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하면 떠올랐던 곳은 표충사, 얼음골이었습니다. 밀양에 대해 아는 게 딱 그 정도였던 셈이지요. 밀양 사람들은 당장 영남루를 꼽았습니다. 그리고 영남루에 가보니 그 이유를 바로 알겠더군요. 밀양강을 내려다보는 작은 언덕에 의젓하게 서 있는 영남루. 아!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건물을 보고 의젓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여의도 63빌딩을 보고는 절대로 의젓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그냥 높은 건물일 뿐이지요. 그런데 영남루는 정말 의젓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강 건너에서 본 영남루입니다. /박민국 기자

강 건너편에서 사진을 찍고 영남루로 갔습니다. 들어가는 입구에 윷놀이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있더군요. 마침 취재팀과 함께 문화체육부 김두천 기자가 동행을 해서 짝이 맞아 윷놀이 한판을 벌였습니다. 말 2개를먼저 빼는 쪽이 이기는 규칙으로요. 남석형 기자와 제가, 박민국 기자와 김두천 기자가 한 편이 됐습니다. 놀랍게도 김두천 기자는 '개'가 나왔을 때 말이 두 칸 가는지도 잘 모르더군요. 하지만, 뭐든 처음 하는 사람이 무섭다고 엄청난 속도로 말을 옮겼습니다. 그래도 결과는 저희가 이겼습니다. 이겼으니 옮기는 에피소드이기도 하고요.

영남루 뒤쪽으로 올라갑니다. /박민국 기자

영남루에 들어서자 흐뭇했습니다. 저는 옛 건물은 계속 현재 사람들에게 쓰여야 오래 간직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 점에서 영남루는 모범 답안인 듯했습니다. 누각에는 이곳 사람들과 관광객 등 영남루를 지나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마루에 앉아 시원한 강바람을 쐬고 있었습니다. 에어컨 바람에 익숙해서 요즘 웬만한 자연 바람은 성에 안 찰 때가 많은데, 영남루 강바람은 매우 시원했습니다. 누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훌륭했고요.

영남루에서 내려다 본 밀양강입니다.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박민국 기자

영남루에는 이 누각을 칭찬하는 현판이 곳곳에 걸려 있는데, 큰 현판에 누각 만큼 시원시원한 필체로 적은 '영남제일루'라는 글귀가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이런 멋진 누각과 넉넉한 강이 밀양시내 가운데에 버티고 있으니 사랑받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도 표충사, 얼음골보다 영남루를 앞에 놓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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