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도이치방송 교향악단 진주공연 가보니

'독일 4대 교향악단'이라는 명성이 허구가 아님을 확인시켜줬다. 특히 관객들에게 최상의 조건에서 최고의 음악을 들려주겠다는 의지가 빛나 더욱 감동적인 무대였다.

지난 25일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도이치방송 교향악단' 내한 투어 마지막 공연이 펼쳐졌다. 이날 공연에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1000명에 가까운 도내 클래식 팬들이 몰렸다. 이러한 열망을 알아차린듯 '도이치방송 교향악단'은 열정 가득한 최고의 연주로 보답했다.

먼저 눈에 띈 점은 연주자들이 오케스트라 피트 위까지 나와 최대한 객석 가까이 자리 잡은 것이다. 대개 오케스트라는 원활한 소리 증폭을 위해 되도록 반사판 내에 포근히 둘러싸여 연주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날 무대는 오케스트라 뒷공간에 60여 명 대합창단이 서고 남은 공간을 비웠다. 이는 지휘자 카렐 마크 시숑의 판단이었다. 마지막 연주될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의 느낌을 관객들에게 좀 더 강렬하게 전하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도이치방송 교향악단 진주공연. /경남문예회관

'운명'은 베토벤 교향곡 가운데 음이 화려하고 강렬한 것이 특징. 이제 갓 마흔을 넘긴 젊은 지휘자는 연주음이 대극장 전체에 더욱 크고 확실하게 울려퍼지게 하고자 일부러 반사판을 멀리했다. 덕분에 관객들은 멀리서도 연주자 표정과 손끝 하나하나에도 세세한 관심을 기울이면서 연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시숑은 연주에도 변화를 줬다. 위치 변화를 통해 평소보다 더 큰 울림을 낸 것에 더해, 연주 템포를 전체적으로 빠르게 가져가면서 관객들이 흥분된 감정으로 연주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한 것.

시숑은 시원시원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격정적인 쇼맨십도 적절히 구사해 음악을 듣는 맛과 함께 연주를 보는 맛도 더했다. 자신이 원하는 정확한 음을 도출해내는 간결하면서도 빠른 지휘 테크닉, 원하는 음을 단숨에 이끌어내는 탁월함,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정적인 몸짓에서 나오는 카리스마까지…. 시숑은 내한 마지막 공연을 온전히 자신만의 무대로 화려하게 장식하려는 모습이었다.

협연에 나선 비비아네 하그너는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35번'을 자신의 감성으로 유려하게 풀어내 많은 찬사를 받았다. 하그너는 이 곡을 울림이 크고 쾌활한 러시아적 음색을 과감히 배제한 채, 조용하면서도 차분한 기교로 무드 넘치는 곡풍으로 전달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마지막 앙코르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도이치방송 교향악단은 브람스 '헝가리 무곡'에 이어 한국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연주함으로써, 음악을 통해 '분단'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한국과 독일 양국 간 우애를 돈독히 하자는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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