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길 따라 가면 30억여 꽃송이 송이…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었다. 대표적 가을꽃인 국화가 만개했고, ‘높고 구름 없는 공활한’ 가을 하늘도 절정에 달했다.

깊어가는 가을, 지난 11월 2일 올해 마지막이 될 듯한 꽃구경을 위해 떠난 곳은 ‘제7회 거제섬꽃축제’ 준비로 한창인 거제시농업개발원(거제면 서정리 855-24).

제주도의 바다 빛깔이 일품이지만 거제 바다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잔잔하면서도 청록색에 가까운 바다가 시야에 들어오면 청량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창문을 열고 목적지를 향하는 동안 힐끗힐끗 바라보는 바다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황량한 바람을 뒤로하고 달리다 보면 선명한 원색의 꽃들이 도로 옆으로 길을 안내한다. 목적지에 다다랐음을 알려준다. 축제는 3일부터 11일까지이지만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한껏 받은 꽃들은 만개해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일찌감치 꽃축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도 제법 눈에 띈다.

‘가을꽃과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꿈속 동화나라’

꽃들로 만든 조형물은 가까이 가면 향기가 그윽하다. / 사진 최규정

축제장에 도착하면 말 그대로 ‘꽃 대궐’이 우리를 맞이한다. 알록달록 물감을 흐트러뜨려 놓은 듯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서로 뒤엉켜 화려한 꽃 대궐을 만들었다. 강렬하게 불어오는 국화꽃 향기에 취해 그 문 안으로 쏙 들어갔다. 그 찰나 ‘윙’ 벌들의 소리에 몸이 움찔한다. 꽃 대궐을 지나면 꽃 천지가 펼쳐진다.

올해 섬꽃축제는 ‘가을꽃과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꿈속 동화나라’라는 슬로건 아래 30억여 송이의 가을꽃 향연을 펼칠 예정이었다.

축제 행사장은 대형 ‘섬 꽃 캐릭터 동산’을 비롯해 천국의 정원, 미로 정원, 곤충관, 야생화·식물관 등 풍성한 볼거리 제공을 위한 막바지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다.

꽃길이 안내하는 곳으로 천천히 발을 옮겼다. 꽃 조형물을 지나면 해바라기 미로 정원이 펼쳐진다. 해바라기는 신기하게도 정확하게 해를 향해 그 모습을 뽐내고 있다. 무릎 위로 살짝 올라오는 키의 해바라기들이 질서 정연하게 한 곳을 바라보며 장관을 이룬다. 해바라기 사이로 걷다 보니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향기를 맡겠다고 함부로 코를 갖다대면 큰일 난다. 벌들의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섬꽃축제에 전시된 꽃들은 거제시 농업개발원이 꼬박 한 해 동안 기른 것이다. / 사진 최규정

해바라기 미로를 지나 도착한 ‘섬꽃 캐릭터 동산’은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천연의 선명함을 뽐내는 꽃들은 동산을 만들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해 있다. 사진 찍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한 아름 국화 사이를 이리저리 미끄러지듯 걸어다니는 나비를 렌즈에 담아보려 가까이 다가갔다.

이미 국화꽃에 취한 나비는 사람이 다가와도 달아나지 않는다. 날개를 폈다 접었다 국화꽃 사이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자세를 취해준다.

곳곳에 마련된 꽃들에 둘러싸인 정자도 운치를 더한다. 가을이 되면 더욱 쓸쓸해 보이는 벤치는 어서 와서 앉아보라고 유혹한다. 아무렇게나 가방을 두고 앉았다.

하늘은 눈이 부시도록 파랗다. 햇볕은 따가울 정도로 강렬하지만 제법 쌀쌀한 바람과 어울려 따사롭기 그지없다. 그리고 전해오는 꽃 향기. 오감이 행복하다. 눈을 감고 한참을 앉아 있으니 시간도 멈춘 것 같다.

꽃 감상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섬꽃축제에는 꽃마차 체험, 국화꽃 따기, 재래농기구 체험 등 다양한 부대행사와 전시·공연도 진행될 예정이라니 아이들과 반나절 보내기엔 부족함이 없을 듯했다.

1년 동안의 정성이 깃든 수제(手製) 축제

꽃들로 만든 조형물은 가까이 가면 향기가 그윽하다. / 사진 최규정

거제섬꽃축제가 더욱 의미 있는 것은 단시일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 돈의 힘으로 만든 축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거제시 농업개발원에서 추운 겨울과 뜨거운 여름을 지나 가을날까지 꼬박 한 해 동안 수많은 사람이 직접 꽃을 길러, 작품을 만들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으며 하나하나 손으로 꾸민 진정한 수제(手製) 축제이다.

정성들여 키운 가을꽃이 30억 송이라니 그 수고로움에 꽃 하나가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특히 국화꽃으로 연출한 대형 해금강 일출 전경, 낭만의 연인길(강변 꽃길, 덩굴성식물 터널) 등은 거제섬꽃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못내 가을을 보내기가 아쉬웠던 마음이 거제가 펼쳐놓은 동화 속 꽃 세상에서 충분히 채워졌다.

찾아가는 길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한다면 = 북창원 IC와 칠원 JC를 거쳐 남해고속국도 산인 JC로 진입해 진주 JC까지 오다가, 여기서 통영~대전ㆍ중부 고속국도 연화산 IC로 이동해 통영 IC까지 오면 거제방면 국도 14호선이 나온다.
국도 14호선을 타고 계속 직진하다 사등면 사곡삼거리에서 거제면ㆍ해금강 방면 도로로 들어와 거제시 농업개발원까지 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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