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파워] "경남 오지를 한 바퀴 다 걸어보면 대안 나올 것"

백신종 도의원(60·새누리당·거창1)은 경남도의회에서 ‘자연생태연구회’라는 연구단체를 결성해 경남 전역을 탐방하고 있다. 주마간산식 견학은 아니다. 경남도 경계를 걷는 탐사를 지난해 초부터 이어오고 있는데,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땀과 정성을 쏟아야 하는 힘든 여정이다.

섬진강변을 따라 걷다 지리산을 오르고 가야산 권역과 영남알프스를 지나 낙동강 물길에 들어서는 동안 자연생태연구회 대원들은 경남과 맞닿은 전남, 전북, 경북, 대구, 울산, 부산을 접하게 된다.

경계선 특유의 자연생태계 특징은 물론, 그 지역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까지도 조망하는 이 여정에는 도의원들뿐 아니라 관련 전문가들도 동행해 소중한 기록들이 하나씩 남겨지고 있다.

‘경계선’이 ‘경남의 오지’라는 점도 큰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지리적으로 변방인 지역에 직접 찾아가 현지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일이 쌓이다 보니 도정 현안을 풍부화 하는데 보탬이 되고 있다.

백신종 경남도의원./임채민 기자

“토론회와 공청회를 하는 연구단체들도 의미가 있지만, 상임위원회 고유 업무와 중복되는 사례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땀을 흘리며 단합도 하고 의미 있는 일도 함께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를 고민했고 자연생태연구회를 만들게 됐습니다. 경남의 오지를 걸어서 한 바퀴 돌아보면 환경, 생태, 농촌 문제 등에 대한 정책대안을 마련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기록을 남기는 도 경계탐사로는 아마 첫 사례인 것 같습니다.”

이름난 산이면 문제 될 게 없겠으나, 도 경계에 길이 나 있지 않은 곳이 많다. 안 그래도 1000m 이상의 고봉들을 넘나들어야 하는 여정인데 산 속에서 길을 헤매다 보니 체력적 한계를 호소하는 대원들도 속출한다고 했다. 그래도 어느새 도 경계 탐사는 중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도 경계 탐사는 남이 걷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정신이 담겨 있었다. 이는 백신종 의원의 지난 정치 이력과도 맞닿아 있었다.

스스로 한 번도 당적을 옮긴 적 없으나…

백 의원은 1987년 민주화 투쟁이 한창일 때 거창 지역에서 문학 무크지 등을 발행하면서 지역 시민사회 활동에 뛰어들었다. 거창 지역은 전국의 여느 군 단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시민사회 운동이 앞서 발전한 지역으로 지역분권·지역자치 등에 대한 담론도 일찌감치 태동한 곳이다.

당시 농협에서 근무하던 백 의원은 지역 농민회 운동 등을 도왔고, 체제 비판적인 글을 게재하면서 문학인으로서의 이름도 남겼다.

1992년 14대 총선 때는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 후보에 맞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했고, 1996년 15대 총선에는 통합민주당 후보로 나섰으나 역시 고배를 마셨다.

백 의원은 농민운동과 시민사회 운동을 하는 동안 정치권에 발을 들여 놓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재야에서 주장했던 여러 가치들이 정당정치에 함몰되는 양상을 목격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 의원은 일종의 ‘총대’를 멨고, 두 번의 국회의원 선거에 나섰던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한 국민회의에 들어가지 않고 계속해서 민주당 당적을 유지해 온 백 의원은 1997년 대선 때 신한국당과 민주당이 합쳐진 한나라당이 탄생하면서 당적이 바뀌게 된다. 백 의원은 정치에 입문한 이래 본인 스스로는 한 번도 당을 옮긴 적이 없지만, 당적 변화에 따른 이런저런 비판을 받아 왔다.

백 의원은 서울의 정치권력과 결탁해 온 지역의 토호 세력, 그리고 결국에는 지역민들을 배반해온 서울 바라기 정치인들의 행보와는 일정 정도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때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한국 정당 정치 폐해의 피해자로 남았다.

거창의 민속, 문화, 예술, 체육 등 다방면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온 데다 정치적 이력 또한 화려해 이후에도 여러 출마 기회가 있었다.

“정치를 안하려 했습니다. 영농법인이나 지역 향토 조합원들과 뜻을 모아 요즘 활발하게 진행되는 마을 기업 같은 걸 해보고 싶었습니다. 청정 거창을 활용해 슬로푸트, 로컬푸드 생산을 해보겠다는 거였죠. 교육운동에도 관심을 가졌고요. 2001년부터는 거창에서 직접 택시 운전을 하면서 지내기도 했습니다.”

백 의원은 이후 당 공천 과정에서도 순조롭게 일이 풀리지 않았다. 역시 본인 스스로는 당을 옮긴 적이 없지만 ‘야성이 강한 정치인’이라는 견제 심리가 작용한 탓도 있었다.

임기 동안 지방분권 강화에 주력

백 의원은 이 때문이라도 남은 도의원 임기 동안 지방분권 강화에 매진할 생각이다.

“중앙 권력에 예속되는 구조를 과감하게 깨야 합니다. 지역분권, 지방자치 말들이 많지만 농락당하고 있습니다. 정파적 이해관계에 얽힌다면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경직된 중앙 정치에 단체장이나 시·군, 도의원들이 휩쓸리면 안 되죠. 여야 당파를 초월해 지방자치를 확실하게 정착시켜야 할 시점이고, 이 일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백 의원은 거창의 역사와 민속 문화를 발굴하고 전승시키는 데도 힘을 기울일 생각이다. 백 의원은 민속·민요 보존회에 있으면서 지난 2006년 거창 일소리로 34년만에 경남에 민속축제 대통령상을 안기기도 했다.

“거창이 신라, 백제 접경지역이어서 묻혀 있는 전설이나 민담 등이 많습니다. 의정 활동 때문에 지금은 깊이 있는 활동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방향토사학자 등이 정리하고 해석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고 바람직한 일입니다.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해야죠.”

백 의원은 어느새 3선 도의원이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도의원 직을 계속 이어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지난 20∼30년 간의 활동을 갈무리하면서 새로운 계획을 준비하고 있기도 했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고향 ‘거창’이 자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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