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시장 5 -요런 게 있네!

이기 자식 눔들보담 더 효자아이가!

“할매, 이 추븐데서 화롯불 하나 가꼬 되나예?”

생선전 입구를 들어가자마자 화롯불에 고구마 얹어놓고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불을 쬐고 있는 할매가 눈에 띄었다.

그런데 둘러보니 한 사람 앞에 한 개, 생선전 상인들은 모두 화로를 끼고 있었다. 조개를 까는 할매도, 담요를 둘러쓰고 쓴 채 아침밥을 먹고 있는 할매도, 지나는 손님을 소리해서 부르는 할매도 모두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하, 이기 잇어 올매나 조은데. 옷을 여러 개를 껴입어도 떨리는데 이기 잇어가꼬…. 니도 요 와서 안자라. 고매 다 익으모는 항 개 무꼬 가라.”

명태만 판다는 여든 김순덕 할매.

실내 점포를 가진 상인들이야 전기난로를 켜거나 전기방석을 깔고 앉아있지만 생선전이나 노점 상인들은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작은 화로 하나씩은 피워 추위를 달래는 것이었다.

“할매, 숯을 넣는 기라예?”

“숯도 쓰고 나무 똥가리 어데 남는 기 있으모는 말렷다 쓰기도 허고 종도 업제. 새북부텀 집에 갈 때꺼정 야가 내 동무 아이가. 밥 묵을 때도 데파무글 기 있으모는 여게 언저노코, 입이 심심허모는 이리 고매도 언저노코…. 추븐데 서 있지말고 요 와서 안자라쿠니깐.”

아침부터 눈발은 날리고 날은 꾸무리한데 할매는 고만 댕기고 그냥 옆에 앉아서 말동무나 하란다.

“니, 이거 첨 보나? 장에서는 이기 엔간헌 자식 눔들보다 더 효자아이가.”

몸만 뎁혀주는 게 아니라 시린 맘도 뎁혀주는 구나.화롯불

화롯불과 빨간장화

어물전에선 다 필요엄꼬 이기 왓따야!

“1년 365일, 이기 내 삐닥구두다. 이 시장바닥에선 이기 만년물짜아이가.”

모퉁이를 돌아가니 서로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어둡고 침침한 골목 좌판 앞에서 조개를 까는 아지매도 있고 웅크려 졸고 있는 아지매도 보였다. 다시 바깥으로 난 골목모퉁이를 돌아가니 불빛은 좀 더 밝았지만 바닥은 온통 젖어있다. 물을 뿌리는 사람, 거기에 빗자루로 쓰는 사람도 있고…. 붉은 다라이마다 온갖 해산물이 들어있어 거기에다 끊임없이 깨끗한 물을 대어야 했다.

아지매는 겹겹이 껴입은 바지 위에 양말을 두 켤레, 세 켤레 껴신고 그 위에다 장화를 신는다고 했다.

“여름에는 땀이 채여가꼬 힘들제. 겨울에는 더 발이 시리제. 그래도 사시사철 이리 물에 저저가꼬 사는데 이기 엄스모는 안 되는기라.
시장에서 머신 뽄 진다꼬 운동화를 신으랴, 구두를 신으랴. 털신을 신어도 맨날 물이니까 믈이 들어와 발이 젖어삔다 아이가. 내사 아무리 비싼 삐딱구두도 필요엄꼬… 이기 왓따야!”

내복에 두꺼운 몸베 입꼬 양말은 잇는대로 다 끼신꼬 마지막으로…. 그라모는 겨울 한 철이 잘도 지난다고. 어물전의 아지매들은 빨간 다라이를 든 손에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하루종일 몸을 재게 움직인다. 이기 잇어 발 젖을 일이 엄다멘서.… 빨간 장화.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