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과 안철수의 공통점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부산이다. 문재인은 부산 영도구에서, 안철수는 부산진구 범천동에서 자랐다. 하지만, 둘 다 출생지는 부산이 아닌 경남이다. 문재인은 흥남 출신 부모님이 피란 내려왔던 거제에서, 안철수는 부친의 군의관 근무지였던 양산에서 태어났다. 문재인은 초등학교 입학 직전, 안철수는 태어난 그 다음해 부산에 왔다. 선거를 예상한 건 아니겠지만 두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지역을 아우르는 경쟁을 한듯한 그림이다.

부산이라는 공통점은 두 사람을 야구에서 다시 만나게 한 것 같다. 문재인은 대학 때 시위로 수감되었을 때 당시 사귀던 현재의 아내가 모교인 경남고 야구 우승 소식이 적힌 신문을 들고 면회왔을 정도로 주변에서 인정하는 야구팬이다. 안철수는 자이언츠가 성적이 안 좋을 땐 마음이 아파 경기를 볼 수 없다고 털어놓을 만큼 애정이 깊다. 여기엔 두 사람이 부산의 야구 명문 경남고와 부산고를 다녔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은 독서광으로도 유명하다. 가난한 형편 때문에 읽을거리가 많지 않았던 문재인은 초등학교 때 3살 위 누나의 교과서까지 읽었고 중학교 땐 몇 개월 동안 도서관 끝날 때 의자정리까지 해주고 나올 정도로 책을 많이 읽었다. 안철수는 스스로 활자중독증이 있다고 고백할 정도다. 책을 보면 목차는 물론이고 페이지와 끝부분까지 모조리 다 읽어야 직성이 풀렸다고 한다.

재밌는 공통점도 있다. 둘 다 배우자를 학내에서 만났다. 문재인은 경희대 3학년 때 같은 학교 성악과 1학년 김정숙 씨를 만났고 안철수는 서울대 본과 3학년 때 진료동아리에 들어온 본과 2학년 김미경 씨를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두 사람의 보기 드문 인품도 공통점이다. 청와대 재직 시절 문재인은 20대 초반 비서관에게도 존댓말을 썼다. 안철수는 군대 시절 부하 사병에게 반말을 쓰기가 그렇게 힘들었다고 한다. 문재인은 의뢰인이 어떤 얘기를 해도 끝까지 들어주었고 안철수는 CEO 시절 직원의 면담 요청이 있으면 중요한 사업 약속도 변경하고 만나주었다. 본인들이 강력한 정치의지를 표출하지 않았음에도 국민들이 바로 이런 인품에 기대를 갖고 두 사람을 정치판에 호출한 것이다.

이제 차이점을 보자.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성장기 부의 크기다. 한국전쟁 때 피란 내려온 문재인 가족은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였고, 부친이 의사인 안철수는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린 시절 집안 형편은 두 사람의 기억에도 차이를 만들었는데 문재인은 월사금을 못내 쫓겨난 기억을, 안철수는 잡지사로부터 상까지 받았던 라디오조립 취미생활을 책에 쓰고 있다.

두 사람의 이런 차이는 사회 활동에서도 유지되는데, 안철수는 의사를 거쳐 기업가가 되었고 문재인은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후 노동 전문 변호사가 되었다. 이렇게 보면 자본에 가까운 편인 안철수에게 다소 불안감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안철수는 자신이 세운 안철수연구소 첫번째 핵심가치로 "우리 모두는 자신의 발전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한다"를 들고 있다. 안철수가 기업인으로서 극히 드물게 기업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앞세우고 있다는 점이 놀랍고 또 우리를 안심케 한다.

두 사람의 대선 행보도 차이점이 뚜렷하다. 문재인은 이성적이고 안철수는 감성적이다. 최근 한 대담 자리에서 조국 교수는 문재인 후보가 공약의 실현가능성을 너무 따진다며 "뻥도 치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는데 문재인의 발언은 너무 솔직해 돌직구로 불리기도 한다. 다리 아래를 보는 아이의 등을 잡아주거나 서툴게 장비를 다루는 안철수의 모습은 유권자가 여태 겪어보지 못한 정치인의 감성적인 모습이다.

   

초반엔 안철수의 감성이 문재인의 돌직구를 눌렀다. 안철수의 감성은 짧으면서도 파괴력이 있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의 색깔론에 대응한 안철수의 '반사' 트윗은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문재인의 돌직구에 안철수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투표시간 연장 이슈부터 문재인의 돌직구 발언이 탄력을 얻으며 안철수를 압박하고 있다. 문재인은 집안의 큰형 같고 안철수는 닮고 싶은 선배 같다. 문재인은 차곡차곡 우리 안에 쌓이고 안철수는 어느 순간 우리 맘을 휘젓는다. 문재인은 집을 짓는 것 같고 안철수는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 기초가 다져지는 집을 보면 안심이 되고 화판에 그려지는 집을 보면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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