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운영 진단평가 결과…적자·부채 규모·인건비율 등 평이한 수준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 원인으로 적자와 부채, 높은 인건비율, 경영개선 의지 결여 등을 꼽았다. 하지만 이런 이유는 진주의료원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 지방의료원의 공통적인 사안으로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2012년 지역거점공공병원 운영 평가 및 운영진단 결과 발표'에 따르면 지방의료원의 낮은 경영수지는 △전반적으로 낮은 입원환자 수익성 △의료 수익 대비 높은 인건비 단가 △ 투자의 비효율성 등을 꼽았다. 그 중 입원환자의 수익은 유사 규모 민간병원의 83% 수준이며, 수익대비 인건비율은 민간병원이 44.0%인데 비해 지방의료원은 전체 평균이 68.8%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진단 당시 보건복지부는 "시도 지자체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지방의료원의 경영개선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폐업 같은 극단적인 방안은 들어 있지 않았다.

진주의료원은 평가 등급에서 가장 낮은 D등급을 받았고, 강릉·천안의료원 등 10개 의료원과 함께 '혁신 필요형'으로 분류됐다. 혁신필요형은 강도 높은 경영개선안을 우선 시행해야 하며 진료과 운영 효율화와 지자체 경영쇄신안 마련 등을 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전국 지방의료원 경영현황(2011년)을 살펴보면, 먼저 적자는 진주의료원이 62억 원을 기록했는데 서울의 149억 원보다는 낮은 편이다. 군산이 49억 원, 부산이 32억 원 적자를 내는 등 대부분 지방의료원이 10억 원에서 30억 원 사이의 적자를 내고 있다. 진주의료원도 초전동 건물 신축 이전에는 10억 내외 적자를 내면서 다른 의료원과 비슷했지만 신축 이후 적자 폭이 커졌다. 진주의료원 관계자는 "2007년에 적자가 급증한 것은 병원을 지으려고 입원환자를 내보냈고, 이전 직후에 환자를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진주의료원 전경./경남도민일보DB

부채도 진주의료원이 252억 원이다. 군산의료원은 416억 원이며 부산의료원이 368억 원, 서울 314억 원 등으로 진주보다 많다. 특히 경영성과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김천의료원도 144억 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경상대 정백근 교수(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사)는 "전국 의료원이 해마다 적자와 부채의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지만 의료원을 유지하는 것은 지역 공공의료기관으로서 민간이 담당하기 어려운 사업을 수행하므로 기본적으로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인건비율도 진주의료원은 77.6%다. 전국 평균보다 8.8%p 높지만 80% 이상인 곳이 7곳이다. 실제로 제주는 101.6%이고 강릉은 95.1%이다. 70% 이상인 곳은 17곳이나 돼 전국 의료원 절반가량이 70% 이상이다.

진주의료원 노사는 지난해 병원 적자를 줄이는 데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20년 이상 장기근속자 45명 가운데 30명을 앞으로 3년 내에 명예퇴직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에 13명이 병원을 떠났다. 올해부터 간부급 직원은 연차수당의 50%, 일반 직원은 일정 수준을 각각 반납하고 무급 토요 근무도 시행하기로 했다.

진주의료원 노조는 "노사가 합의해 자구책을 내봤지만 일부는 오히려 경남도에서 이행하지 않았는데, 경남도가 마치 노조에서 모든 것을 거부한 것처럼 발표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진주의료원은 보호자 없는 병원, 장애인 산부인과·전문 치과, 호스피스 등을 운영하는 등 '돈 안 되는' 공공의료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연간 20여만 명의 차상위계층 환자들이 공공의료 혜택을 보고 있다"면서 "만약 진주의료원이 문을 닫으면 이들은 민간병원을 이용해야 하지만 비싼 병원비 등으로 치료받기가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한편, 진주의료원 폐업과 관련, 비난이 쏟아지고 있으며 전국 의료단체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통합진보당 김미희(경기 성남중원구· 보건복지위원회) 국회의원은 지난달 28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진주의료원 폐쇄는) 우리나라 공공병원 역사상 최초의 강제 폐업"이라며 "공공병원의 재정 적자는 구조적, 역사적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경남지역 시민사회와 연대해 싸워나갈 것이다. 병원과 노조, 경상남도에 4일 면담을 요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달 27, 28일 양일간 2013년 정기 대의원대회를 열고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에 대한 특별결의문을 채택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도 28일 성명을 내고 '홍준표 도지사의 불통과 비민주로 강행된 진주의료원 강제폐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100년 전통의 진주의료원을 폐쇄하는 것은 홍준표 도지사의 전형적인 행정편의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진주 출신 도의원들도 4일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진주의료원 사태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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