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와 여게 있노예? 남해유자, 달근대, 물메기, 남해시금치

인물도 안 되는 기 얼매 시원타꼬!

“어이쿠, 저기 머싯꼬예?”

딱 보자마자 고개부터 돌렸다. 흐느적거리며 축 늘어져 있는 것이 보기에는 좀 그랬다. 아귀하고는 또 달랐다.

“대가리가 엄청 크제. 지 몸의 반이기라. 그래가꼬 옛날에는 묵을 게 업다꼬 내다팔지도 못했던 기라. 저게 인물은 저래뵈도 함 먹으모는 얼매나 시원타꼬. 입에 착착 달라붙는 기, 요새 젊은아들 말로 중독성이 있다쿠대.”

바람 통하고 볕 있는 데는 죄 말린다고 줄에 매달아놓았다. 그래도 줄에 매달린 것이나 꾸득꾸득 반쯤 말린 것은 ‘생선다웠다’.

예전에는 생선 축에도 들지 못했다던 이것. 고기를 잡다가 그물에 걸리면 버리거나 것도 아니면 뱃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해장으로 푹 고아 먹어 없애는 그야말로 돈 안 되던 이것. 몇 년 전만 해도 시중에 별로 찾아보기 힘들었다. 원래 이름은 꼼치라는데 지역마다 물텀벙, 물잠뱅이라고도 불린다. 양식도 되지 않아 모두 자연산이다.

말린 물메기

딱 보면 고개를 돌려버리는 ‘인물도 안 되는’ 이것. 하지만 탕으로 푹 끓여 한 그릇 먹는 순간 생각이 달라진다. 어이쿠 시원타, 죽이네 소리가 연신 나온다. 맑은 탕으로 끓여 후루룩 마시면 씹을 새도 없이 고깃살이 꿀떡꿀떡 목구멍으로 바로 넘어갈 듯하다. 물컹물컹하고 흐물흐물거리는 맛.

최근 몇 년 사이 인기몰이다. 12월부터 3월까지가 산란기라 이때가 제 철이다. 겨울철 남해시장 수산물 골목에서 죄 눈에 띄는 고기는 생물이든 건조든 이것뿐인 듯했다.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들여다보는데 좌판 앞에 앉은 아지매, 퉁퉁 내뱉는 소리가 다시 귓전을 때린다.

“아이가, 인물도 안 되는 저기 얼매나 시원타꼬.” 물메기

이기 제일 싼 기라예?

희한타. 생긴 건 뾰족조기하고 비슷하다. 그런데 색깔이 불그죽죽 빨간 생선이다.

“아지매, 이기 머시라예?”

니는 거기 머신 줄도 모르냐는 듯 아지매 표정이 뜨악하다.

“달00라 안쿠나.”

뒷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옛? 머시라예? 달데? 달만대?”

한참을 더듬거리니 아지매는 답답해했고, 급기야는 공중에다 글자를 써가며 겨우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 들어보는 생선 이름인데예. 요서만 글쿱니꺼?”

“내도 모리것다. 요짝에서는 다 달근대라고 헌다아이가.”

달근대

달근대. 남해시장 안 어물전에서 제일 싼 생선이다. 어른 손바닥보다 큰 것 7~8마리가 5000원이었다. 1970년대 울 어머니는 비릿한 생선 한 마리 밥상 위에 올리자면 주머니에 든 돈을 몇 번이나 만지작거리다가 시장에서 제일 싼 고등어, 갈치, 정어리를 사오셨다. 2013년 남해시장에서 가장 수월한 마음으로 봉지에 싸달라고 할 수 있는 게 요놈, 달근대였다. 요즘이야 고등어, 명태, 갈치가 쉽게 사 먹을 엄두도 못내는 생선이 됐지만.

“달근대가 먼 뜻이라예?”

“내도 모린다. 그냥 다들 글쿤다.”

무슨 뜻인지 고기 맛이 어떻는지… 남해시장에서 생전 처음 들어본 달근대

 

니 대접이 조상신 받들 듯 허구나!

‘꼬시고 달다’고 소문난 그것, 전국적으로 알아준다는 그것. 정작 남해시장 안에서는 찾기가 힘들었다. 시장을 돌고 돌아 겨우 한 다라이에 담아놓은 것을 발견했다. 어찌나 반갑던지.

“아지매, 이건 얼마라예?”

“5000원이다. 이거 다 싸주까?”

남해시금치

“아이쿠, 비싸다고 하더만 에나로 비싸네예.”

“아이가, 그기 비싼 기 아이거만.”

아지매보다 지나가던 아지매가 되려 펄쩍 뛰며 말한다.

“근데 아지매, 와 요게서 나는 기 맛있는 기라예?”

“참말 맛있제. 땅은 따신데, 바닷바람은 차고…야들이 탱글탱글 맛날 수밖에 없다아이가. 그라고 겨울에 이거 농사는 딴 데는 안 되고 남해땅이 딱인거라. 이번에도 다른 데도 폭설에다 날이 치버가꼬 다 망했다하대. 남해는 말짱하다아이가. 귀하니까 더 대접을 받꼬. 옛날에는 유자 팔아서 자식 농사 짓는다캤는데 요새는 이거 팔아가꼬 자식 사업 밑천 댄다쿤다아이가.”

“아이구, 잘 팔아봤자 맨날 자식새끼들 밑구멍으로 들어가구만예.”
올해 말 그대로 금값이었다는, 그래서 ‘대박’쳤다는 남해시금치

이게 와 여게 있노예?

“철이 좀 지나서 그런가 시장 안에 안 보이네예.”

“청과상회에 가모 있을끼라예. 아이가, 지금은 다 설탕에 절여가꼬 병에 든 것만 이쓸낀데. 유자차말이라예.”

남해안 일대 통영, 거제 등에서 재배를 다들 한다지만 유독 향이 진해서 많이 찾는 것이 또 남해 이것이다. 여름에는 진초록 빛에 우둘투둘 곰보쟁이같은 것이 늦가을이 되면 노오란 빛깔로 눈길을 끈다. 11월 무렵 남해대교에서 읍으로 갈 때면 차면이나 고현 어디쯤 어느 길목에서나 만날 수 있는 풍경이 이것 파는 할매들이다. 다라이에 쌓아두고, 것도 아니면 아예 바닥에다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있다. 달리는 차 안에서도 노란 빛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남해유자

남해삼자 중의 하나면서 지금까지 그 명성을 이어오는 남해 이것. 남해시장까지 와서 이걸 안 찾아볼 수는 없다 싶었다. 그런데 청과상에 닿기도 전에 희한한 데서, 남해시장에서만이 가능한 장소에서 이놈을 발견했다. 생선장수 아지매의 좌판 위에 노란 유리단지가 떡하니 있다. 민어, 서대, 물메기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우리 집에서 딴 기라. 내가 장날에 가지고 올라고 며칠 전에 절여가꼬 안왔나예. 지금쯤은 맛이 잘 들었을끼라. 한 단지밖에 업시니께 얼렁 사가제.”

유독 노란 빛깔이 선명하고 향이 진하다는 남해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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