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박재영·김예림 부부

박재영(33) 씨는 호주에서 6년째 요리사로 일하고 있다. 대학 다닐 때 '워킹 홀리데이(Working holiday·외국 여행 중인 청소년이 방문 국가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제도)'로 호주와 연을 맺었다. 그리고 몇 년 전 시민권을 얻었다. 지금은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산다. 지난 8월 20일 박재영 씨와 결혼한 김예림(31) 씨는 호주에서 7년째 바리스타 일을 하고 있다. 예림 씨는 아직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2011년 12월에 처음 만났어요. 호주에 있는 일식당에서 일하다 그만두고 나서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그때 예림 씨가 그 식당에서 일을 시작했고, 함께 일했던 동료가 소개해줘서 만나게 됐지요."

재영 씨는 일단 키가 크고 건강하게 보이는 예림 씨가 마음에 들었다. 평소 운동을 즐기는 재영 씨는 예림 씨라면 함께 운동을 즐길 수 있으리라 막연하게 생각했다. 물론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예림 씨는 운동을 못했고 취미도 별로 없었다.

   

예림 씨가 마음에 든 재영 씨는 기회를 노렸다. 일단 그에게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요리라는 무기가 있었다. 단점을 가리기보다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 재영 씨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접근했다.

"처음 만나고 두 달쯤 지났을 때 집으로 초대를 했어요. 요리 솜씨를 뽐낼 수 있었지요. 호주에서는 흔히 먹을 수 없는 짬뽕을 준비해서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재영 씨와 친구들, 그리고 예림 씨는 모처럼 즐겁게 지냈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도 계속 주변을 배려하는 예림 씨 모습은 재영 씨에게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재영 씨는 자연스럽게 마음을 전하게 된다. 하지만, 재영 씨에게 데이트 시간은 넉넉하지 않았다.

"당시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있어서 매우 바빴어요.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학교에서 공부하고 오후 5시부터 저녁 11시까지 식당에서 일했지요."

일을 마치고 예림 씨 집앞에 도착하면 거의 자정이었다. 그렇게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보통 새벽 2시, 한 달 동안 그렇게 데이트는 이어졌다. 주말이라고 따로 시간이 나지는 않았다. 재영 씨는 주말에는 또 다른 곳에서 일했다. 그래도 바쁘게 살면서 짬짬이 만났던 그 시간이 이 부부에게는 소중한 추억이다.

"비행기를 타고 멜버른에 간 적이 있어요. 전호주 바리스타 대회를 관람했지요. 예림 씨는 바리스타여서 커피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이를 계기로 저도 바리스타 과정을 마쳤어요."

먼 나라에서 서로 의지가 됐던 연인은 곧 결혼을 생각하게 된다. 20대 초반 시작한 객지 생활, 그동안 그렇게 외롭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재영 씨였지만 예림 씨를 대하는 마음은 점점 달라졌다.

"서로 똑같이 하는 말이 있어요. 우리가 만약 20대에 만났다면 결혼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결혼에는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이 사람과 평생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사람 보내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여러 감정이 섞여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결혼이라는 게 떠오르더라고요."

   

하지만, 애틋한 마음을 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남들 할 때는 예사롭게 보이던 프러포즈가 재영 씨 일이 되자 세상에서 가장 두렵고 힘든 일이 됐다. 어느 날 재영 씨는 예림 씨와 애들레이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강을 함께 손을 꼭 잡고 걸으며 겨우 마음을 전했다.

"평생 행복하게 해줄 게."

마음이 통하고 나니 번거로운 것은 절차였다. 재영 씨와 예림 씨는 3주 동안 시간을 내 한국에 왔다. 첫째 주는 서울에 있는 예림 씨 가족에게, 둘째 주는 재영 씨 가족에게 들러 인사를 했다. 셋째 주가 돼서야 양가 어르신들이 만나며 느닷없지만 행복이 넘치는 만남을 축복했다. 재영 씨와 예림 씨는 바로 호주로 돌아와 둘이서 결혼식을 올렸다.

"제가 호주시민이고 아내 국적이 한국이니 출입국과 비자 갱신하는 일들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리고 여러 가지 서류작업 때문에 많이 지쳤지요. 정말 정신없이 일을 치렀네요."

20대부터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았던 재영 씨는 이제 가족을 이뤘다. 항상 기댈 수 있는 사람과 공간이 있다는 것은 그에게 큰 축복으로 다가온다. 물론 홀로 살았기에 누렸던 자유로움은 이미 그 대가로 지급했다.

재영 씨는 아내에게 한 마디를 전했다. "I love you more than you love me."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이승환 기자(010 3593 5214)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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