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찾아서] 통념 깬 ‘버섯 원목 일자 세우기’ 성공 신호탄

‘버섯 농장’이란 게 정체가 조금 애매하다. 버섯은 엄격히 말하면 농산물이 아니라 임산물에 속한다. 즉 산림청 소속이다. 그런데 재배 방법 지도 등은 농업기술원도 함께 한다. 버섯이 발생하는 곳이 원목이냐 배지냐에 따라서도 소관은 달라진다.

거창 남상면 감악골 현진표고농장을 처음 소개한 사람은 도 농업기술원이 아니라 남상면의 임창원 면장이다. 임 면장은 “태풍 산바로 큰 피해를 보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거뜬히 일어나 열심히 일하는 버섯 농민이 관내에 있다”며 김병선 대표를 소개했다. 농촌진흥청에 강소농으로 등록돼 있진 않지만, 거창군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알아보니 ‘작지만 강한 농업인’임을 부정할 수 없는 지역 선도 농민이었다.

도 ‘자랑스런 농업인상’ 받아

현진표고농장 김병선(50) 대표는 올해 거창 군민의 날 행사 때 열린 농산물 축제에서 표고버섯 부문 대상을 받았으며, 지난달 경상남도로부터 ‘자랑스런 농업인상’을 받기도 했다.

거창 감악골 현진표고농장 김병선 대표 / 사진 김구연 부장

경기도 화성에 살며 기아자동차에서 15년을 근무하던 김 대표는 지난 1998년 귀농했다. 부친이 타계하고 어머니 혼자 농사짓는 것을 힘들어하자 장남인 김 대표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논농사를 짓다가 산청에서 버섯 농사를 하는 사촌 동생의 권유로 표고버섯을 접하게 됐다. 하우스를 지어 원목 3000개로 시작했다.

지금은 10만 개 수준으로 농장을 키웠다.

김 대표는 배지가 아닌 원목에서 버섯을 키운다.

“원목은 배지에 비해 초보자가 쉽게 재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병 발생이 적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배지 생산·재배 기술을 발전시켜 배지로 바꾸어야 합니다.”

김 대표 농장의 원목은 지름 10㎝ 이상에 길이는 120㎝. 상수리나무를 선호한다. 나무는 허가를 받아 매년 김 대표가 직접 벌목해 충당한다. 길이가 120㎝인 이유는 습기 때문이다.

“장마철 바닥 습기기 띠를 이루고 형성되는데, 나무가 습기를 빨아올립니다. 그게 60㎝가량 올라오더군요. 이때 나무를 뒤집기 해주면 습기가 나무에 골고루 먹습니다.”

원목 하나당 150곳에 종균을 접종한다. 그러면 종균이 나무 속으로 퍼져 배양나무가 된다. 나무껍질을 벗겨보니 균이 번진 곳은 하얗게 변해 있었다. 나무를 그대로 두면 균이 아래로 쏠리므로 뒤집기를 해줘야 한다.

버섯은 종균을 접종한 곳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나무 아무 곳이나 뚫고 나온다. 그리고 접종 첫해 버섯이 모두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수명은 5년 정도 된다. 1년에 원목 하나에서 2㎏가량 수확할 수 있다.

“균이 살기 좋은 환경에서는 버섯이 안 생깁니다. 균이 배양되면 나무에 스트레스를 줘야 합니다. 즉 균이 싫어하는 온도를 맞추거나 충격을 주면 버섯이 나오는 ‘핀 발이’를 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균끼리 싸우는데, 이때 이긴 균은 캡슐을 만들어 웅크리고 있고, 싸움에 지면 버섯으로 튀어나옵니다.”

X자형 세울 때보다 수확량 많고 기형률 낮아 김 대표는 버섯 원목 재배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지역 농가들에 보급했다.

표고버섯 / 사진 김구연부장

“이전에는 보통 원목을 X자형으로 세웠습니다. 그러면 그 굵기만큼 나무 사이가 벌어져서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겹치는 부분에서는 버섯 모양이 찌그러져서 상품 가치도 하락합니다. 그런 단점을 보완하고자 이곳에서는 ‘중방 가로대’(중앙에서 내려 설치한 파이프)를 이용해 원목을 일자형으로 세웁니다. 100평 기준으로 X자형은 원목을 1300~1400개 세울 수 있지만, 우리 하우스는 2000개를 세웁니다. 표고 농장에서 원목을 일자형으로 세운 곳이 있으면, 모두 우리 하우스에 견학 와서 배워간 곳입니다.”

이러한 기술 도입으로 버섯 기형률을 20%에서 3% 미만으로 낮추고, 면적 대비 수확량을 대폭 늘려 생산비를 절감하게 됐다.

김 대표 농장 하우스는 자동화 설비를 갖추고 있어서 비가 오거나 온도가 맞지 않으면 자동으로 문이 여닫힌다. 표고버섯은 비를 맞거나 습도가 높으면 색깔이 검게 변한다. 그만큼 상품성이 떨어진다.

“매일 새벽 농장에 나와 원목 뒤집기를 하는데, 이게 일이라고 생각하면 힘들어서 못합니다.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일이든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헬스장까지 가서 운동하는데, 저는 좋은 공기 마시며 농장에서 헬스 하는 겁니다. 아침에 조기축구회에 나가는데, 가기 전에 하우스에 와서 원목을 뒤집는 운동을 하고 갑니다.”

한 해 종균을 접종하는 원목은 1만 5000개가량. 버섯은 5~9월 수확하는 고온성과 9월~이듬해 5월 수확하는 저온성, 그 중간에 수확하는 중온성이 있다. 즉 연중 수확이 가능하다.

겨울에는 온도가 낮으므로 수확하려면 40일까지 걸리기도 하지만, 여름엔 단 3일이면 그만큼 자란다.

김 대표의 부인 김정옥(49) 씨는 “버섯은 절대 뒤돌아보지 마라”는 말이 있다고 소개했다.

“여름철에는 버섯을 따고 지나간 자리를 뒤돌아보면 금방 또 버섯이 커다랗게 자라 있다는 뜻입니다. 사흘이 뭐예요. 하루 만에 얼마나 자라는지 몰라요. 하우스 3개 동에서 3일 만에 4t을 딴 적도 있습니다.”

대 잇겠다는 아들 있어 ‘든든’

이들 부부의 아들 회건(19) 군은 경기도에 있는 한국농수산대학에 올해 수시 모집 전형에 합격했다. 김 대표는 자신의 뒤를 잇겠다는 아들이 내심 뿌듯한 표정이다.

“처음에는 제가 기아자동차에 다닌 영향으로 자동차 회사를 선호하더니 어느 틈엔가 농업에 관심을 가지더군요. 지난해에는 산에서 벌목도 하며 제 일을 도왔습니다. 처음에는 힘들어하더니 며칠 지나니 흥미를 느끼고 일을 곧잘 했습니다. 지금은 스스로 관심을 가지고 일을 배우려고 합니다.”

버섯 농사를 지으면서 크게 힘든 점이 없었다며 말을 아끼는 김 대표였지만, 어찌 어려운 일이 없었을까. 지난 태풍 산바 때만 해도 인근 둑이 터져 하우스가 물에 잠겼다.

거창 감악골 현진표고농장 김병선 김정옥 부부 / 사진 김구연 부장

“나무가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보니 막막하더군요. 군인들이 와서 나무를 모두 세워주고 복구를 도와줬습니다. 나무는 물에 담가놔도 의외로 물을 많이 안 먹습니다. 버섯을 발생시키기 위해 침수시키는 방법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번엔 핀 발이가 오히려 많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태풍으로 침수되면 병균이 붙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하우스에서는 8년 지난 원목을 폐목시키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4년밖에 못 쓸 것 같습니다.”

버섯 농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 전국적으로 견학도 많이 갔다. 이때 김 대표의 노하우 하나.

“농민들은 대부분 남자입니다. 시골에서 오로지 농사만 지으면서 무뚝뚝한 성격이 많아요. 그래서 그런지 저 혼자 가면 분위기도 딱딱하고 기술을 가르쳐 주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여자와 같이 가면 잘 가르쳐 줍니다. 아내와 함께 견학 가면 안 가르쳐 줘도 되는 것까지 자세히 가르쳐 줄 정도죠. 허허허.”

그런데 이는 ‘여자와 동행’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동행인이 김정옥 씨인 영향이 큰 듯하다. 활달하고 사람 좋은 인상의 김정옥 씨는 붙임성이 좋고 정이 많다. 김장을 500포기나 해서 형제들과 이웃들에게 나눠 줄 정도다. 풍물패 등 지역 사회 활동을 다양하게 할 정도로 활동성도 좋다. 김 대표 역시 거창표고버섯영농조합법인을 구성해 대표로 활동하고 있고, 괴화마을 이장, 새마을 지도자, 체육회 이사·감사 등을 역임하는 등 활동이 활발하다.

김 대표는 “농사가 상당히 재밌다”고 말했다.

“버섯 농사는 다른 농작물과 비교해 노동력이 집중되는 시기가 다릅니다. 종균을 접종하는 2월 정도에는 농한기라 인력 구하기가 쉽습니다. 수익도 괜찮아요. 직장 생활에 비해 3분의 1 정도의 시간만 투자해 열심히 일하면 부농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경상대 등에 강의를 나가 다른 농민들에게 재배 기술을 전파했지만, 요즘은 자제하고 있다.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는데다 강의료를 받는 것이 부담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강의료를 많이 주는데, 돈하고 연결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부담이 컸습니다. 그런데 강의를 가면 수강생들이 무척이나 열정적으로 듣습니다. 점심시간도 아까워할 정도입니다. 현장 이야기를 그대로 하니까 그런 모양입니다. 그만큼 열심히 농업을 하려는 사람이 많습니다.”

현재 김 대표 부부는 20개 동 하우스에서 버섯을 키우고 있으며, 올해 8개 동을 더 마련해 농장 규모를 9900㎡(3000평)에서 1만 3200㎡(4000평)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영지버섯을 재배할 계획도 하고 있다.

현진농장 버섯은 대부분 생표고로 대전과 대구 공판장으로 나간다. 국내 대기업에서 하루 600㎏을 납품해달라는 제의를 받았지만, 물량을 안정적으로 맞추기 어려워 거절했다.

“국내 표고버섯의 시장 점유율이 10% 미만인 만큼 주위에 표고버섯 농가가 더 늘어날 수 있도록 기술 보급에 힘쓰고 있습니다. 종균 접종 시기에는 40명이나 되는 사람을 이끌고 다른 지역 농가에 가서 접종을 해주고 오니까 일자리 창출도 되네요.”

거창 감악골 현진표고농장 김병선 대표 / 사진 김구연 부장

김 대표가 알려주는 좋은 표고버섯을 고르는 법. 표고는 색이 연하고, 등이 갈라지고, 갓과 대가 붙어 있는 것이 상품이다. 건표고는 당연히 기계가 아닌 햇빛에 자연적으로 말린 것이 좋다. 그래서 현진표고농장에는 건조기가 아예 없다.

“버섯 농사를 대를 이어 물려주고 싶다”는 김 대표의 꿈은 회건 군의 농수산대학 합격으로 눈앞으로 다가왔다.

<추천이유>
박완묵 거창군 농업기술센터 농정담당주사 = 거창표고버섯영농조합법인 김병선 대표는 14년 간 표고버섯을 재배하면서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농가 경영 안정화와 시설투자비 절감, 고품질 표고 생산을 위한 재배방법 개선, 표고목 곰팡이병 방제기술 개발 등 차별화된 기술력과 노하우로 표고버섯 생산에 매진했습니다. 또한 주변 후배들에게 표고버섯재배를 적극 권장해 2006년에는 거창표고버섯영농조합법인을 주도적으로 설립, 현재 12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으며, 강의 등을 통해 표고버섯 재배기술을 널리 전파함은 물론 자신의 표고농장을 전국 표고버섯 생산농가, 임업후계자, 대학생 등의 현장교육장으로 제공해 기술정보를 공유하는 등 타의 귀감이 되는 자랑스러운 선도농어업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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