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파워팩 배제 결론 내리고 형식적 심의…무기상과 검은거래 의혹

육군의 차세대 전차인 K2 전차에 탑재할 파워팩(엔진+변속기)을 선정하는 과정이 총제적으로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지난 3월 공익감사 청구에 따라 5월 14일부터 6월 26일까지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국방과학연구소·육군본부 등을 대상으로 벌인 'K2 전차 파워팩 적용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15일 공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방사청이 독일산 파워팩을 선정하기로 사전에 결론을 내려놓고 형식적으로 심의한 것이 밝혀져 그동안 국산 파워팩에 문제가 있어 군 전력화 일정을 맞추려면 독일산 파워팩 선정이 불가피했다는 주장이 모두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방사청은 지난 5일 국회 국방위에서 독일산 파워팩에 문제가 없고 국내 개발업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S&T중공업 박재석 대표이사는 "우리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면 방위산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말했다.

육군의 차세대 전차K2전차 모형.

◇"독일산 문제없다" 허위 보고 = 지난 4월에 열린 방위산업추진위원회(이하 방추위)에 'K2 전차 초도 양산 파워팩 적용 안건'을 상정하면서 양산 실적이 없는 독일산 시제품을 실적이 있는 것처럼 부풀렸다. 또 국산에 적용한 후속 군수 지원, 100㎞·8시간 연속 주행 평가를 독일산은 빠트렸다. 여기에다 독일산 파워팩에서 전차 기동 불가, 시동 불가, 매연 과다 발생, 제동장치 고장, 오일 누유 등의 결함이 발생했지만 이 같은 결과를 완전히 무시했다.

그러나 국산 파워팩은 기술검토위에서 '중대한 결함'이 아니라고 평가했는데도 이를 '주요 결함'으로 기술했다. 특히 방사청은 독일산 파워팩을 적용하는 것으로 먼저 결론을 내린 후 국방과학연구소에 이 결론에 맞는 공문을 보내도록 요구했으며, 민간 전문가의 '국산 파워팩을 계속 개발해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무시했다.

이 같은 방사청의 행태는 국산 파워팩을 처음부터 배제하고 독일산 파워팩을 도입하려는 의도된 수순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검은 커넥션' 밝혀질까 = 독일산 파워팩 도입 시 무기 중개상 등이 개입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으며 '100% 독일 생산품을 국내 구매 대행업체를 거쳐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독일업체의 의견을 전달받고도 이를 방추위에 보고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 같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방위사업청장에게 "해외·국내 개발 파워팩의 양산 실적, 성능 검증, 전력화 시기, 소요 예산·획득방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K2 전차 적용 파워팩을 다시 결정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국산 파워팩을 초도 양산분부터 적용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해졌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K2 개발사업을 총괄해온 사업본부장과 현역 준장인 사업부장에 대해 강등을, 일반 공무원인 사업팀장에 대해 정직을 권고하고, 노대래 방사청장에 대해서는 주의 조치했다. 감사원의 현역 장성에 대한 강등 요구는 사실상 강제 예편을 의미하는 것으로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감사원이 독일산 파워팩 선정과정에 의혹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감사 결과를 대검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검찰의 방사청 K2 개발사업 관련자에 대한 수사에서 무기 중개상과의 '검은 거래' 여부도 나올 수 있다.

한편, 방사청은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수용할 수 있는 사안은 최대한 수용할 계획이다. 단, 감사 진행 중 설명이 부족하거나 청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사안은 관련 규정의 해석과 사실관계 등을 통해 추가적인 소명을 할 예정이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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