만 ‘환경사진가’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도 유명한 이가 있다. 그는 조성제(56) 원광종합건설주식회사 대표이사다. 조성제 대표를 아는 이들에게 그에 대해 물으면, 곧바로 ‘습지 사진 찍으시는 분’이라는 답이 먼저 나온다. 지난 8일 오전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에 있는 원광종합건설주식회사에서 조 대표를 만났다.

조성제 대표는 명함을 건네주면서, 다른 기업인과 이름이 똑같아서 헷갈리는 분들이 많다고 인사를 했다.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인 조성제 비엔그룹 명예회장과 이름 석 자에 한자까지 같다고 했다.

회사 사무실에는 미술 작품과 자신의 사진 작품이 비치돼 있다. 봉암갯벌을 다니며 찍었다는 흑백으로 된 습지 사진이 눈에 띈다. 그는 봉암대교를 다니면서 어느 날 보니 70∼80년대 산업화로 폐허가 된 갯벌이 다시 살아난 게 보여서 사진을 찍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발과 환경이 공존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개인 사진전 여는 ‘감성 기업인’

지난 2005년부터 2년간 출근 전 새벽마다 마산 봉암갯벌에서 사진을 찍어 지난 2007년 습(濕) 사진전을 열었다. 이후 창원 주남저수지를 새벽마다 찾은 끝에 2010년 ‘하얀 여백(White Space)’이라는 사진전도 개최했다. 지금은 창녕 우포늪을 주제로 사진 셔터를 누르고 있다고 했다.

조성제 대표의 연작 ‘우포 Wet - Lands’
조성제 대표의 연작 ‘우포 Wet - Lands’

회사 곳곳에 수상 상패도 보였다. 그는 지난 2001년 경상남도 도지사 표창, 2004년 행정자치부 장관 표창, 2005년 창원세무서장 표창장, 2008년 경상남도 경남메세나인상, 2009년 제62회 건설의 날 대통령 표창, 2009년 법무부장관 표창장, 2010년 경상남도 자랑스러운 건설인상 수상 등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조성제 대표는 원광건설, 원광종합건설, 한길종합건설 세 업체를 운영하면서, 사진을 꾸준히 찍고 개인 사진전을 여는 데서 그의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사)경상남도 장애인재활협회 회장, 대한적십자사 경남지부 부회장, 창원지방검찰청 조정위원회 부위원장, 경남오페라단 운영이사, 경남메세나협의회 운영이사, 합포문화동인회 이사, 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 부회장, 푸른우포늪사람들 이사, 창원YMCA 이사, 경상남도 분쟁조정위원회 위원, 우포늪 따오기학교 이사 등 가진 직함만 10개가 넘는다.

어떤 분야든 관심을 두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그는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면 못해낼 일이 없다고 했다. 사진을 찍는 것은 조금 더 일찍 일어나 출근하기 전 새벽에 다녀오면 되고, 단체 활동은 한 달에 한두 번씩이어서 일정을 잘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문화 예술 등에 관심이 많은 그는 도내 작품 전시가 열리면 거의 다 찾아가는데 창원에서 열리는 전시는 점심때를 잘 활용한다고 했다. 점심을 일찍 먹고 남은 시간에는 작품을 감상하는 식이다.

창녕 우포늪 출사 모습.

언제부터 사진이나 문화예술 활동에 관심을 두게 됐을까. 그는 어릴 적부터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아버지가 사군자를 그리고, 서예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고, 주변에 사진을 찍는 친구들도 많았다고 했다. 20대 때 사진을 즐겨 찍었고, 고향인 경북 영덕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한 후에는 동호회 활동도 했단다. 거제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작가 김아타도 부산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30대 중반 직접 건설업체 차려

그는 사진을 즐겨 찍었지만, 전공인 경영학을 살려서 건설업체에 입사했다. 중견건설업체인 서울 흥아공업에서 7, 8년간 근무를 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1992년 건설업체를 차렸다. 창원에는 전혀 연고가 없었지만, 서울 회사에서 출장을 자주 다니던 곳이어서 자신 있었다고 했다. 30대 중반에 조그마하게 시작한 업체가 20년이 흐른 지금은 연매출이 700∼800억 원에 달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직원도 초기엔 7, 8명이었지만, 지금은 60∼70명으로 늘었다. 주로 관급 공사 위주로 건설 공사를 해왔다. 관급 공사 수주가 70∼80%, 나머지는 개인 공사다. 업체는 토목, 건축, 플랜트 등 다양한 공사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환경 쪽 공사를 많이 맡고 있다고 했다. 거제, 사천시 생활폐기물 소각시설, 산청 가축분뇨처리시설 등을 지었다. 한해 40곳 정도 공사를 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물은 지난 2007년에 지은 김해시 장애인복지관이라고 했다. 그해에 그 건물로 경남 건축대상을 받았다. 또, 지난해에 고성 공룡 엑스포가 ‘하늘이 내린 빗물, 공룡을 깨우다’라는 주제로 열렸는데, 여기에서 공룡에 빗물을 내리는 공사를 서울대학교 기술 연구진과 컨소시엄 해서 마무리한 것도 기억에 남는 공사로 꼽았다. 진주 공공하수처리 총인처리시설에서는 특허공법을 제안해 공기를 단축하고 공사비도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20여 년간 업체를 이끌면서 어려운 일도 많았다. 특히 IMF 직전에는 공장 신축건설을 많이 수주했지만, 기업들이 부도를 맞으면서 일을 그대로 진행하기 어려웠다. 다행히 IMF 이후 국가 차원에서 경기 활성화를 위해 SOC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였고, 여기에 참여하면서 공공 공사를 하면서 사업을 확장했다.

조성제 원광종합건설(주) 대표이사./김구연 기자

공정위, ‘하도급 모범업체’로 선정

기업 경영을 하면서 원칙도 몇 가지 세웠다. 초창기 때 전문건설업을 할 때 수금의 어려움을 알게 됐다. 이 때문에 종합건설업을 하면서 협력사에 대한 결제 시스템을 바꿨다. 건설업체들이 현금이 아닌 어음을 많이 쓰지만, 조 대표는 현금 결제를 원칙으로 했다. 관급공사로 현금을 받고서 협력사에는 어음을 주는 것은 상도의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현금 결제를 통해 협력사의 자금 흐름을 돕는 게 결국 회사에도 도움이 된다고 여겼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하도급 모법업체’로 선정됐다. 협력사와 상생협력을 잘해왔다는 이유에서다. 전국 1만 3000여 개사 가운데 16곳만이 그 상을 받았다. 건설협력증진대상 공로부문 수상도 함께 받았다.

조성제 원광종합건설(주) 대표이사./김구연 기자

연간 기부금 1억 원 기부계획서

또, 그는 체계적으로 1년 기부계획서를 짜고 있다. 기업 이익금의 5∼6%를 기부하겠다는 기준을 세워놓고 있다. 직원들도 매달 1만 원씩 모아서 매칭 펀드 형식으로 어려운 이들을 돕고 있다. 가령, 직원들이 50만 원을 기부하면, 회사가 50만 원을 보태 100만 원을 기부하는 형태다. 연간 기부금만 1억 원 안팎이라고 했다.

예술에 대한 관심은 기업 메세나 활동으로 이어졌다. 경남메세나협의회 운영이사로 활동하는 그는 경남 국제 사진페스티벌 등을 개최하는 경남사진학술연구원도 후원하고 있다. 시민들의 관심이 높은 사진 예술이 더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줬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조 대표는 ‘돈 잘 버는 게 기술이고, 돈 잘 쓰는 게 예술’이라는 말을 금과옥조로 삼고 있다. 그런 그가 롤 모델로 삼는 도내 기업인이 최충경 경남스틸 대표이사(창원상공회의소 회장)다. 세계적인 기업가, 한국의 재벌 기업가 등이 많이 있지만, 가까이에서 찾은 롤 모델이 최충경 대표이사였다는 것이다. 그의 활동을 보면, 기업의 이윤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좋은 본보기가 된다고 했다. 최 대표이사는 이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하고, 문화예술 메세나 활동이 어떤 것인지도 알려낸 이라고 설명했다. 조성제 대표는 경상남도 장애인재활협회 회장도 최 대표이사 후임으로 이어받았다.

조성제 원광종합건설(주) 대표이사./김구연 기자

“지역에서 나눔과 봉사 실천하겠다”

조 대표는 자신이 좋아하고 즐기는 사진 작품으로 기부까지 하고 있다. 몇 차례 사진전에서 사진을 판 돈으로 단체에 기부까지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는 게 행복이라 생각한다. 내겐 사진을 찍는 활동이 그렇다. 사진 작품으로 소외된 계층도 돕고, 기부도 할 수 있어서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을 즐겨서 수익을 창출하고, 그 수익으로 어려운 이를 돕고, 다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는 ‘선순환’ 구조다.

요즘은 사진을 찍으러 우포늪을 거닐면서 건강까지 챙긴다는 그다. 주말에 집에서 푹 쉬려다 가도 앞으로 우포늪과 관련한 사진전을 열겠다는 목표가 생기니 주말에도 카메라를 들고 나서게 된다고 했다. 매일 모습을 달리하는 자연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사진으로 담으려는 욕심에서다.

그는 “큰 기업을 이끌고 싶은 마음보다 지역 사회에서 ‘착한 기업’으로 존경받는 업체를 운영하고 싶은 욕심이 크다. 지역 사회에서 나눔과 봉사를 꾸준히 실천해나가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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