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파워] "멀게만 느껴졌던 외국인, 가까이 있었네"

지난 8월 3일부터 5일까지 2박 3일 동안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대표 이철승)는 외국인노동자와 다문화가정, 자원활동가 등 총 400여 명과 함께 남해와 하동으로 ‘2012 이주민과 함께하는 다문화역사문화기행’을 다녀왔다.

이 행사는 이주민센터가 매년 여름 휴가철을 맞아 마련하는 여름캠프 프로그램으로 올해로 15년째를 맞는다. 예전엔 폐교 등을 수리하여 숙소로 활용했으나 최근 몇 년간은 도립남해대학 기숙사를 활용해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자 떠나자 여름캠프!

8월 3일 오전. 자원활동가 40여 명이 센터 5층 강당에 모였다. 활동을 하면서 알아두어야 할 사항을 듣고 이튿날 공연할 율동을 배우기 위해서다. 이번 여름캠프에 처음 참가한 자원활동가가 많아서인지 강당 안의 분위기는 사뭇 진지했다. 실무자인 박지현 씨는 이 자리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친구처럼 대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국가별로 나누어 조를 편성하고 선발대와 의약품, 사진촬영 등 담당자를 지정했다.

출발에 앞서 참가자들은 센터에서 마련한 도시락을 먹고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 자기 출신의 국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2박 3일간의 여름캠프. 여행을 떠나기 직전에 느끼는 설렘은 어느 나라 사람이나 비슷할 것 같다. 저마다 상기된 표정이 역력하다. 오후 1시, 10대의 관광버스가 앞차부터 차례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출발전 몽골팀 기념촬영./정현수 기자

남해대학에 캠프를 차리고

남해대학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대강당에서 입소식을 진행했다. 이날 입소식에는 정현태 남해군수와 신현정 남해경찰서장이 참석해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족들을 환영했다. 정 군수는 환영사를 통해 “다문화는 무지개와 같다. 한 가지 색으로는 무지개를 만들 수 없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처럼 다민족 국가들이 일찍 크게 성장한 것처럼 다문화는 힘이다”라고 강조했다.

입소식을 마치고 각 나라별로 영화상영, 산재교육 영상물 상영, 라인댄스 배우기 등을 진행했다. 이어 대학 내 캠프 곳곳에서 각 나라 사람들끼리 모여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가지고 온 악기 장단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며 자유 시간을 보냈다. 술을 한 잔씩 권하며 서로의 한국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밤이 이슥해져서야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전체 기념사진./정현수 기자

국가 대항 해변 올림픽

이튿날 남해 상주해수욕장으로 갔다. 입구에서 왼쪽으로 제법 들어간 곳에 자리를 마련했다. 은빛모래밭, 이곳에서 10개국이 참가하는 해변올림픽이 열렸다. 종목은 비치발리볼과 미니축구, 튜브줄다리기, 물풍선 넣기 등이다. 뜨거운 뙤약볕만큼이나 각국의 대표선수들은 경기마다 열정을 불살랐다.

비치발리볼엔 몽골과 네팔, 다문화 2팀이 각각 우승을 했고 미니축구는 베트남과 우즈베키스탄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경기만큼이나 응원전도 뜨거웠다. 경기에서 이긴 팀은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즐거워했다. 진 팀도 그늘 아래 평상으로 돌아가며 한국말로 “괜찮아!” 하며 서로 위로한다.

비치발리볼에서 네팔을 꺾고 즐거워하는 몽골팀./정현수 기자
튜브줄다리기 하는 외국인들./정현수 기자

점심 후 물가에선 튜브줄다리기와 물풍선 넣기가 진행됐다. 튜브줄다리기는 캄보디아가 우승을 했고 물풍선 넣기는 몽골이 우승을 차지했다. 국가대항 경기만큼 또 즐거운 것이 물놀이다. 파도 속으로 뛰어들기도 하고 파도에 밀려 튜브와 함께 거꾸로 뒤집히는 사람들, 저마다 얼굴색은 달랐어도 입가에 퍼진 미소는 한결같았다.

함께 어우러진 다문화 한마당

이날 밤, 남해대학 운동장에선 다문화 한마당이 펼쳐졌다. 길놀이로 시작한 이 행사는 초청공연, 각국 장기자랑, 모두가 함께하는 라인댄스로 구성되었다. 다문화어린이합창단과 전자현악 3중주팀인 아이리, 마이그런츠 아리랑에서 대상을 받았던 불가리아인 마리야 씨 등이 초청돼 무대를 흥겹게 꾸몄다.

첫 번째 장기자랑에 나선 필리핀 출신 조이 씨는 댄스실력도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지만 마야의 노래 ‘진달래 꽃’으로 청중을 휘어잡았다. 네팔, 우즈베키스탄, 몽골, 방글라데시, 중국, 베트남, 다시 네팔의 대표들이 나와 노래와 춤을 자랑했다. 각국의 전통 노래와 춤을 배우는 자리였다.

마지막으로 실무자와 자원활동가들이 노라조의 ‘슈퍼맨’ 노래에 맞춰 율동공연을 했다. 손발이 맞지 않아 어색했지만 열정적으로 멋지게 공연했다. 그리고 ‘We no speak Americano’ 음악에 맞춰 모두 운동장 무대로 내려와 라인댄스를 추었다. 얼마 못 가 막춤이 되어버렸지만 다들 흥겹게 몸을 흔들며 밤을 즐겼다.

다문화한마당 자원활동가 율동공연./정현수 기자

하동 최참판 댁에서 한국 전통을 배우다

사흘째, 10대의 관광버스는 하동 최참판 댁으로 향했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집이다. 여기서 참가자들은 한국의 전통가옥을 체험했다. 마루청과 기와, 벽에 붙은 굴뚝, 소가 있는 외양간, 대나무로 바구니를 짜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곳곳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한 바퀴 돌아 버스로 돌아왔다. 더위, 계속되는 찜통더위는 400명의 캠프참가자들이 이동하는 곳마다 따라다녔다. 하지만, 참가한 외국인들과 자원활동가들의 열정을 녹이지 못했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자원활동가들도 2박 3일 동안 함께 했던 여름캠프는 어색했던 마음을 활짝 열어젖히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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