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살이 조화로워 신주거단지로 뜨는

“면 단위에서 서울 가는 버스가 1일 40회 운행된다모는 말 다 했지예. 전국에서 여게 말고는 없는 일 아임니꺼.”

경남 서부에서 산청군 신안면 원지마을이 교통 요충지와 신주거단지로 뜨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곳 원지마을은 서울은 물론 산청, 함양, 거창으로 관문인 동시에 지리산 중산리로 들어서는 관문이기도 하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가 나고 단성톨게이트가 들어서면서 1일 교통량과 유동인구가 대폭 늘었다.

“예전에 이곳은 단성현으로 들어서는 원(역)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데예. 원지는 단성현이나 산청, 함양으로 이어지는 사통팔달 교통의 요충지에 있어 식당이나 주막거리가 활발했고, 사람들과 차량들이 쉴새없이 드나드는 곳이었다 아임니꺼.”

원지 토박이라는 한 어르신의 귀띔이다. 지금도 이곳은 산청군에서 주민들의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이라 한다.

“시골 읍면들이 저녁 7시만 넘으면 캄캄한데 원지는 10시가 넘어도 불이 훤하니 확실히 뜨고 있는 건 맞지예. 딱 깨놓고 ‘그럭저럭 먹고 살만허고 돈이 잘 도는 곳’이란 말이지예.”

산청군 신안면 원지 전경 / 사진 김구연 부장

원지마을이 소재한 산청군 신안면은 최근 군내에서 인구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현재 산청군 인구는 3만 5000명 정도로 몇 해째 변함이 없지만 신안면은 조금씩 늘고 있다. 매년 30~40명 정도 소폭 상승을 보이고 있다. 타 군이나 면 단위에서 인구가 점점 줄고 있는 것에 눈에 띄는 일이다. 또 농사를 짓지 않는 가구 수가 농가 수보다 약 2배에 이른다.

현재 신안면 33개 행정마을 인구 수는 5913명으로 이 중 원지마을만 2400여명에 이른다. 거의 40%가 이곳 원지에서 살고 있는 것. 주목할 만한 것은 원지마을은 노인 인구가 10% 뿐이라는 사실이다. 그만큼 경제활동인구가 높은 곳이다. 취학인구도 인구의 30%나 된다. ‘젊은 마을’임이 분명한 사실이다.

신안면의 유입 인구 중 생태적인 삶과 대안교육을 찾는 귀농·귀촌인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외송리의 간디학교와 안솔기마을, 둔철 얼레지 피는 마을, 갈전리의 민들레공동체의 대안에너지센터와 민들레중학교, 그리고 숲속간디중학교 등이 199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일구어진 새로운 마을들이다. 요즘은 안봉수월 골짜기에도 유입 인구가 늘고 있는 추세라 한다. 이런 원인에는 이들 마을로부터 몇 km내 편리한 교통과 교육·문화를 어느 정도 보장하고, 상권이 잘 형성된 원지마을이 있기 때문이다.

두물머리, 강과 산의 그 아름다움이란!

이곳은 산청읍에서 내려오는 경호강과 합천에서 내려오는 양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위치해 있어 주변 경치 또한 눈길을 끈다. 빼어나다기 보다는 첫 눈에 느껴지는 여유롭고 소박한 아름다움이다. 면사무소와 시외버스정류장이 있는 마을 한가운데의 북적임과는 달리 사방 100m만 걸어나가면 산과 강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산청읍으로 향하는 옛 국도 3번 옆으로는 적벽산이 있다. 야트막한 산인데도 강 쪽으로는 깎아지른 절벽이다. 이곳은 마을 주민들이 가벼운 산행을 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참나무며, 부처바위솔이며, 인동, 마삭줄 등이 가파른 바위틈새를 타고 이리저리 자리잡고 있어 사계절 변화무쌍하다. 적벽산은 굽이치며 흐르는 경호강을 앞에 두고 연둣빛으로, 짙은 초록으로, 타는 붉음으로 그 아름다움을 안겨준다.

“하, 여기 회룡포 같습니다. 적벽산에 올라 눈앞을 내려다보는 순간 깜짝 놀랐어요.”

취재 당일 같이 간 사진기자의 탄성이었다. 뷰파인더에 잡힌 경호강은 유려한 곡선을 그으며 흘렀고, 말할 수 없이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산청군 신안면 원지 전경 / 사진 김구연 부장

적벽산에서 이어지는 산은 백마산이다. 이 산은 원지 삼거리 단성교에서 보면 마치 풀을 뜯는 말의 펑펑한 등 모양을 하고 있다.송이버섯이 많이 난다는 백마산은 9월이 되면 벌써 사람들의 발길이 많아지는 곳이다. 눈으로 보기엔 그리 높지도 깊지도 않은 듯한데 산길이 좋아 산행을 즐기는 사람이 많이 찾는다.

경호강과 양천강 두물머리 방파제에는 아침저녁으로 마을 주민들이 나와 가벼운 운동을 하거나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눈다. 왼쪽 양천강을 건너 대숲으로 가는 잠수교에는 계절 구분없이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띈다. 한편으로는 꼬마아이들이 납작한 돌을 찾아 물수제비를 뜨면 지나던 마을 할아버지도 모습도 한몫 거들기도 한다. 일요일이면 옅은 비가 뿌리치는데도 마을 소년들이 나와서 낚싯대 앞에 서 있는 풍경을 종종 볼 수 있다고.
원지는 산과 강을 다 갖춘 곳이다.

식당·마트·숙박시설 좋아 주말 즐기기에 부족함 없어

이곳 원지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식당들이 잘 형성돼 있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도 상권의 반 정도가 마치 식당인 것 같다.

“식당이 참 많지예. 주민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워낙 많이 드나드는 곳이니께 식당이 잘 되는 거지예. 주말 할 것 없이 평일에도 가까운 진주나 사천에서 많이들 와예. 지리산으로 가는 길목이니까 관광객도 많고요.”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영미(암소참나무숯불갈비) 씨의 말이다.

“오래된 식당들이 장사가 워낙 잘 되다보니 저절로 상권이 형성된 거지예. 장사가 안되모는 할라고 하겠심니꺼.”

   

경호강과 양천강이 흐르는 긴 강변을 따라 다양한 메뉴의 식당이 들어서 있는 것은 물론이고, 아파트나 복지회관 등 주택단지 어디에서나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것이 깨끗하게 들어서 있는 식당들이다.

원래 식당이 잘 되어 입소문을 많이 타던 곳이지만 최근 몇 년 들어 쏙쏙들이 새로운 식당들이 들어서는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경호강과 양천강, 두 줄기의 강을 끼고 있어 민물고기 매운탕이나 피리조림 등을 주 메뉴로 하는 식당도 있고, 소고기에 한방약재를 가미한 갈비탕, 진한 국물의 추어탕, 맑고 시원한 다슬기탕, 깔끔한 순두부 등 다양한 메뉴의 식당들이 다 모여 있다.

마을 가운데 자리잡은 하나로마트와 원지마트는 가까운 곳에 시장이 없는 주민들의 불편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곳이기도 하다. 지리산 중산리로 들어서는 도로와 접해 있어 관광객이나 등산객 이용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름 휴가철 특수를 누리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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