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 특화 구역 '얼음골'.

그럴 듯합니까? '공동경비구역 JSA' 문법을 흉내 내봤습니다. 경남에서 여름 무더위를 피하기 가장 좋은 곳을 꼽으라면, 사람 손가락은 물론 닭발로 꼽아도 얼음골은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시원합니다. 얼음이 어는 곳이니까요. 그리고 산에 짙게 드리운 그늘도 볕을 피하기에 좋습니다. 게다가 시원한 계곡 물이 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립니다. 피서지로 더 필요한 게 있을까요?

얼음골 입구 주차장에 있는 간판입니다. 주차장 기온과 얼음골 기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박민국 기자

 취재팀이 얼음골을 찾은 날 밀양 낮 기온은 35℃였습니다. 친절하게도 얼음골 입구 주차장에 현재 기온을 볼 수 있는 표지판이 있더군요. 그 아래 나온 얼음골 계곡은 1℃였습니다. 기온 차 34℃, 숫자로 보니 그런가보다 하지 체감한 적 없는 기온차였습니다.

주차장에서 얼음골로 들어가려면 다리를 하나 건너야 합니다. 다리 아래로 제법 너른 계곡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도 많았고요. 그 정도만 해도 제법 시원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얼음골' 이름이 아깝지요. 조금 더 들어가 봅니다.

얼음골로 들어가는 다리 아래 계곡에서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는군요. /박민국 기자

어느 정도까지는 1℃를 체감할 만한 기운을 느낄 수 없습니다. 냉기보다 먼저 마주치는 것은 '천황사'라는 절이었습니다. 이곳에는 사자가 부처 앉은 자리를 떠받힌 불상이 있습니다. 사자좌 불상은 전국에 하나뿐이라는군요.

얼음이 언다는 '결빙지'로 가려면 천황사를 마주보고 오른쪽으로 난 다리를 건너야 합니다. 짧은 다리를 건너 몇 걸음만 옮기면 느닷없이 냉기가 몰려옵니다. 말로 하니 그럴 수 있겠다 싶은데 겪으면 참 묘한 경험입니다. 산길에 특별한 경계라는 게 있을 리 없는데, 딱 몇 걸음 앞으로 가면 냉기가 서리고, 몇 걸음 뒤로 가면 상대적으로 더운 공기가 몸을 감쌉니다. 냉기가 몰려드는 지점부터 길가에 앉은 사람들이 곳곳에 눈에 띕니다.

자리에 앉으신 분들은 냉기가 나무 사이에서 온다, 땅밑에서 온다, 산 꼭대기에서 온다며 다양한 의견을 내놓더군요. 땅밑에서 온다는 게 답에는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밀양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클릭) 기사를 읽어주세요.

얼음골 결빙지입니다. 냉기는 훨씬 아래서부터 느낄 수 있습니다. /박민국 기자

길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결빙지에 닿습니다. 결빙지를 지나가는 데크 아래에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더군요. 저 아래 주차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지요. 간혹 사람들은 얼음골 계곡물에 얼마나 발을 담근 채로 버틸 수 있는지 내기도 한답니다. 물론 그 승부가 판가름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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