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파워] 학술대회 성공으로 이끈 비결, ‘지역산업과 연계’

창원대학교는 오래 전부터 카이스트 분원을 유치하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학교내에 이를 뒷받침할 만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고 또 카이스트에서 교수진이 창원까지 왕래해야만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에 카이스트 쪽에서 난색을 보였다.

그러던 것이 2009년 성과를 냈다. 당시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이 대학의 주요 보직교수들을 이끌고 창원대를 방문해 창원대 쪽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 일이 성사된 것은 당시 창원대 이성용(60) 교수와 이 학교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던 이덕영 전 경남도부지사가 카이스트의 교학부총장이던 장순흥 교수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장 부총장이 서 총장을 비롯해 학교 관계자들을 설득해 일이 이뤄진 것이다.

이 교수와 장 교수는 경복고 동기다. 그리고 이덕영 전 부지사는 이 교수와 장 교수의 경복고 선배다. 그 때는 창원대 내에 카이스트 분원을 유치하고자 경남도와 창원시가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기도 했다.

그 덕분에 지금은 창원대학교 내에 카이스트 일부 학과의 석사과정이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기계공학, 항공우주공학, 해양시스템공학 등 3개 학과의 석사학위 과정이 개설되어 있다.

창원대 이성용 교수./박일호 기자

도내 기업체와 연구소 등에서 일하면서 이들 학과 카이스트 석사과정을 밟고자 했던 이들에게는 크게 보탬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수없이 대전을 왕래해야 할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가 당시 창원대학교 내에 카이스트 분원을 유치하고자 했던 것은 창원지역과 경남 도내 산업적 특성에 따라 카이스트 분원 유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창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공업도시이며 우리나라 기계 산업의 요람이다. 또한 세계 수위를 다투는 해양조선기업이 도내에 산재해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 우주항공산업의 중심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을 비롯해 국내 주요 항공기업이 서부경남에 몰려있다.

이들 기업과 연구소에 재직 중인 유능한 인력들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관련학과 석·박사 과정과 양질의 재교육 환경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스템공학은 효율성 높은 제품 설계 끌어내

이성용 교수는 창원대학교에서 시스템공학을 가르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시스템공학이라는 것이 생소할 뿐이다. 시스템공학은 무기체계에서부터 비롯됐다. 무기를 개발 생산해서 실전에 배치하고 이를 유지 보수하며 최종 폐기하기까지, 즉 설계에서 폐기까지 어떻게 하면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효율을 높일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미군이 새로운 전투기를 개발한다고 하면, 처음 설계단계에서부터 새 전투기의 성능을 어느 수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개발 비용이 달라지고 성능도 달라진다. 또 시험을 거쳐 양산된 전투기가 실전에 배치되면, 실전에 배치된 20~30년 기간 동안 유지·보수 비용이 발생한다. 초기 설계에서부터 잘못되면 감당하기 어려운 유지·보수 비용이 발생한다. 내구연한이 끝나 폐기처분될 때도 비용이 발생한다.

창원대 이성용 교수./박일호 기자

시스템공학의 초점은 이 모든 과정의 비용을 최소화하고 효율을 극대화하는데 맞춰져 있다.

시스템공학이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지지만 우리 국민들의 생활에서도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다. 텔레비전을 예로 들면 예전에는 부품 하나하나를 조립해서 생산하고 고장이 나면 고장난 부품을 찾아내 그 부품을 수리하거나 교체했다. 하지만 지금은 부품을 모듈화했다. 이렇게 하면 제품 생산 공정이 전 보다 훨씬 간단해진다. 덩이부품 몇 개만 결합하면 텔레비젼 1대가 생산된다. 또 고장이 나면 해당되는 부분의 모듈을 통째로 교체해버린다. 그러면 고장도 신속하고 쉽게 고친다. 하지만 전보다 비싼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시스템공학은 제품 초기 설계에서부터 제품 생산, 이용자에게 넘어간 제품의 유지·보수, 제 수명을 다한 제품의 최종 폐기의 용이성까지 전 과정을 설계단계에서부터 고려해 가장 효율성이 높은 방향을 택해 설계하도록 한다.

시스템공학의 이런 특성은 제조 설비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항공기, 선박, 해양플랜트, 기차 등 대규모 시설물에도 모두 적용된다.

이 교수는 시스템공학자로서 기업 CEO들에게 이 같이 조언했다.

사장들은 제품을 빨리 빨리 개발하라고 독려하지만 빨리 빨리가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설계가 중요하다. 계획단계에서부터 꼼꼼하게 하면 나중에 제품 개발, 생산 단계에서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계획단계에서 소홀하게 되면 계속해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며 결국 그것이 나중에는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지출하게 되는 요인이 된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는 개념설계와 기본설계에 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그러면 그것이 나중에는 이익으로 돌아오게 된다.

창원대 이성용 교수./박일호 기자

학술대회 창원대 유치 ‘이례적’

작년 11월 1일과 2일 1박2일 동안 창원대학교에서 ‘2012년 추계 시스템엔지니어링 학술대회’가 열렸다. 한국시스템엔지니어링협회·학회와 창원단지 기업주치의센터가 주최한 행사였다.

시스템엔지니어링학술대회는 지금까지 서울을 벗어나서 열린 적이 없다. 모두 서울에서 열렸다. 국내에서는 방위산업이 시스템공학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보니 그 동안은 방위사업청에서 주로 이 같은 행사가 열렸다. 그래서 창원대학교에서 열린 이 행사는 사상 처음으로 대학에서 열린 행사이고 또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열린 행사다.

서울에서만 주로 이 행사가 열린 것은, 우선 행사에 주로 참석하는 이들이 대학 교수와 연구원 등인데 이들이 주로 서울에 있다 보니 지방에서 이 같은 행사가 열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 주요 원인 중의 하나였다.

반대로, 지방에 있는 방위사업체에 근무하는 이들은 이 같은 행사에 관심이 있어도 서울에서 행사가 열리기 때문에 참석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해마다 행사는 외부 참석인원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이 교수는 이 학술대회를 창원대에서 열기로 마음을 먹었다. 우선은 자신이 부회장인 시스템엔지니어링학회 회장단을 설득했다. 다음으로는 시스템엔지니어링협회 회장단을 설득했다. 이 교수는 협회 이사다.

이 교수는 이들 회장단에게 창원이 방위산업과 기계산업 집적지임을 강조했다. 창원에서 이 같은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이 지역 방위산업·기계산업 기업체 연구원 등에게 이 분야 첨단 정보를 알려주고 관련 산업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교수들도 이 분야 권위자들이기는 하지만 방위산업체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 만큼 현장 체험 기회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마침내 협회와 학회가 창원대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비용이 문제였다. 학회 참석자들의 숙식과 발표논문 책자·홍보물 제작비용 등이 뒷받침되어야 행사 개최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고민 끝에 창원단지기업주치의센터에 손을 내밀었다. 이 교수의 제안설명을 들은 창원단지기업주치의센터는 학술대회 개최 지원을 흔쾌히 약속했다. 창원대도 지원에 나섰다. 학회 참석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학교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창원대 입장에서는 전국 시스템공학 교수·연구원들과 관련업계 관계자들에게 학교를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지방에서, 대학에서 최초로 시스템엔지니어링 학술대회가 열렸다.

창원대 이성용 교수./박일호 기자

방위산업체 현장 방문 등 호평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학회 회원과 협회 회원들 외에도 경남 도내 방위산업체 관계자들이 많이 참석했다. 또 지방에서 하는 학술대회여서 연구발표자들이 평소 보다 적을까 우려했는데, 말 그대로 우려만으로 끝났다. 논문 발표자가 몰렸고 방위산업체 현장 방문에도 참가자들이 몰렸다.

현대로템에서 전차 생산 과정과 생산된 전차 시운전 과정을 둘러 본 참가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평소 방위산업 현장을 접하기 어려웠던 교수들은 물론이고 방위산업체 종사자들 조차 다른 업체의 제품 생산현장을 체험할 수 있게 되어 매우 좋은 경험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창원대에서 이번에 개최한 학술대회는 지방에서 개최한 우수 학술대회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이번 학술대회의 성공은 지역의 산업적 특성과 잘 연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성용 교수는 어떤 사람인가?

인터뷰 후에 나이를 계산해보고 놀랐다. 나이 보다 훨씬 동안이다. 맨 정신에는 노래를 부르지 않지만 술이 들어가면 노래를 부른다. 18번곡은 에릭클랩튼의 원더풀 투나잇. 술은 잘 마신다. 술을 좋아한다. 정확한 주량은 없다. 2명이서 가장 많이 마신 것이 양주 15병이다. 물론 그쯤되면 필름이 끊어진다. 주종불문, 두주불사다. 대체로 독한 술을 좋아한다.

비오는 날 중화요리점에서 고량주 마시기를 좋아하는 남자다. 좋아하는 음식은 따로 없다. 잘 만드는 음식도 없다. 다만 쫄깃한 라면 끓이기 하나는 자신이 있다. 맛있는 라면의 비결은 물의 양 조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면발을 쫄깃하게 만드는 비법이 있다. 라면이 완전히 익으면 먹기 직전에 조각얼음을 몇 조각 넣어서 휘저어버린다. 그러면 면발이 아주 쫄깃해진다.

1991년 창원에 왔다. 창원시 의창구 반지동 대동아파트에서 부인, 딸과 함께 살고 있다. 고향은 경기도 용인이다. 말투는 서울 사람이지만 창원에서 20년 넘게 살았으니 창원사람이다. 딸은 로스쿨 졸업하고 취업 준비중이다. 미국변호사 자격증까지 있는데도 쉽게 취업하기가 어려운 시대라며 걱정을 한다. 아들은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박사학위 공부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추간판탈출증, 즉 허리 디스크 증세로 고생을 하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자 허리 통증 때문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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