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이서후의 2000km 걷기 3

오래 세상을 떠도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내가 떠난다고 했을 때
알렉산더의 눈에 서린
그 짙은 외로움이라니

   

프랑스 남부 활기찬 대도시 
툴루즈
대학가 근처 숙소
밤새 창밖이 시끄럽다 했더니
아침,
여기저기 깨진 술병과 쓰레기
어디서나 청춘은
그 생의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지랄들을 한다

그래
나이 들면 지랄을 못하지
적당한 나이를 먹으면
지랄을 안 하는 게
어른이라 생각하지
그게 말이야
농사나 짓고 살던
옛날에는 통했어
삶이란
지루한 무한 반복이었으니까

이제는 달라
삶은 복잡하고
그 범위가 전 지구적이야
지금은
옛날보다 몇 배는 더 지랄을 해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고 봐
그래서 말인데
이 지구 위에서
나이 차이가 100살 안짝이면
그냥 다 친구 해도 돼!
별 차이 없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피레네 산맥을
걸어서 넘고 있었다
선명한 하늘
푸른 바람
눈 덮인 정상
그 풍광에 취해
미친놈처럼 웃었다
내가 전생에
무슨 복이 있어
이 행복을 누리는 걸까

산맥은 멀고
종일 걸어도
정상은 턱없다
저 아래는 초여름
여기 위는 아직 겨울
그리고 무엇보다
외롭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가 커서
이 고생을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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