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족한 자원 덕에 학구열·인품 남달라"

고성 향토사학자인 하기호(78·사진) 선생은 어릴 적 이야기를 섞어가며 이 지역에 관한 얘길 들려줬다.

"고성은 경작지가 넓어 농경에 적합하고, 해산물도 풍부합니다. 사람 살기 참 좋은 곳이란 얘기죠. 장날 되면 찾아든 거제·통영 사람들에게 쌀도 많이 팔아 천석꾼·만석꾼이 여럿 있었습니다."

하 선생은 이러한 환경이 향학열로 연결됐다고 말한다. "서원이 마을마다 있었습니다. 학문에 전념할 수 있는 경제적 뒷받침이 됐다는 얘기예요. 관계에 들어가 출세한 사람이 아주 많았죠."

하 선생은 이곳 사람들 기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고성 사람 앉은 데는 잔디도 안 난다'고 했죠. 판사가 제일 피곤해하는 이가 고성 사람이라는 우스갯말도 있죠. 모질고 독한 사람이라는 뜻 같지만, 시련과 변화에 끈기로 극복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하기호 고성 향토 사학자./박민국 기자

하 선생은 옛 풍경에 관한 얘길 어릴 적 기억으로 풀었다. "어린 시절 농요도 참 많이 들었습니다. 집집 어머니들이 밤에 길쌈하면서 부르는 농요가 아직도 귀에 익습니다. 오광대놀이는 주로 담장 밑에서 하는데, 겨울에 볕 들어오는 담장 아래서 마당놀이 구경을 늘 했죠."

고성에 대한 자랑으로 맺었다.

"지금은 전통 문화가 훼손되고 퇴폐풍조가 지나치게 밀려들었습니다. 그래도 고성은 가정적으로 따듯하고, 기본 윤리가 무너지지 않은 곳이라 생각됩니다. 아직도 고성은 참 따듯한 농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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