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이후 청소년 학원교습시간 제한 추진 논란

정부가 지역별로 자율 시행하는 학원의 심야교습시간을 전국적으로 통일하고, 개인과외 심야교습시간도 제한하는 내용의 학원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청소년의 신체·정신적 건강보호와 공교육 정상화 등이 이유다. 하지만, 학원업계 등 사교육업계는 정부가 과도하게 민간 영역에 개입한다며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교습시간 손 본다 = 교육과학기술부 평생학습정책과 이동준 행정사무관은 "현재 학교교과 교습학원, 교습소 교습시간은 시·도 조례로 정하고 있다. 학원의 교습시간 제한과 관련해 시도와 협의 과정에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된 바는 있으나 교과부차원에서 확정한 바가 없다"고 밝히면서 최근 언론에 보도된 '전국 학원 심야 교습제한 오후 10시로 통일 추진' 보도에 대해 해명했다.

하지만, 앞으로 교습시간은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창원 성산구 상남동의 학원가 모습. /김구연 기자

이 사무관은 "현재 시도와 협의하는 과정으로 기존대로 두거나 조정될 수 있지만 학생들의 건강 수면권 등을 위해 검토되어야 할 부분이다. 그래서 학원뿐만 아니라 개인과외까지 포함할 예정이다"며 "오래전부터 교습시간을 제한하려고 했다. 지난 2009년도에 헌법재판소는 학원의 심야교습 시간을 제한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합헌이라는 결정도 내렸다. 하지만 업계 반발이 너무 커 빨리 추진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청소년기 건강보호와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비 절감 등을 위한 학원법 개정안이 올 상반기 구체화된다고 밝혔다.

◇"늦은 학원 공부, 건강 우려" = 정부는 이번 학원법 개정의 첫 번째 이유로 청소년들의 건강권 침해를 꼽는다. 학원·개인과외의 심야 교습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여성가족부가 지난 2010년 12월에 발표한 '청소년 수면실태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수면시간이 평일 평균 6시간 31분으로 가장 짧았고, 고등학생의 96.4%가 평일 적정 수면시간 미만으로 심각한 수면 부족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청소년(만 10~24세) 수면시간을 분석한 결과 평일 평균 7시간 32분으로 적정 수면시간 8시간 30분과 비교하면 전체 75.3%가 적정 수면 미만이었다.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수면부족의 원인으로 과도한 사교육 경험과 컴퓨터 게임 등 인터넷 사용을 지적하면서 청소년 시기 수면 부족은 성장 발달과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학업성적 저하와 주의력 결핍 등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당시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수면권 보장을 위해 학원 심야교습시간을 밤 10시로 제한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10시 이후 학원심야교습 제한'으로 시끄러웠던 지난 2007년 당시 국가청소년위원회(현 청소년보호위원회)는 학원을 수강하는 청소년의 48.9%가 3과목 이상 수강하고, 52.2%는 하루 3시간 이상 학원생활을 한다고 발표했다. 또 학원수강 고교생 63.8%는 오후 11시 이후 귀가하고, 87%는 자정 이후 잠자리에 든다는 자료를 내놓기도 했었다.

지난 12일 경남학원연합회 소속 18개 시·군지회 회원들이 경남도교육청 후문에서 학원교습시간 단축을 기본으로 하는 정부의 학원법 개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박일호 기자

◇학원가, 음성과외 풍선효과 우려 = 이에 대해 학원업계는 일률적으로 교습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며 학원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다.

학원 운영자 모임인 경남학원연합회(회장 김성진)는 지난 12일 경남교육청 앞에서 "학원 죽이는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획일적이고 강제적인 보충수업도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경남도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시행으로 14일부터 초등학생 대상 학원의 교습 시간이 오후 9시, 중학생 대상 학원 오후 11시, 고등학생은 밤 12시까지 제한돼 어느 정도 감수하는 현실에서 정부의 학원법 개정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성진 회장은 "정부는 지역 실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시간을 제한하려고 한다. 이는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다. 사교육비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교습 시간을 오후 10시로 정하면 개인 과외 학생이 늘 것이고, 이는 오히려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킨다. 또 심야교습이 금지되면서 학생들이 주말까지 학원에 나와 공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창원의 한 학원 관계자는 "경남도 조례 시행 이후 학생들이 보충수업을 위해 주말에도 학원에 나온다. 주말에는 쉬어야 하는데 안쓰럽다"고 했다.

경남학원연합회는 학원 교습시간을 단축하는 대신 불법 과외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남지역 시·군에 신고된 개인과외교습자의 점검 실태가 아주 낮다고 지적했다. 창원 1.7% 등 김해, 진주 등의 점검률이 1% 안팎이라고 했다.

경남교육청에 따르면 경남지역에는 총 5187명이 개인과외교습자로 신고되어 있다. 2012년 12월 31일 기준 창원 1962명, 김해 1170명, 양산 613명 등이다. 반면, 이에 대한 점검 건수는 각 34·32·61건으로 나타났다. 또 적발된 건수가 한 해 30건을 넘지 않았다.

또 교육과학기술부 '개인과외 학원법 위반처리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8년 211건, 2009년 742건, 2010년 527건, 2011년 346건, 2012년 6월까지 457건의 불법 과외교습이 적발되는 등 갈수록 커지는 개인과외시장에 반해 적발 건수는 높지 않았다. 경남학원연합회는 학원을 규제하면 풍선 효과로 불법 심야 과외가 성행하게 되고,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망은 = 정부는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이하 학원법)'을 개정해 학원·교습소와 개인과외 심야 교습시간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규정할 수 있는 안을 올 상반기에 도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1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학기 교육 물가를 각별히 점검하기 바란다"고 당부하는 등 심야교습 제한 규정이 법으로 격상되면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억제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교습시간 제한 법제화가 추진됐던 지난 2009년 학원계 반발 등으로 무산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부의 과도한 통제는 지방교육자치에 어긋나며 민간 자율 영역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 교육과학기술부 입장에 따라 전국 학원가의 집단 반발도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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