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제 대상·예술촌 개장…메세나 사업 성과 커

다사다난했던 2012년 한 해도 어느덧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연이어 치러진데다, 우리 지역은 도지사 보궐 선거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 정치·사회적 이슈들이 넘쳐난 한 해였다. 연일 굵직한 이슈들에 돋보이기는 힘들었지만, 올해도 경남 문화계는 문화예술의 아름다운 향기를 지역에 흩뿌리고자 최선의 노력을 했다. 창동예술촌 개촌, 전국연극제 2연패, 경남메세나협의회 향후 비전 발표 등 유난히 많은 희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경남도민일보〉는 지역 사회와 도민들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되는 경남문화계 주요 이슈 8개를 선정했다. 한 해 동안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노력한 여러 예술인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며, 다가오는 계사년 한 해도 풍성하고 아름답게 꾸며주길 기원해 본다.

도심에 예술촌을 만들다

창원시는 지난해 4월 7일 총 20억 원을 들여 '창동 빈 점포를 활용한 골목 가꾸기 사업'을 한다고 밝혔고, 올해 5월 25일 마침내 창동예술촌이 문을 열었다. 예술인이 모여 자생적으로 만든 예술촌은 있지만 관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예술촌은 창동예술촌이 전국에서 처음이다.

지난 5월에 문을 연 창동예술촌. /경남도민일보DB

기대도 그만큼 뜨겁다. 창원시와 창동예술촌 총괄기획을 맡았던 (주)포유커뮤니케이션즈간의 계약이 12월 14일 만료되면서 그 역할을 사단법인 창동예술촌이 맡게 됐다. 그간 지적되어온 여러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고,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것인지 지켜봐야 할 듯하다.

통합 창원시립예술단 출범

통합 창원시 출범 이후에도 각각 창원시립교향악단과 창원시립마산교향악단, 창원시립합창단과 창원시립마산합창단으로 나뉘어 있던 4개 단체가 올해 1월 창원시립교향악단·창원시립합창단으로 합쳐졌다. 통합 창원시 출범 이후 풀어야 할 가장 큰 난제 중 하나가 해결된 것이다.

상임지휘자는 옛 창원시립교향악단과 합창단 지휘자로 있던 정치용과 윤의중이 각각 맡았다. 이들은 통합을 기념해 대편성 관현악곡인 말러 교향곡 제1번 '거인', 총인원 130명이 한 무대에 서는 대합창곡 '카르미나 부라나'를 연주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모든 게 순탄치만은 않다. 단원들의 고용불안 해소와 대규모 인원을 적절하게 활용할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남메세나협의회 창립 5주년 성과 풍성

기업과 예술의 상생·협력을 통한 도민 문화향유권 증대와 경남 문화르네상스 실현을 위해 노력 중인 경남메세나협의회(회장 박영빈 경남은행장)가 창립 5주년을 맞았다. 경남메세나는 도내 기업들과 예술단체들의 적극적인 참여, 도와 도민들의 협조 아래 창립 5년 만에 전국 최초로 성공한 지역 메세나로 자리매김했다.

회원 수는 설립 초인 지난 2007년에 비해 115개나 증가했고, 사업비 역시 지난 2008년 10억 3000만 원에서 올해 21억 5900만 원으로 11억 2900만 원가량 올랐다. 결연팀 역시 5년 사이에 10개 팀에서 80여 개 팀으로 대폭 늘어나 대한민국 대표 지역메세나로 명성을 더했다.

올해는 특히 세계적인 지휘자 금난새 씨를 초대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메세나 관련 각종 행사를 기존 회원사 위주에서 벗어나 도민들에게 개방하는 등 대중화·차별화 시도가 돋보였다. 나아가 향후 '10년 비전'을 선포하면서 미래 동력을 마련하는 데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경남 연극의 힘, 제대로 보여줬다

경남 연극인들이 똘똘 뭉쳐 '연극은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거제 극단 예도의 〈선녀씨 이야기〉는 제30회 전국연극제 대상을 받았고, 창원 태봉고의 〈있는 그대로〉는 제16회 전국청소년연극제에서 단체 우수상을 거머쥐었다.

지난해에 이어 전국연극제에서 2년 연속 대상을 받은 것뿐만 아니라 전국연극제를 위해 경남에 있는 극단들이 힘을 합쳤다는 사실이 눈여겨 볼 만하다.

몇몇 연극인들은 이를 두고 경남문화재단의 '공연장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의 성과로 평가하지만, 젊은 배우와 스태프가 부족해 협업이 이루어진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전국연극제 대상을 받은 거제 극단 예도의 〈선녀씨 이야기〉. /경남도민일보DB

12년 만에 경남이 전국청소년연극제 상을 거머쥔 것은 경남 연극계의 새로운 희망이다. 태봉고는 단체상뿐만 아니라 개인상까지 휩쓸었는데, 박해인 학생이 최우수연기상을, 김가은·김종필 학생은 우수연기상, 이호용 학생은 스태프상을 받았다. 지난 2010년 연극반을 만든 지 2년 만에 거둔 '쾌거'다.

전국청소년연극제에서 단체 우수상을 수상한 태봉고 연극반. /경남도민일보DB

근대문화유산 보존 희소식

지난해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있던, 지은 지 100년이 넘은 근대건축물 삼광청주가 주민들이 펼친 보존 운동에도 불구하고 끝내 허물어졌다. 이를 계기로 근대문화유산(근대건축물) 보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올 한 해 이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할 단체와 조례가 만들어져 주목된다.

창원 내에서 온전하게 보존된 근대건축물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진해에서는 '진해근대문화유산연구·보존회'가 설립돼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학 교수와 건축사 등 관련 분야 전문가를 비롯해 화가와 예술인들, 정치인 등 직능별로 고르게 분포돼 있어 앞으로 활동에 대한 기대가 높다.

지난 20일에는 창원시의회에서 '창원시 근대 건조물 보전 및 활용에 관한 조례'가 제정돼 근대 문화유산 보존의 기틀을 잡았다. '제2의 삼광청주'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을 작은 단초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공연장상주단체 대폭 확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추진하고 경남문화재단이 지원해 지난 2009년부터 시행된 '공연장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이 지난 2년 간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지원 단체 수를 큰 폭 늘렸다.

이전 4개 단체에서 9개로 늘어났는데, 올해 선정된 곳은 국악 부문에 아름다운 우리가곡(가곡전수관)과 큰들문화예술센터(남해문화체육센터), 연극 부문에 사천 극단 장자번덕(사천문화예술회관)과 진주 극단 현장(산청문화예술회관), 통영 극단 벅수골(통영시민문화회관), 극단 마산(의령군민문화회관), 마산 극단 객석과 무대(합천문화예술회관), 거제 극단 예도(거제문화예술회관), 그리고 무용에 M&S무용단(거창교육문화센터)이다.

경남은 지난 2년 간 사업 성과가 전국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덕분에 올해 예산은 예년보다 3배가량 큰 폭 증액됐다. 이들 단체는 지원사업 선정 이후 대형 창작작품 개발, 서울 진출을 목표로 한 뮤지컬 제작, 전국연극제 2연패 달성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화소외 지역인 군소도시에 문화예술의 향기를 덧입히는 보편적 문화복지를 실현 중이기도 하다.

갤러리의 등장과 퇴장

올 한 해 경남엔 관람객과 작가가 만나는 갤러리가 속속 등장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기업과 은행에서 운영하는 갤러리가 늘었다는 사실이다. 그 선두엔 경남스틸 최충경 회장이 있다. 그는 2009년 12월 창원상공회의소 1층 챔버갤러리를 만들어 기업과 갤러리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지난 5월 경남은행 본점 1층 KNB 아트 갤러리가 문을 열었고, 11월 경남스틸 신사옥 5층 송원갤러리가 삭막한 공단에 문화의 꽃을 피웠다.

통영 동피랑마을엔 한 평 남짓한 갤러리가 생겼다. 연명예술촌 회원을 중심으로 2월부터 총 19번의 전시가 열렸고 작품 수입금 중 10%는 동피랑 마을에, 20%는 동피랑갤러리 운영비로 쓰인다. 지역작가와 나전칠기 작품을 소개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경남에서 유일무이한 상업화랑이었던 리안갤러리는 만 5년 만인 지난 11월 폐관했다.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경남에 세계적인 유명 작가, 국내 유망한 젊은 작가 등의 작품을 소개했으나, 열악한 지역 미술시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리안갤러리가 있던 자리엔 갤러리 세솜이 12월 문을 열었다.

미술계의 별이 지다

권영호 경남대 미술교육과 명예교수와 장영준 화백, 백성근 키네틱 아티스트가 올해 세상을 떠났다.

백성근 작가는 1971년 고성에서 태어나 부산 동아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했다. '움직이는 조각' 키네틱 아트를 20여 년 동안 해왔고 현대조각의 전통에서는 보지 못했던 '자유로움'과 '가벼움'을 선사했다.

장영준 화백은 8월 17일 8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1930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그는 1950년 6·25 전쟁에 참전해 1996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다. 석채화(石彩畵) 기법을 창작했으며 9월 19일 원폭 피폭자 인정을 받았다.

지난 8월 별세한 고 장영준 화백. /경남도민일보DB

권영호 교수는 1936년 경북 월성군 강동면에서 태어났으며 1976년부터 2002년까지 경남대에서 강의를 했다. 1970년대 흙, 80년대 한지 바른 문과 문살, 90년대 목어와 연꽃 등 전통적이고 종교적인 소재를 그렸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