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화경명(春和景明), 봄날이 화창하며 경치가 맑고 아름답다는 요즘 계절의 절묘한 표현이다. 겨울동안 땅속에서 움츠렸던 만물이 소생하고 맑은 물소리, 훈훈한 바람으로 우리들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훈훈한 봄바람도 옛말, 오히려 불청객이 되어 우리를 힘들게 하는 황사의 계절로 불리는 요즘이다. 최근 중국의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중국 쪽에서 불어오는 황사에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중금속을 포함한 유해물질까지 딸려와 인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소방방재청에서 황사를 태풍이나 지진과 같은 '심각한 자연재해'로 규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황사 안에는 수은, 납, 비소 같은 우리 몸에 해로운 중금속들이 다량 함유돼 있다. 이처럼 황사는 피부와 호흡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아토피나 두통, 탈모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평소에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나 어린이와 노약자는 더욱 주의를 해야 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황사가 있을 때 야외에서 조리하거나 진열된 음식을 못 먹게 하고, 체내에 축적된 중금속들을 배출시키기 위해 황사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하는데 알맞은 음식들을 먹도록 권유하고 있다. 한번 몸에 침투한 중금속은 쉽게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음식 섭취를 통해서 중금속을 상당량 배출시킬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음식이 돼지고기이다. 동의보감에서도 돼지고기는 수은이나 유황에 중독된 것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고, 돼지고기에 함유된 지방은 사람의 위장에서 중금속을 흡착해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되어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분진이 많이 나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1주일에 한 번은 꼭 돼지고기를 먹었으며, 탄광지대에 유난히 돼지고깃집이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밖에도 돼지고기는 원기 회복, 빈혈 예방, 성장 발육 촉진, 성인병 예방, 치매 예방, 피부미용 등에 효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돼지고기가 최근에 값이 폭락하고 있다. 구제역 파동이 일어났던 2011년에 비해 약 3분의 1수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가까이 떨어져 있다. 양돈농가에 따르면 돼지 한 마리 팔 때 마다 10만 원 이상 손해라며 울상을 짓고 있는 실정이다.

돼지고기 값이 폭락한 이유는 주요하게 세 가지다. 첫째, 구제역 이후 새로 입식돼 키워진 돼지들이 작년 말부터 한꺼번에 출하되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졌다. 둘째, 구제역 직후 정부가 돼지고기를 무관세 수입하면서 국내 유통시장의 50%가량이 외국산으로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른 가격 형성 시스템이 무너졌다.

셋째, 경기 침체로 축산물 소비가 줄고 가장 많은 소비량을 차지하는 돼지고기가 타격을 받게 된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돼지고기 가격 폭락 사태를 막고 양돈 농가를 살릴 수 있는 방법으로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초월하는 해결책이 가장 효과적이다. 과잉 공급되는 돼지고기를 줄이고 돼지고기 수요 창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선결과제이다. 양돈농가가 돼지 교배 두수를 줄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급을 조절하는 방법과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품종 개량으로 외국산과 차별화된 국산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방법이다. 더불어 다양한 돼지고기 소비촉진 활동이 필요하다.

특히 삼겹살 위주의 소비 편중 해소가 필요하다. 저돈가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음식점 돼지고기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유통구조의 문제도 있지만, 돼지 한 마리에서 10~12㎏밖에 나오지 않는 삼겹살에만 소비가 집중되어 가격의 비 탄력성이 초래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돼지고기 소비를 늘리면서도 다양한 요리법 개발과 유통 채널을 확보해 고단백 저지방 부위의 소비를 더욱 늘려야 한다. 지금은 대한민국 양돈농가에게 매우 힘든 시기다.

이런 때일수록 돼지고기 소비에 동참하는 국민들의 따뜻한 성원으로 양돈농가에게도 만화방창(萬花方暢)한 봄날이기를 기대해 본다.

/문석근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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