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보는 것(소냐 하트넷 지음)

사랑과 관심을 받고자 하는 욕구는 누구나 있다. 미움을 받는 것보다 무관심이 더 무섭다. 어릴 적에는 부모님과 선생님의 관심을 끌려고 아프지도 않으면서 아프다고 말하고, 거짓말도 하고, 일부러 비뚤어진 행동도 한다. 관심을 통해 내가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느끼는 것이다.

소냐 하트넷(Sonya Hartnett)이 지은 <새들이 보는 것>은 부모에게 버림받고 외할머니의 방치와 학대 속에서 자라는 아홉 살 소년 에이드리언의 이야기다. 원제는 <오브 어 보이(Of A Boy)>로 2002년 호주에서 출판됐고 같은 해 호주 일간지 <디 에이지(The Age)>에서 선정한 최고의 책으로 뽑혔다.

이야기는 1977년 어느 따사로운 가을날, 에이드리언의 이웃 마을에서 어린 삼남매가 아이스크림을 사러 나갔다가 홀연히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에이드리언은 외할머니 집에 얹혀 사는 소심하고 겁 많은 소년이고 외할머니에게조차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며 산다.

“에이드리언은 수줍음을 타서 손을 드는 일도 거의 없다. 답을 알아도 대체로 내색하지 않는다. 에이드리언은 쾌활하지도 않고, 빨리 달리지도 못하고, 운동 신경도 형편없다. (중략) 그래도 에이드리언은 창피를 잘 견디고 마침내 자기 이름이 불릴 때 짜릿한 기쁨을 느낀다.”

   

이렇듯 자주 고개를 숙이고 말수가 적은 이 소년에게도 ‘무슨 일’은 일어난다. 바로 이웃집 소녀 니콜을 만나면서부터다. 니콜의 첫 등장장면은 책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새’와 연관돼 있다. 죽어가는 작은 갈색 새 한 마리를 두고 울부짖는 소녀, 결국 죽어버린 새, 낯선 소녀와 함께 죽은 새를 땅에 묻고 장례를 치른 소년….

니콜은 에이드리언에게 “새들은 고통을 받으면 안 돼. 사람들이 고통받는다고 새까지 그럴 필요는 없단 말이야”라고 말하는데, 그 말은 꼭 “차갑고 잔인한 세상 속에서 어른들이 고통받는다고 아무 잘못 없는 아이들까지 고통받아야 하는가”라고 되묻는 것 같다.

그 뒤 에이드리언은 유일한 친구였던 클린턴에게도 버림받고 “모두 내 곁을 떠나가요. 어디에서도 나를 받아 주지 않아요”라며 외삼촌 로리에게 힘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결국, 아홉 살 소년은 “나한테는 좋은 점이 하나도 없어”라며 외로움에 시달리고 만다.

에이드리언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어른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 그 관심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하지만, 아이들이 지나치게 관심을 끌려고 할 때 항상 문제는 발생한다.

어린 삼남매가 실종된 지 3주가 흐른 어느 날. 에이드리언과 니콜은 “그 애들을 찾아내면, 다들 우리한테 관심을 보일 거야”라며 작은 모험을 떠난다. 두 아이는 비에 젖은 숲과 수상한 울타리 앞을 지나 철조망을 건넌다. 그들이 떠난 모험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책은 “이곳에서 아침은 우리를 깨끗하게 닦아줘요. 어머니가 우리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요. 우리 여기 있어요, 여기…”라며 끝을 맺는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새들이 보는 것>은 청소년 성장소설이지만 인간 본연의 심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모습,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다른 사람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싶어하는 모습 등을 아홉 살 어린아이를 통해 가슴 찡하면서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학대받거나 무관심 속에 자란 아이들이 정서적인 의지 대상이 없는 상황에서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가정불화 등 갑작스러운 사건을 겪으면서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어른들이여, 방치된 아이들에게 관심을 보이자. 먼저 손을 내밀어 어둠 속에 빛을 밝혀주자. 소냐 하트넷 지음, 214쪽, 돌베개,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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