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연주자, 악기 탓하다

밀양을 대표하는 절, 당연히 표충사 아니겠습니까? 저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밀양을 잘 아는 분들은 삼랑진에 있는 만어사를 은근히 추켜세웁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만어사는 가는 길이 좋지 않아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만어산 정상 가까이 있는 만어사까지 가는 길은 차로 가기에 썩 좋지 않습니다. 가파른데다가 포장도 덜 되었지요. 그덕에 고즈넉한 절 분위기는 더 깊게 느낄 수 있습니다.

만어사 전경입니다. /박민국 기자

만어사 가기 전에 혹했던 것은 돌로 두드리면 종소리가 난다는 만어사 경석이었습니다. 금속성 소리가 난다는 얘기인데 이게 어느 정도 과장일까, 정말 돌끼리 부딪혀도 제대로 된 금속성 소리가 날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마침 만어사 가는 길에 경석이 깔린 비탈 일부가 보이더군요. 냉큼 올라가서 돌을 들고 두드렸습니다. 그냥 돌 소리였습니다. 간혹 돌에서 나는 소리가 아닌 것 같은 소리가 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종소리를 떠올리기는 좀 어려웠습니다. 돌도 바꿔가며, 자리를 옮겨가며 그렇게 몇 차례 시도했지만 썩 만족스러운 소리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일단 아쉬움을 접고 만어사로 향했습니다.

만어사 앞에 깔린 경석입니다. /박민국 기자

만어사에 도착하니 왜 아래에서 버둥거렸나 싶을 정도로 경석이 넓게 깔려 있더군요. 다시 종소리 울리기를 시도했습니다. 조금 다른 소리가 나는 듯 했는데, 역시 만족할 만한 소리는 아니었습니다. 마침 옆에서 다른 관광객 한 분도 돌을 들고 이쪽저쪽 두드리더군요.

그런데 어느 한 곳에서 제대로 된 금속성이 울렸습니다. 딴 곳을 보던 제가 잽싸게 고개를 돌릴 정도로 반가운 소리였지요. 아무 곳이나 두드린다고 나는 소리는 아니고, 어떻게 잘 두드리니 돌소리와는 확연하게 차이나는, 제대로 된 금속성이 맑게 울려퍼졌습니다. 괜히 연장 탓하는 목수가 될 뻔 했습니다.

관광객 한 분이 돌로 경석을 두드려 봅니다. 이분 덕에 제대로 된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박민국 기자

만어사는 규모가 크지 않지만 소박하게 자리한 어여쁜 절이었습니다. 절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참 멋졌습니다. 만어사에서 보는 운해는 밀양이 자랑하는 절경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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