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찾아서] 6년 만에 법인 매출 9억 원의 CEO가 된 비결

10월, ‘감’의 계절이 왔다. 연한 주황색 얇은 껍질을 벗겨 내면 사각사각하면서도 달콤한 속살이 나온다. 선선한 가을 날씨가 단감 농가를 방문하기에 적기. 그런데 경상남도 농업기술원 성정태 계장은 단감 재배 강소농으로 창녕 동광농장 노영도 대표를 소개했다.

사실 창녕은 ‘양파’로 잘 알려진 곳. 단감이라면 창녕보다는 김해 진영이나 진주가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창녕은 단감 재배 면적이 창원·김해·사천·진주와 함께 전국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란다.

창녕군 농업기술센터 안석경 과수특작담당은 “창녕은 단감재배의 한계지역이며 산지 과원으로 경사지에 주야 일교차가 심하고 토양 배수가 잘 된다. 단감 과육이 단단하고 아삭아삭하며 조직이 치밀해 저장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라고 자랑했다. 창녕군에는 현재 1357 농가가 744㏊에서 단감을 재배해 180억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창녕에서 고품질 단감 재배를 선도하는 노영도 대표를 만났다.

/김구연 기자

탑푸르트 우수상, 도 추천 상품 지정 등 품질 인정

노영도(40)·손문경(39) 씨 부부는 창녕 이방면 ‘동광농장’에서 단감을 재배하고 있다. 하지만, 노 대표 부부의 손을 거치는 단감은 동광농장 물량만이 아니다. 하루 출하량은 4t. 혼자서는 물량을 맞추지 못해 인근 작목반에서 재배된 단감을 ‘농업회사 법인 동광’을 통해 위탁판매한다.

노 대표는 생산부터 유통, 가공, 판매까지 원스톱 체계를 갖춰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믿음을 주려고 2009년 농업회사 법인 동광을 설립했다.

노 대표 부부가 귀농한 것은 6년 전. 노 대표의 부친(노순석·73)이 고령이라 과수원 일이 힘에 부치자 도시에서 직장 생활 등을 하던 노 대표 부부가 이어받았다. 부친의 과수원은 노 대표와 나이가 같다. 40년이 됐다.

“1997년 첫해에는 매출이 3000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관행 농업의 한계였죠. 판로도 없어서 공판장에 내다 파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지금은 연 매출이 5억 원가량 됩니다. 하지만, 버는 만큼 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에 통장에 잔액이 없습니다. 하하하.”

노영도 대표./김구연 기자

노 대표는 선별장과 저온저장고, 다목적 전시관, 교육장 등을 갖추고 각종 기계·장비를 구입했다. GAP(우수농산물) 인증을 받으려고 기준에 맞는 시설 마련에도 집중하고 있다.

또, 친환경 인증과 탑푸르트 우수상 수상, 도 추천 상품 지정 등 품질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끊임없는 공부와 노력이 오늘의 ‘동광’을 있게 했다. 발품은 기본. 노 대표는 “복이 많다. 주위의 도움을 참 많이 받았다. 젊은 사람이 노력하는 게 기특해 보였는지 선배 농민들과 공무원 등 모두 잘 도와줬다”며 공을 다른 사람들에게 돌렸다.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각종 재배 교육과 사이버 교육은 물론 융자·보조 등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죠. 진주에 단감 명인 등 농민들도 많이 도와줬습니다. 진주에 재배 스승이 있는데 노하우를 다 가르쳐주더군요. 직접 창녕까지 찾아와서 개인지도도 해주고, 판로 개척도 도와줬습니다.”

틈만 나면 주위의 선도 농장을 견학하고 자신의 농장에 접목한다.

“많이 돌아다니다 보니 시설 투자를 남들보다 빨리하게 되더군요. 판매를 잘하려면 그에 걸맞은 시설이 있어야 합니다. 멍석을 깔고 장사를 해야죠.”

노 대표는 현재 경북대학교 농산업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이다. 농업마이스터대학을 수료하고, 경상대 최고 농업경영자 과정을 수료했지만, 끊임없는 열정으로 다시 배움의 길을 선택했다.

“요즘은 교육 과정들이 참 좋습니다. 활용을 잘하면 30년 노하우를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교육 10번에 매출 10~20% 상승은 기본으로 따라옵니다. 그것이 교육의 힘입니다. 문제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하는 겁니다. 교육을 열심히 듣고 그걸로 끝인 사람이 있습니다. 교육 내용이 옳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막상 과수원에 가면 하던 방법 그대로 농사를 짓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젊은 귀농인은 유리합니다. 고정관념이 없으니까,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대로 따라 할 수 있습니다. 농기센터 등에서 시키는 대로 하면 90%는 성공합니다.”

단풍 드는 농장…브랜드는 ‘해다음 단감’, ‘맛있는 단감’

지금은 판로 걱정은커녕, 수확량이 주문량에 못 미쳐 걱정이란다. 동광의 단감은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현대백화점에 납품되고 있으며, 올해 이마트와 접촉 중이다. 유기농 매장 초록마을에도 입점했다.

동광의 단감 브랜드는 ‘해다음 단감’. 우포늪에서 해가 뜨고 난 다음에 그 해를 먹고 자란 단감이라는 뜻이다.

   
  손문경(39), 노영도(40) 부부./김구연 기자  

“초록마을에는 ‘맛있는 단감’이라는 상표로 나갑니다. 이건 초록마을 바이어가 와서 직접 먹어보고는 참 맛있다고 ‘맛있는 단감’이라고 하자고 한 겁니다.

매출 3000만 원의 초보 귀농인이 6년 만에 연 매출 5억 원, 법인 매출 9억 원의 성공 CEO가 된 비결은 무엇일까.

“일단, 감이 맛있습니다. 우리 단감은 당도가 높고 참 맛있어요. 맛있으니까 시세가 좋아요. 최고 수준의 값을 받습니다. 욕심을 버리니까 소득이 배가 되더군요.”

배움과 투자에 대한 열정과 욕심은 스스로 “무대포 기질이 있다”고 할 정도로 뛰어나지만, ‘자연’에 대해서는 욕심을 버렸다.

“비료의 경우, 관행 농사에서는 옛날 국가 시책에 따라 다수확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교본 그대로 참 많이 줬습니다. 그런데 비료를 많이 주면 과일은 큰데 제 맛은 안 났습니다.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 질소질 비료를 최대한 줄였습니다. 매일매일 나무를 정성껏 살펴 꼭 비료를 줘야겠다 싶은 나무가 있을 때만 주니까, 실제로는 거의 안주는 편입니다. 11만 5700㎡(3만 5000평) 과수원에서 연간 비료 사용량이 10포대가 안 되니까요. 단감나무에 단풍이 드는 과수원은 거의 없는데, 이곳에는 10월 말이 되면 나뭇잎이 빨갛게 단풍이 들어 감인지 나뭇잎인지 구분이 잘 안 되는 장관이 연출됩니다. 자연의 힘이죠. 비료를 지양하고, 단감나무를 그냥 둬도 잘 큽니다.”

부인 손문경 씨의 말에 의하면 이곳 단감이 인기를 끌자 다른 지역에서 동광 상자에 단감을 포장해서 내다 파는 일명 ‘상자 갈이’까지 발생할 정도라고 한다.

동광의 단감은 선별장에서 크기별로 분류돼 포장되기 때문에 단감 크기가 고르다. 상자 위쪽에는 크고 좋은 것이 있지만, 아래쪽은 작은 단감이 포장되는 경우가 있을 수 없다. 흠이 난 것은 분류해 시장 소매상인 등에게 따로 판매된다.

노영도(40)·손문경(39) 부부./김구연 기자

이 역시 ‘작은 욕심’을 버리고 오로지 맛과 신뢰로 승부하는 것이다.

노 대표는 “젊은 사람이 농촌에 많이 정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직 후 귀농은 한계가 있습니다. 실패에 대한 충격이 크니까 섣불리 도전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젊은 사람은 다르죠. 얼마든지 기회가 있고,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요즘은 교육 프로그램도 잘 돼 있고, 농지은행 등을 이용하면 저렴한 가격에 땅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제도가 잘 돼 있어요. 우리 농촌이 많이 고령화돼 있어, 불과 몇 년만 지나면 노는 땅이 많을 겁니다. 요즘은 옛날과 농사짓는 방법이 많이 달라요. 무조건 몸으로 때우는 그런 농사가 아닙니다.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우리 농촌을 지키고 살려야 합니다.”

마침 인터뷰 끝 무렵 동광농장을 방문한 창녕군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추창호 기술지원과장과 안석경 과수특작담당은 노 대표에 대해 “젊지만 아주 부지런하고 뛰어난 농업인”이라고 소개했다. 추 과장은 “교육이 있으면 누구보다 열심히 받는다. 또 전국 단감 농가들을 연락해서 찾아가 조언을 구하고 유대를 만든다. 그런 부지런함으로 10~20년 이상 단감을 재배한 다른 농가들보다 재배기술이 더 뛰어나다. 욕심과 의지가 대단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노 대표는 “젊음이 모든 것을 다 되게 한다”고 설명했다.

“무조건 숙이고 물어보면 다 가르쳐줍니다. 그리고 다른 나이 든 농민들은 위험 부담에 투자 결정을 쉽게 할 수가 없습니다. 한번 쓰러지면 다시 일어서기 어려우니까요. 하지만, 저는 젊기 때문에 재배나 유통에 과감하게 투자합니다.”

   
  손문경(39), 노영도(40) 부부./김구연 기자  

다양한 작물로 연중 유통 가능한 시스템 구축할 계획

동광농장에서는 농업기술센터의 추천으로 30년 전부터 참다래를 재배하고 있다.

“80년대 초반, 아버지가 시작했습니다. 참다래는 온대성 넝쿨 식물로, 창녕에서도 다른 농가에서는 실패했는데, 여긴 기온이 맞더군요. 올해는 농업기술센터 시범 사업으로 양앵두(체리)를 5000㎡(1500평)에 신규로 심었습니다. 단감은 가을에만 소득이 있기 때문에 자본 회전을 위한 틈새 소득 작물로 최근 국내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는 체리 재배를 시험 중입니다.”

11만 5700㎡(3만 5000평) 중 감이 9만 9000㎡(3만 평) 재배하며, 지난해 200t을 수확했다. 올해는 물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 대표의 앞으로 계획은 농업회사 법인 동광의 매출을 연 50억 원까지 올리는 것이다. 앞으로 5년 안에 달성하는 것이 목표이다. 법인 동광은 지난해 9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15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또, 우수농산물(GAP) 인증을 받으려고 각종 시설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으며, 단감·참다래 뿐 아니라 복숭아 등 다른 작물도 도입해 연중 유통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덧붙인 소식 하나. 30년 전에 참다래를 도입할 만큼 앞서가는 영농인으로, 고령을 이유로 노 대표에게 과수원을 물려준 부친은 요즘 뭘 하고 있을까.

“새로 양봉 일을 하십니다. 새벽 4시 30분이면 일어나 일을 합니다. 일을 좀 쉬시라고 말려도 소용이 없습니다. 얼마나 부지런하신지 몰라요. 한편으론, 여름에 모시 적삼을 입으시고 풍류를 아는 분입니다. 지난해 말에는 농촌진흥청이 주는 제1회 대한민국 상록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산악회 임원도 맡고 있어 오늘은 설악산에 산행을 가셨습니다.”

아무래도 노 대표의 열정은 ‘유전’인 듯하다.

/김구연 기자

<추천 이유>

안석경 창녕군 농업기술센터 과수특작담당 = 동광농장 노영도 농장주는 귀농한 지 10년이 안 된 새내기 농부로, 단감과 참다래 과수원을 경영하면서 항상 배우려는 자세로 새로운 농업기술을 조기습득하고 있습니다. 수확기 홍수 출하를 대비해 유통시설을 확보, ‘해다음’이라는 고유브랜드로 연중 공급하는 차별화된 유통으로 농가소득 증진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창녕단감연구회 임원으로 작목반·연구회 등의 조직 활성화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봉사활동은 물론 과학영농 실천과 새로운 농촌문화 창달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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