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파워] "지금 교육체제는 교육이 아니라 폭력"

내일모레면 70을 바라보는 나이다. 교단을 떠난 지도 어언 6년이 다 되어간다. 그럼에도, 우리 교육이 이대로는 안 된다며 ‘교육혁명’을 부르짖는다. 블로그 ‘김용택의 참교육이야기(http://chamstory.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는 김용택(67) 선생이 그 주인공이다.

2011년 1월부터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어느덧, 포털 다음 교육 분야 블로그 순위 2위에 올랐다. 지난 8월 8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경남도민일보에서 김 선생을 만났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경남도민일보 독자권익위원을 맡고 있기도 하다.

김 선생은 지난 1989년 교원노조가 합법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결성에도 적극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해직교사가 돼 89년부터 93년까지 교단으로 돌아가지 못하기도 했다. 1989년 5월 28일 결성한 전교조의 설립 목적은 교직원이 교육의 주체로서 ‘민족·민주·인간화 교육’ 실천이다. ‘먹고살고자’ 교사가 되었으나, 동족을 적으로 강요하는 주입식 반공이데올로기 교육, 대통령 직선제 폐지와 대통령에게 헌법 효력까지도 일시 정지시킬 수 있는 긴급조치권 부여 등이 주요 골자인 유신헌법을 한국적 민주주의라고 가르쳐야 하는 교단 현실이 그를 전교조 활동으로 뛰어들게 했다.

김용택 선생./김구연 기자

먼저 건강부터 물었다. 4년 전 대장암이 발병했기 때문이다.

“올해로 4년째인데, 다행히 처음 발견됐을 때 다른 장기에 전이가 안 됐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암은 보통 5년 동안은 지켜봐야 한다지요. 뭐 죽지는 않을 것 같아요. 하하. 그것보다는 요즘 허리가 너무 아파서 걱정입니다. 작년 초에 척추협착증 수술을 했는데, 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 왜, 의료용어로 각성이라고 하나요. 수술하는 도중에 마취가 풀려서 너무 아팠어요. 솔직히 좀 겁이 납니다. 아무튼, 요즘 허리가 너무 아파서 좋아하는 등산도 못 다니고, 오래 걷지도 못하고. 조금 갑갑하네요. 11월 수술할 예정인데, 뭐 잘 되겠죠.”

김용택 선생./김구연 기자

블로그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는지 물었다.

“블로그 이전에는 홈페이지를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운영했어요. 교육자료를 비롯해 방송 원고, 칼럼 등을 올렸어요. 우리 교육 현실을 바꾸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죠. 누적방문객이 500만 명 가까이 됐습니다. 그런데 홈페이지는 서버사용료도 줘야 하고, 제 홈페이지를 아는 사람만 볼 수 있잖아요. 반면, 블로그는 유지비용 신경 쓰지 않고도 대량으로, 많은 사람에게 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지 않습니까. 이제 블로그는 생활이자, 삶 일부가 됐어요. 하루 서너 시간씩은 블로그에 교육 관련 글을 씁니다. 올해 ‘하루에 한 꼭지씩은 블로그에 글을 올리자’는 목표를 세웠는데, 현재까지 지키고 있습니다. 하루 평균 200자 원고지 10장정도 씁니다. 교육이 중심 주제지만, 정치 이야기, 경제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가끔 올리지요. 블로그는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이 권유를 했고, 마산 YMCA에서 일하는 이윤기 부장한테 블로그 운영 관련 이런저런 도움을 많이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습니다. 고맙죠. 제 블로그는 교육을 바꾸는 데서 시작해 교육을 바꾸는 데서 끝날 겁니다.”

블로그 운영 전·후로 달라진 건 뭘까.

“사실 블로그 운영으로 돈을 많이 벌진 못했어요. 제일 많이 받았던 광고비가 한 달 20만~30만 원이었던가 그래요. 블로그를 통해 돈보다 훨씬 값진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됐던 게 아주 좋았습니다. 사회생활하면서도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 만나기 어렵잖아요.

제일 잘 나가는 시사 블로거 중 한 분인 아이엠피터(http://impeter.tistory.com/)도 만나고, 블로그 무터킨더의 독일이야기(http://pssyyt.tistory.com/) 운영하면서 〈독일 교육 이야기: 꼴찌도 행복한 교실〉을 쓴 박성숙 님도 만날 수 있었죠. 제가 퇴임한 지 6년 정도 되는데요. 현장 감각은 많이 떨어집니다만, 아직 교육 관련 정책에 대해서는 조금 이야기할 수 있거든요. 솔직히 ‘현장생활’ 이야기 쓰는 게 제일 재밌는데. 어쨌거나 교육 관련해서 힘닿는 대로 계속 문제를 제기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지엽적인 방안보다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려고 애쓰는데요. 포털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 학교폭력 해결방안과 관련한 글을 올렸는데, 학생기록부에 폭력사실을 기재한다고 해서 학교폭력이 해결되는 것 아니다, 아이들 전과자 만드는 거다, 사회격리에 불과하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식으로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는 게 요지였죠.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뭐 관점의 차이 아니겠습니까. 하하. 블로그 하고나서 한 잡지사 인터뷰도 해봤고, 책을 내자는 곳도 있어서 현재 준비 중입니다. 책은 내년쯤 나오지 싶네요.”

김용택 선생./김구연 기자

우리 교육, 어디서부터 바꿔야 할까. 당장, 시급하게 무엇을 바꿔야 하는 지 물었다.

“학교에서 열심히 노력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고, 제가 글을 좀 과격하게 쓰는 편이지만, 미안하게도 현재 학교는 문제풀이 하는 ‘학원화된 학교’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지금과 같은 입시경쟁 체제를 어떻게 없애느냐는 건데요. 근본적인 해결책은 학벌사회 타파입니다. 학벌사회가 만연하다 보니 대학에 서열이 매겨지고, 이렇다 보니 우리 교육도 협동과 배려를 강조하기 보다는 ‘줄세우기 교육’, 무한경쟁체제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거죠.

지금 교육체제는 교육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학벌사회가 사라지면 학교폭력 문제도 해결될 것이고요. 학교가 말 그대로 ‘교육하는 곳’으로 바뀔 겁니다. 그다음으로 학급당 학생 수가 지금보다 더 줄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는 몰라도 중·고등학교는 30명이 넘거든요. 15명 정도가 적당하지 싶어요. 이렇게 되면 선생님들 눈에 아이들이 다 들어오지 않겠어요. 생활지도도 더 잘 할 수 있을 겁니다. 강의식이 아닌 대화식, 토론식, 아이들의 발표식 수업도 가능해집니다. 12조 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바뀌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액수치고는 별로 많은 액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불어서 저는 현장에 문제의식을 가진 교사들이 블로그 등을 통해서 목소리를 많이 내주면 좋겠습니다. 작은 목소리지만, 이런 목소리가 모이게 되면 여론이 되고, 여론화가 되면 정책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장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불만이기도 합니다. 교육 분야에서 활동하는 블로거가 생각보다 너무 없어요.”

김용택 선생./김구연 기자

그의 별명은 ‘백발소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물었다.

“아무튼, 우리 사회가 상식이 통하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즐겁고, 아이들도 학교서 배우는 게 즐거운 사회, 비판이 폭넓게 허용되고, 성실한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것도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인가. 하하.”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