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있습니다] 태풍 '산바' 지나가던 날 사천강 모습

9월 17일 오전 10시 태풍 '산바'가 사리와 맞물려 한반도를 강타한다는 언론 보도에 사천강으로 향했다.

사천강은 제방을 한 뼘가량 남겨두고 거침없이 물살을 일으키며 흐르고 있었다. 사천읍 용당교, 그리고 진사일반산업단지가 있는 사천만은 만조와 겹쳐 도로 침수까지 아슬아슬 애간장을 태우고, 선진공원 아래를 포함해 서택지 주변의 농경지는 완전 침수되어 분간을 할 수 없었다. 여기서 종포마을로 들어서자 바닷물은 마을 앞 제방을 넘어 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9월 18일 사천읍 사주리에서 드라이버를 들고 있는 주민을 만났다.

"매미 이후로 이렇게 마당 위에까지 물이 들어오기는 처음이라, 여기 있는 세탁기 안으로 물이 들어가서 모터가 고장났나 싶어 함 볼라고 안하요."

그리고 사주리 우편취급국에서도 침수로 인해 사무실 복사용지와 소파를 밖에다 말리고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작년에도 괜찮았는데, 이번에는 바람은 많이 불었지만 비 양도 얼마 안됐는데 무슨 일인지……. TV에서는 사리 만조가 겹쳐서 그렇다고 하는데 비가 이 정도라서 그렇지 더 오면 방안으로 들어올 판이다'라며 걱정을 내려놓지 못하고 계셨다.

지난 9월 17일 오전 태풍 '산바'가 지나갈 당시 용당교 아래 모습. /김향진

'도시화가 물순환에 미치는 영향과 서울시 현황'을 주제로 <워터저널> 2012년 8월호에 게재된 김영란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이 올린 글의 일부이다.

"물순환은 증발, 유출, 침투 3가지 인자를 토대로 검토를 하게 된다. 도시화에 따른 표면유출량 증가로 서울시는 2001년, 2010년, 2011년 큰 홍수 피해를 입은 바 있다. 하천 유입량은 1960년 34.2%에서 2002년 8.6%를 기록, 대부분의 하천이 건천화됐음을 증명했다. 현재 67%의 하천이 건천화되어 있는 상태이다. 풍수기에 비가 많이 오고 갈수기에는 비가 오지 않는 집중화 때문에 서울시의 홍수 피해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영향은 기후 변화도 원인을 제공하지만 서울시의 표면이 불투수 표면으로 바뀐 원인이 크다. 비가 오면 땅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그대로 유출되어 홍수량이 증가하는 것이다."

홍수방재대책과 관련해 '택지 개발로 인한 우수 유출량 저감 방안'이 화두가 돼서 지역을 떠나 전국에서 대책 방안 강구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는 현실임에도, 사천시는 지금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홍수량 산정의 최대 변수인 유역면적, 유출계수, 강우강도. 이 가운데 유역면적과 강우강도는 20년 전 자료인 1992년 하천기본계획을 기준으로, 토지이용현황에 대한 유출계수는 30년 가까이 오래된 1984년 자료를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에 대한 사천시의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경남도 또한 사천시와 함께 예산 부족 운운하며 하천기본계획 재수립을 미루고 있는데 이는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저버린 명백히 직무유기이다.

지금 사천강에서는 굴착기가 '하천환경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파헤치고 있는 것이다.

하천법 제2조(정의)

5. "하천공사"라 함은 하천의 기능을 높이기 위하여 하천의 신설·증설·개량 및 보수 등을 하는 공사를 말한다.

제3조(국가 등의 책무)

① 국가는 하천에 대한 효율적인 보전·관리를 위하여 하천에 관한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합리적인 시책을 마련할 책무를 진다.

②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의 시책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하고 그 관할구역의 특성에 맞는 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제13조 (하천의 구조·시설 및 유지·보수 등의 기준)

①하천의 구조·시설과 하천의 유지·보수 및 안전점검은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른다. [개정 2009.4.1]

②국토해양부장관이 제1항에 따른 기준을 정하려는 때에는 하천공사로 생태계가 훼손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하천의 구조·수위·유량·지형 및 지질, 그 밖의 하천상황과 자중(自重)·수압 외에 예상된 하중을 고려하여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개정 2009.4.1]

태풍이 지나갔다.

사천강은 일반 하천과 달리 하류에 사천만이라는 바다를 끼고 있으며, 일상적으로, 특히 집중호우 시에는 남강댐으로부터 밀려 내려오는 방류량까지 감당해야 하기에 그 위험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특성을 지니고 있다. 즉 일반적인 지방하천과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면 안된다는 것이다. 하천법 제3조(국가 등의 책무)에 명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관할구역의 특성에 맞는 계획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

하천법 제13조 하천의 구조시설 및 유지보수 등의 기준에 의거, 사천강에 대한 하천기본계획 재수립이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시민의 생명과 안전의 이름으로 다시 기대해 본다.

/김향진(사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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