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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섹시 콘셉트에 뻔해지는 가요계

걸그룹 춤·옷 선정적 설정 / '외설' 비판에도 계속 등장"

제휴뉴스 webmaster@idomin.com 2012년 11월 06일 화요일

'란제리룩 의상을 입은 여성이 허벅지에 가터벨트를 착용한 채 봉춤을 춘다.' 성인용 비디오물에 흔히 등장하는 장면이 아니다. 요즘 섹시 콘셉트를 내세운 일부 걸그룹의 단면을 모아놓으면 이런 모습이라는 얘기다.

점점 야해지고, 점점 섹시해지고 있다. 속살로 착각을 일으키는 살구색 천이 덧대인 시스루 스타일 의상은 '귀여운 꼼수'다. 핫팬츠를 입은 채 다리를 과도하게 벌리는 일명 '쩍벌춤'이나 야릇한 상상을 부추기는 교태 섞인 몸짓은 웬만한 걸그룹이 거쳐야 할 필수 코스가 된 지 오래다.

심지어 남녀간 성관계 체위를 연상케 하는 커플 댄스도 빼놓을 수 없는 퍼포먼스 아이템이다. 실제 본 무대는 그렇지 않더라도 활동에 앞서 공개하는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이나 이미지에는 '19금', '침대 셀카', '키스', '목욕신', '파격 노출' 등의 수식어 정도는 붙어줘야 한다.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던 가수 현아. /뉴시스  

애프터스쿨, 카라, 시크릿, 안다미로, 현아, 지나, 걸스데이, NS윤지 등 수많은 여가수가 올 하반기 한 번쯤 선정성 논란에 휘말렸거나 혹은 이를 자청했다. 걸그룹들의 과도한 노출·선정적인 춤에 대한 비판과 이에 맞서 표현의 자유를 부르짖는 목소리는 서로 메아리가 돼 잊을 만하면 돌아온다.

대중은 각박한 현실에서 판타지(Fantasy)적인 이야기와 동경의 대상을 찾기 마련이다. 대중은 일탈하고 싶고, 내가 하지 못하거나 할 수 없는 것들을 해내는 연예인을 보면서 대리만족,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이다. 앞서 소녀시대, 씨스타, 나인뮤지스 등은 특정 직업 '제복' 같은 무대 의상으로 일종의 '터부(Taboo)'와 로망을 절묘히 배합해 대중의 욕망을 건드리기도 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치열한 경쟁 속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한 방송사나 연예기획사가 결국 대중의 판타지를 좇고 있다"고 말했다. 스무 살도 안 된 미성년자 연예인을 '청순 글래머', '베이글녀' 등으로 성 상품화 하는 세태가 현실이다. 방송 카메라는 무대 아래서부터 위 방향으로 걸그룹 멤버의 몸을 훑고, 신체 특정 부위를 클로즈업해 촬영한다. 그는 "보다 자극적인 것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시청률을 추구하는 방송과 '생존의 몸부림' 치는 연예기획사가 성적 판타지를 좇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 모른다"고 씁쓸해했다. 일부 매체 역시 어느덧 가수의 음악을 분석, 무대 전체를 평하기보다 그들의 선정적인 의상·퍼포먼스에 주목한다. 그게 쉽고 편해서다. 수요자(대중)와 공급자(방송·기획사)가 서로에게 원하는 것만을 주고 있는 '필요악'인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역설적으로 코믹한 춤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싸이는 보는 음악뿐 아닌 듣는 즐거움까지 안겼다. 국내 가요계의 큰 수확이다. 하지만 싸이의 '말춤' 역시 그 특유의 유쾌함으로 상쇄됐을 뿐 그 안에 '말'이라는 동물이 갖는 묘한 성적 상징성이 담겼다. 사실 '섹시한' 매력은 남녀 누구나 갖고 싶은 본능이라 할 만하다.

   
  그룹 시크릿.  

대중음악 가수에게 순수예술을 바라서도 안 되고 그럴 필요도 없다. 퍼포먼스도 실력이고 잘 생기고 예쁜 외모도 개인이 가진 하나의 능력이다. 문제는 그들이 내세우는 '섹시'가 얼마만큼의 당위성과 명분을 갖느냐다. 단순히 눈길을 끌기 위해 속살을 드러내고 몸을 흔드는 것이라면 '예술'이 아닌 '외설'에 가깝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성시권 대중음악평론가는 "국내 대중의 인식이 많이 변해가고 있으나 마돈나, 레이디 가가 등 유명 팝스타들과 지금 국내 걸그룹들을 비교 대상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음악과 퍼포먼스, 주객이 바뀐 경우가 많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퍼포먼스는 음악에 담긴 메시지를 조금 더 잘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하는데 일부 걸그룹이나 여가수의 무대가 과연 그러한지 의문"이라며 "몇몇 그룹이 비슷하게 돌고 도는 섹시 콘셉트는 계속 양산되고 시장서 꾸준히 소모되겠지만, 갈수록 식상함이 더해져 그들 스스로를 가둘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그들은 물론, 더 나아가 K팝 발전을 위해 방송·언론·평단과 각 연예 기획사의 각자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룹 카라.  

이데일리/조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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