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 스님과는 다른 겁외사

이를테면 이렇습니다. 축구는 몰라도 박지성은 안다. 그렇다면 박지성은 축구를 대표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겠지요. 야구는 모르지만 박찬호는 안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대한민국은 몰라도 서울은 안다면 서울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시겠지요.

네 그렇습니다. 성철 스님이 불교계에서는 아마 그런 분일 듯합니다. 성철 스님이 남긴 법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는 말이 담고 있는 깊은 뜻을 모른다 치더라도 한 번쯤은 듣고 써먹을 말 아니었나요? 그런 성철 스님이 태어난 곳인 산청이라는 것을 취재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겁외사에 있는 성철 스님 동상입니다. /박민국 기자

성철 스님이 태어난 곳은 산청군 단성면 묵곡리입니다. 이곳에 생가를 복원하고 절을 세운 게 '겁외사'입니다. 입구로 들어가면 잘 정돈된 경내가 보이고 한가운데 성철 스님 동상이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 너머로 성철 스님 관련 자료와 유물 등을 전시한 곳이 있지요.

성철 스님 관련 자료를 보는 남석형 기자입니다. 진지한 것처럼 보이는 자세가 부럽습니다. /박민국 기자

성철 스님이 남긴 법어나 유물을 보면 그저 청빈하기 짝이 없습니다. 스님을 상징하는 것처럼 된 누더기 옷, 신발 등이 그렇습니다. 남긴 말씀도 그렇게 복잡한 게 아닙니다. 부처님 말씀에 따라 바로 수행하자, 한눈 팔지 말고 제 갈길 가자. 뭐 그정도입니다.

물론 그렇게 간단하게 정리한다고 해서 성철 스님이 남긴 업적이나 자취, 현대 불교사에 남긴 영향력이 결코 줄어들 리 없습니다. 그런데 다시 경내로 나와 본 겁외사는 그런 성철 스님 삶과는 다소 엇나가 보입니다.

겁외사 경내 뒤편에 유물을 전시한 건물입니다. /박민국 기자

일단 너무 화려한 건물이 그렇고, 경내 가운데 있는 커다란 동상이 그렇습니다. 과연 큰스님이 자기 동상을 경내에 우뚝 세워놓은 것을 반겼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서 괜히 거슬렸습니다. 다만, 스님을 먼저 보낸 사람들이 그만큼 스님에 대한 마음이 깊었다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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