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밭이 없어 키웠소, 황토를 먹여 키웠소

합천은 산이 많아 농사지을 땅이 적었다. 눈 돌린 것이 소 키우는 것 정도였다. 다행히 자연환경이 소 키우기에 좋았다. 먹잇감이 풍부하고,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조용함과 맑은 공기가 있었다. 그렇다고 한밑천 잡는 정도도 아니었다. 그냥 배고픔을 달래는 정도였다. 궁핍했던 옛사람들에게는 마음 편치 않지만, 오늘날 '합천 한우'가 이름 떨치게 된 근간이 되었다 하겠다.

1990년대 중반 합천군은 '황토 먹인 한우'라는 것을 브랜드화했다. 각 자치단체에서 한우·돼지를 기획해 만들던 시기였다. 황토를 내세운 이곳은 성공적이었다.

황토는 오래전 민간요법에도 자주 쓰였다 한다. 이를 소먹이로 활용하니 효소·미네랄 대사 작용으로 질병 면역성 강화에 도움 되었다 한다. 고기 맛도 달라졌다. 육질이 한층 부드러웠고, 육즙은 풍부해졌으며 담백한 맛에도 도움되었다 한다.

합천 한우.

합천등록우 전자경매시장에서는 한 달에 두 번 송아지 경매가 이뤄진다. 이를 통해 매해 6000마리 이상 되는 우량 송아지를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사료 만드는 공장도 별도로 있으며, 생산에서 판매까지 체계적으로 운영된다.

합천군 가운데서도 '삼가 한우'는 사람들 귀에 더 익다. 삼가면은 서부경남 최대 규모로 장이 섰다. 특히 큰 우시장이 있어, 주위에 크고 작은 고깃집이 많았다. 어느 식당은 직접 소를 골라 바로 잡아서는 그날그날 내놓았는데, 입소문이 꽤 퍼진 모양이다.

지금은 삼가면에 고깃집이 20개 넘게 자리하고 있다. 각 식당에서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알지라도 한우 고기 굽는 법을 한 번 더 일러 준다. 한번 만 뒤집고 육즙이 나오기 시작할 때 먹는 게 가장 좋다는 것이다.

합천은 차로 30분 내 거리인 대구생활권이다. 소비생활은 주로 대구에서 이뤄지다 보니, 이 지역 경제는 활기가 떨어진다. 그럼에도 한우에서는 좀 득을 보기는 했다. 대구 사람들이 주 소비자 역할을 하며, 입소문 내는데도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황강은 이 지역 젖줄이다. 농사에 쓸만한 땅은 주로 강 주변이었다. 강 안쪽으로 좀 더 붙으면 황량한 모래땅이다. 한때 이곳에서는 땅콩 재배가 성했다. 땅콩은 고온건조한 지역에서 잘 자란다. 물 잘 빠지는 강가 모래흙이 제격이다. 하지만 합천댐 건설 이후 황강 백사장 면적이 줄어 대표 특산물로 뻗어 나가지는 못했다.

합천댐은 대신 다른 것을 내놓았다. 댐 건설로 이뤄진 합천호에는 겨울 특미 빙어가 있다. 빙어는 '호수의 요정'이라 불린다. 깨끗하고 차가운 물에서만 살며 몸이 투명하다. 여름에는 수온 낮은 깊은 곳에 있다가 겨울 되면 찬물로 올라온다. 12월부터 3월 사이, 빙어 먹으러 먼 발걸음 하는 이가 적지 않다.

합천호는 잉어·붕어·향어·송어 같은 것들이 채우고 있다. 합천군은 어린 민물고기를 계속 방류해 왔다. 낚시는 제한적으로 허락돼 있다. 중류지역 술곡리 옥계 주변·상류 봉산교 주변·우측편 중류 계산리 지역은 낚시하기 좋은 목으로 알려져 있다. 낚시꾼 아닌 사람들은 합천호 주변 식당을 찾으면 민물고기 찜요리 매력에 푹 빠질 수 있겠다.

이름난 사찰 인근이 그러하듯 해인사 주변은 산채음식점이 넘쳐난다. 이들 식당은 저마다 '해인사 전통사찰음식'에 관한 설명 글을 붙여놓았다. 1999년 방문한 일본총리에게 해인사가 내놓은 음식에 관한 것이다. 팽이·표고버섯·석이버섯·당근 같은 것을 섞어 만든 구절편, 미나리·숙주나물·청포·묵에다 참기름을 뿌린 탕평채를 선보여 일본 총리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산채 한정식.

합천군은 '2011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을 앞두고 '대장경밥상'을 개발했다. 주 요리는 세 가지다. 도토리비빔밥은 도토리묵·버섯·달래 부추장을 넣어 외국인들을 주 대상으로 내놓았다. 채식나물밥상은 해인사 주변에서 나는 산채·버섯·장아찌를 채취해 올려놓는다. 3만 원하는 대장경한정식은 송이버섯으로 만든 신선로, 쇠고기 육전, 칡 물로 찐 흑돼지 수육 같은 것으로 한 상 거하게 내놓는다. 군에서 선정한 '대장경밥상' 전문식당이 두 곳 있다. 한 끼 배불리 먹을 수는 있겠으나, '대장경밥상'에 담긴 의미는 잘 전달되지 못하는 듯하다.

영암사지·황매산 모산재 자주 찾는 이들이 꼭 들르는 포장마차가 하나 있다. 일흔 훌쩍 넘은 할머니가 15년 넘게 자리 지키고 있는 곳이다. 국수·나물전·두부·막걸리 같은 것을 내놓는데, 재료에 쓰이는 채소 같은 것은 직접 기른 것이라 그 정성이 느껴진다.

합천영상테마파크 안에는 '일본 부인회'가 운영하는 우동집이 있는데, 관광객이 꼭 들르는 곳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면발은 사누키우동 본고장인 가가와현 것 그대로다.

사누키 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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